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자 데이비드 프리맥(David Premack)은 진화생물학자 윌슨(E. O. Wilson)을 두고 ‘100미터 떨어진 두 종의 개미는 그 차이를 정확히 짚어내면서 어떻게 개미와 사람의 차이는 모를 수가 있는가?’라며 탄식한 적이 있다. 과학계의 절반은 인간이 동물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보고, 나머지 절반은 인간과 동물은 분명히 다르다고 한다. 극명하게 대립되는 시각이다.

유사성을 보든, 차이점에 주목하든 우리는 한쪽 입장에 서는 걸 선호한다. 그것 역시 인간의 본성이다. 남에게 상처를 입히고, 부도덕한 행동을 저지르며, 패륜을 일삼는 사람들로 미디어는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다. 우리는 그런 사람들을 ‘짐승만도 못한 인간’ ‘사이코패스(psychopath)’라고 부르며 비난한다. 이렇게 극단적이 아니더라도 주위 사람들의 부적절한 인간관계나 가벼운 감정적 손상행위조차 우리는 인간이나 동물을 들먹이곤 한다.

인간의 기준은 무엇일까? 인간다운 인간이란 과연 어떤 인간인가? 저자인 마이클 가자니가는 사회학·심리학·생물학·의학·예술성의 그야말로 방대한 영역에 걸쳐 비교분석하며 인간의 고유한 점을 탐색하고 있다. 인간이 무엇인가라는 담론은 철학자나 과학자만의 몫은 아니다. 일상에서 만나는 사람들, 사람들과의 관계, 우리가 생활하는 주변에서 흔히 일어나는 사소한 사건들까지 얼마든지 인간이 무엇인가를 고민해 볼 수 있다.

진료실을 드나드는 환자들의 모습과 대화에서 우리는 일정한 패턴을 알 수 있고, 그러면서도 서로 다른 차이점 역시 발견할 수 있다. 집에서 기르는 개와 고양이 같은 애완동물에서도 우리와의 유사점은 분명히 존재한다. 인간과 인간, 인간과 동물, 그 차이점을 따진다면 어쩌면 그것은 심리학·생물학적으로 아주 근소한 부분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언어와 예술, 현재의 어려움을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고 미래를 소망하거나 상상하는 능력은 아마도 인간만의 고유한 특성이리라.

과학적으로 인간이 동물과 약간 다를 뿐일 수도 있지만, 얼음과 물의 온도 차가 1도에 불과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고려해 보라. 그로 인한 외양과 위상이동(位相異動)은 자연계에 전혀 다른 자리매김으로 나타난다. 반면에 종이 한 장 차이로도 깨어질 수 있는 것이 인간의 위상이 아닐까!

의료계가 격심한 내홍(內訌)에 휩싸여 있다. 의사와 약사, 의사와 의사들 간의 전쟁이다. 각자들의 사회적 명분을 그럴듯하게 장식하지만 싸움은 내집단 이타주의/외집단 배타성이 함께 교차하는 동물적인 영역이며, 그들 스스로도 이기적인 행동임을 애써 부인하지 않는다. ‘왜 인간인가?’, 다시 한 번 이 주제의 심연에 다가서서 우리 사회와 인간을 생각한다.

박송훈

대구소년원 의무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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