지난 8월 31일 기획재정부에서 배포한 보도 자료에 의하면 전자파, 환경호르몬 등 환경 유해인자 최소화로 환경성질환 의료비 부담을 줄이겠다는 환경부의 의지가 담긴 ‘생활공감 환경보건기술개발사업’이 한국과학기술기회평가원(KISTEP)에서 수행한 예비타당성조사에서 기술성, 정책성 및 경제성을 포함한 종합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확보하여 2012년부터 2021년까지 10년간 국고 1639억원을 포함한 민간자본을 투자해서 본격적인 기술개발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하였다. 그동안 R&D 자금의 부족으로 관심을 가지고 있어도, 연구에 발을 들여 놓지 못하던 많은 환경보건 연구자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환경보건이라는 분야는 필요성은 인정되고 있기는 하지만, 그 특성상 단기적인 성과를 내기 힘든 여러 가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는 학문의 분야여서, 환경부의 의지가 있어도, 행정부 전체의 공감을 얻기 힘든 분야이다. 그러나 우리는 명확한 인과관계를 밝히지는 못했지만 최근 늘어나고 있는 여러 가지 만성적 질환이 환경의 변화와 관련이 있음을 추정하고, 이를 예방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요즘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소아천식, 아토피피부염, 소아암, 소아당뇨병, 소아비만, 성조숙증 등의 많은 질환이 30년 전 만해도 사회적 이목을 끌기에는 그 발생 빈도가 높지 않았는데, 지난 10년 사이 대형 종합병원 소아청소년과 외래에는 이런 질환을 이유로 방문하는 인원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예전에 비해 많이 악화된 환경의 영향을 받은 산모의 태내 환경이 변함으로써, 이들이 출산한 신생아의 유전적 변이가 성장과 함께 질병의 패턴을 바꾸고 있다는 후생유전학적인 견해도 있고, 이런 유전적 변이는 다음 세대에도 전해진다고 믿어지고 있다. 우리가 여기서 언급하는 환경은 공해를 포함한 대기 환경만을 이야기 하는 것은 아니다. 누구나 느끼고 있는 일이지만, 우리나라의 대기 환경은 전에 없이 좋아지고 있고, 자동차 배출가스도 줄고, 공장의 매연도 현저히 줄어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소아청소년 계층의 만성질환은 예상치 못한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유전적 변이라는 말을 기형아의 출생과 연관하여 생각하고 있으나,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우리는 보다 많은 유전학적 지식을 얻음으로써, 만성질병의 발생과 매우 미세한 유전학적 변이를 통한 질병표현의 변화가 관계가 있음을 이해하고 있으며, 벌써 이를 질병의 치료에 응용하고 있는 분야도 존재한다.

전에는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하였으나, 우리가 마시고, 먹고, 숨쉬며, 활동하는 모든 것이 인간의 건강한 생활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굳게 믿고, 이를 연구하여, 안전하게 관리 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여, 국민이 모두 건강하고 편안한 생활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환경보건학의 목적이다.

의과학, 생명공학, 전자공학, 지구과학, 행정학 등 여러 분야의 학문이 서로 관심을 가지고 함께 심도 있게 연구해야 하는 학문이어서 관심 있는 연구자는 많으나 이들을 함께 묶어 함께 연구를 할 수 있게 하는 국가적 지원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분야였는데, 이번 평가를 통해 향후 10년간 국가의 중요한 R&D 과제로 자리 잡을 수 있게 되었다. 미래에는 환경보건 관리기술을 선점한 국가가 선진국가로 평가될 것이다. 이런 기술 개발은 우리나라의 건강한 미래를 보장 할 중요한 분야임에 틀림없다.

정지태 교수
고대병원

환경보건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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