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성모병원 간호사들은 수술 전 환자들에게 기도를 해드린다. 특히 제가 근무하는 곳은 외과병동이라는 특성상 수술 환자가 많아 기도하는 횟수 또한 많다.

처음 수술 전 기도를 시작했을 때는 어색하기도 하고 일이 많을 때는 부담스러울 때도 있었지만, 수술이라는 불안하고 초조한 상황 앞에서 환자의 손을 잡고 하는 저의 기도가 환자들에게 큰 위로와 힘이 된다는 것을 2년이 지난 지금은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수술을 다녀오신 환자분들께서는 그 짧은 시간을 기억해 주시면서 감사해 하고, 그런 환자분들을 보면서 간호사들도 기도와 관련된 좋은 기억들을 차곡차곡 쌓아가면서 성모병원 간호사들의 기도는 점점 진심이 담겨져 가고 있다.

병원 곳곳 피어 있는 봄꽃으로 따뜻해진 2009년 봄에 대장암으로 수술을 하기 위해 입원한 환자분이 있었다. 항상 웃는 얼굴로 보는 사람을 기분 좋게 해주시고, 뭐가 고마운 건지 항상 “고맙고, 또 고맙다”라는 말씀을 하시는 분이었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다. 내일 수술이어서 보호자의 수술동의가 있어야 하는데 아무도 올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환자분은 친구을 데려오면 안 되겠냐고 했지만 직계가족의 동의서를 받아야 했기 때문에 결국 딸이 오기로 했다. 병실 순회 중 밖에 나와 전화를 잡고 안절부절 못하고 있는 환자를 보았다.

“왜 그러세요?”

“수술을 하려면 보호자가 있어야겠지? 자식이라곤 딸 하나 있는데 포항에 살아서 너무 멀리 있고 애까지 있어서 바쁘고 오기 힘들 텐데….”

그 와중에 자식 힘들 걸 먼저 생각하는 환자였다. 부인하고는 아마도 관계가 좋지 않는 모양이었다.

“수술하고 오셔서 힘드실 수도 있으니 보호자분이 계시는 것이 좋으실 거 같아요.”

“그래, 그렇겠지….”

환자분은 난감해 하며 전화기를 잡고 한참을 망설이더니, “보호자가 있는 것이 좋겠지?”라고 다시 한 번 확인했다. 60평생을 자식을 위해 살아 오셨을 텐데 무엇이 그 분을 이렇게 작게 만들었는지, “나 아파서 내일 수술하니 좀 와라”하고 말하는 것이 왜 그렇게 힘드신 것인지 마음이 너무 아팠다.

그날 저녁 늦게 딸이 와서 수술 동의서를 썼지만 환자는 다시 혼자였다. 딸도 사정이 안 좋아 아버지 곁에 있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다음날 수술실로 가기 전 친구 한 분이 계셨지만 가족 없이 수술 받으러 가는 그 분을 위해 진심이 담긴 기도를 해드렸다.

손목을 잡고 기도를 하는데 조용히 눈물을 흘리는 그 분을 보았다. 바쁜 업무 속에서 마음도 몸도 바빴지만 환자분의 눈물을 닦아 드리고 딸과 통화를 하도록 해드렸다. 그렇게 환자분은 딸과 잠시 통화를 하신 후 제 손을 잡고 “고맙다” 말씀하시고는 수술실로 가셨다.

며칠 뒤 환자는 중환자실에서 회복한 뒤 다시 병실로 오셨고, 그 짧은 기도시간을 기억하시며 “많은 힘이 되었다”고 고마워 하셨다. 그런 환자를 보면서 마음이 뿌듯해지면서 진심이 담긴 기도가 바로 ‘섬김 간호’라는 생각이 들었다.

퇴원하던 날, 그분이 고맙다며 쑥스럽게 카드를 주셨다.

“정말 감사합니다. 돌보시는 귀한 손길에 하느님의 축복이 가득하시길 기도할게요. 고맙습니다.”

이렇게 섬김 간호는 특별하진 않아도 환자를 돌보는 간호사의 마음이 환자에게 그대로 전달되어 감동이 된다. 환자들이 우리 여의도성모병원 간호사들의 기도로 섬김 간호를 느끼고 힘을 얻을 수 있었으면 하는 작은 소망을 가져본다.

최지은

여의도성모병원 간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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