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진 명이비인후과의원장

최근 일부 비윤리적인 의사들이 저지른 진료실 성추행사건으로 인해 환자와 의사간의 깊은 신뢰관계가 흔들리고 있다. 신뢰관계 붕괴의 책임은 무엇보다도 의사 자신에게 있다. 무너져가는 신뢰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의사들이 먼저 나서야 할 시점이다.

진료실에서 발생하는 불미스러운 일을 예방하고 환자의 프라이버시가 존중되는 진료를 위해 구체적인 “환자를 위한 진찰실 가이드라인” 제정이 필요하다.

일부 병원에서 환자를 위한 권리장전 등이 제정되어 있지만 실제로 의료진들이 진료현장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전무한 상태이다. 진료실에서 발생하는 성추행문제나 환자의 프라이버시 손상문제는 외국에서도 많이 발생하고 있으며, 이를 예방하고자 의사단체가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진료실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세세히 분석하여 환자들을 위한 진찰실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고 의사회원들에게 교육 자료로 제공하고 있다. 이런 좋은 외국사례를 검토하여 하루 속히 진료현장에 적용시킬 필요가 있다. 환자가 안심하고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진료실에서 발생할 수 있는 성범죄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자율적인 제도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대표적인 것을 꼽는다면 샤프롱(chaperone)제도이다. 샤프롱이란 진료실이나 검사실에서 여성 환자나 미성년환자, 정신지체 환자 등을 진료할 때 가족이나 보호자, 간호사 등이 함께 있게 함으로 환자를 안심시키고, 진료 중 발생 할 수 있는 성범죄 등의 행위를 사전에 방지하는 제도이다. 보통 환자와 같은 성별의 사람이 동반하게 된다. 샤프롱제도는 환자를 보호할 뿐 아니라 의료분쟁이 발생할 때 의사들을 보호하는 역할도 하게 될 것이다.

또한 진료와 검사 전에 진찰과 검사의 필요성과 과정에 대해 환자에게 정보를 제공하여 환자와의 충분한 의사소통을 통한 신뢰를 쌓아가도록 권고하고 있다. 환자의 프라이버시가 최대한 보장되도록 진찰부위를 제외한 부분은 시트나 가운으로 가려주고 생식기 등을 진찰할 때에는 반드시 장갑을 착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히나 진료 중에 의사가 얻게 되는 환자의 개인정보는 철저하게 비밀로 지킬 것을 강조하고 있다.

일부 국가에서는 진찰실에서 의사가 갖추거나 알고 있어야할 에티켓이나 행동가이드라인에 대해 의무적으로 교육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의사협회가 주관하고 의학회, 해당 개원의 협의회 등에서 위원회 구성에 참여하여 작업을 시작하다면 좋은 가이드라인이 만들어 질 것이다.

이러한 작업은 전문가집단에 의해서 먼저 주장되어야 하고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된다. 만약 이러한 일들이 우리들의 손에 의해 만들어지지 않는다면 외부의 힘에 의해 법이나 규정 등의 멍에가 되어 우리를 옥죄어 올수 있기 때문이다.

환자를 위한 진찰실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져 시행된다면 환자의 고충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진정한 전문가의 모습으로 비추어질 것이다. 환자에게 다가가는 이 같은 노력은 국민과 환자로부터의 벌어진 신뢰관계를 회복하는 좋은 선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더 나아가 이러한 우리의 노력은 의사들에게 의업에 대한 큰 자긍심이라는 선물을 가져다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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