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7월 제정된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에 의해 의료생활협동조합의 개념이 도입되면서 의료생협에 의한 의료기관 설립이 허용됐다. 하지만 이는 의료법 33조 제2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의료기관은 원칙적으로 의료인 외에는 비영리법인만 개설할 수 있도록 한 대원칙에 반하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그동안 의료생협은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 의해 설립주체로서의 성격을 인정받아 조합원은 물론 일반인에 대한 진료도 가능하게 됐고, 결국 환자에 대한 불법유치행위, 허위?부당청구가 만연함은 물론 사무장병원과의 구별도 쉽지 않게 되는 등 여러 가지 부작용들이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의료생협과 유사한 성격의 새마을금고, 농업협동조합 등의 의료기관 개설신청이 이어지고 있어 일반 의료기관의 존립을 위협하고 있다.
이에 의료생협이 운영하고 있는 의료기관에 대한 문제점 분석을 통해 개선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비의료인에게 의료기관 개설을 허용함으로서 불법적인 사무장병원을 합법화 하고 있다. 의료법 제33조는 의료기관을 원칙적으로 의사 등만 개설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으며, 예외적으로 같은 법 제 35조에 의거 의사 아닌 자가 개설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의료생협이 운영하는 의료기관은 의료법 제35조 및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을 근거로 비의료인이 개설한 의료기관 형태로서 합법적인 사무장병원 개설수단으로 전락할 개연성이 크다.

둘째, 환자유인행위 및 부당청구 등 각종 불법행위가 남발할 개연성이 농후하다. 한나라당 이애주 의원이 ‘2008년도 12개 의료생협 개설 의료기관 대상 기획조사 현황’을 통해 의료생협이 운영하는 의료기관에서 발생한 건강보험 청구현황을 분석한 자료를 보면 66.7%가 부당청구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을 뿐만 아니라 급여기준 초과 등 과잉진료가 일반 의료기관보다 많았다.

셋째,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령상 100분의 50이내의 범위 내에서 비조합원에 대한 진료를 제한하고 있지만 이는 진료거부를 금지하고 있는 의료법 규정상 현실성이 결여되어 있다.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령의 기본취지는 제46조(사업의 이용)제1항에 규정하고 있는 바와 같이 원칙적으로 조합원의 생활향상을 위하여 구성된 의료생협이 조합원을 위해 사업을 하는 것으로 비조합원에 대한 서비스는 극히 예외적으로만 인정되어야 한다. 하지만 비조합원에 대한 제한범위를 초과하더라도 이에 대한 제제수단이 전무할 뿐만 아니라, 단순히 사후통제로만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건강보험 재정 누수를 초래할 개연성이 크다. 실제로 보건복지부가 실시한 현지조사에서 83.8%에 달하는 곳에서 비조합원 진료율이 60%를 넘는 것으로 밝혀진 바 있다.

넷째, 민간의료기관의 경영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의료생협이 운영하는 의료기관은 그 취지와는 다르게 건진센터, 치과, 한의원 등 비급여 의료영역을 지나치게 확대해 기존 의료기관들 사이에 불필요한 가격경쟁을 유도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새로 설립되는 의료생협의 경우에는 중소농촌도시를 떠나 수익성이 좋은 대도시로 진출을 꾀하고 있어 가뜩이나 영세한 의원급 의료기관의 경우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는 실정이다.

결론적으로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은 영리법인을 금지한 의료법의 기본 이념에 정면으로 배치되어 의료기관 설립을 허용한다는 점에서 헌법상 평등권을 침해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무자격자에 의한 의료기관 난립으로 국민의 생명권 침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의료생협이 비조합원에게 행하는 진료 허용은 철회되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의료생협의 조합원 구성 등의 설립규정 완화로 인해 유사생협이 난립하고 있는 상황인 바, 범정부 차원에서 설립규정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등 특단의 대책이 마련되길 기대해 본다.

이재호
대한의사협회 의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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