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2일 건강보험공단의 주최로 ‘건보재정 위기 극복을 위한 대토론회’가 열려 각계의 인물들이 한 자리에 모여 대책 논의를 했다.

이날 여러 전문가들이 제시한 의견은 대부분 여러 의료서비스 공급자 중 의사들을 목적으로 삼은 발언들이었다. 과연 의사들에게 그 문제를 해결할 방안이 숨어있는 것일까?
필자가 생각하는 당면한 문제들의 열쇠는 보건복지부가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건보 재정이 해마다 큰 폭의 적자를 기록하기 시작한 때는 의약 분업 이후였다. 당시 많은 의사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보건복지부가 강력하게 추진하여 만들어낸 결과가 이제는 겉잡을 수도 없을 지경이다.

2000년 연간 10조원에 달하던 건보 재정이 2010년 34조원을 기록한 것은 분명 여러 가지 외부요인을 감안하더라도 폭발적인 증가율이다. 이는 분업 이전에 존재하지 않았던 약국의 조제료를 포함한 여러 항목들이 늘어난 것일 수도 있지만 속내는 조금 다른 듯 싶다. 이에는 보건복지부의 약가책정의 정책에 대한 책임을 빼놓을 수 없다. 복제약가를 오리지날 약제의 70~80%로 책정해 제약사들의 배를 불려놓고, 약제비의 증가요인을 의사들의 리베이트 수수에 국한하여 몰아가는 행태는 분명 문제가 있다. 또한 의약분업 이전에는 의사에게 조제권이 있었고, 환자가 떠안는 약제비 부담을 의사가 고려하여 진료를 해야 했다. 하지만 분업이 시행되면서 의사들이 안고 있던 약제비에 대한 부담이 사라지면서 이전에는 하지 못했던 효과가 입증된 고가의 약들을 그나마 마음 편하게 처방하게 되었고, 현재는 2000년 당시 건보재정 전체에 달하던 액수인 10조원이 약제비와 조제료로 빠져나가게 되었다.

또 짚어야 할 부분이 본인부담률에 대한 복지부의 정책이다. 보건복지부의 정책상, 현재 외래 진료시 본인 부담률은 30%이지만 입원 치료를 하게 되면 본인 부담률은 더욱 내려간다. 거기에 더해 민간보험사들의 실손보험 정책까지 더해져, 입원을 하게 되면 본인 부담률은 내려가고 이마저도 민간보험사가 지급해줄 뿐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은 간병비 까지 지급받는다. 이 결과로 환자들은 외래 진료가 아닌 입원 진료를 선호하게 되었고, 종합병원 이상급의 이용률이 증가하게 되었다.

의료는 공급자에 의해 수요가 조절 가능한 서비스이다. 2008년의 보고서에 따르면 인구 1000명당 한국의 의사수는 2.3명이라 한다. OECD 평균이 3.1명인 것에 비해 의사수에 있어서 큰 차이가 보이는 듯 하지만 OECD 의사증가률의 3배에 달하는 결과로 비추어 10년 이내에 인구 1000명당 의사 숫자만 4명이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건강보험공단은 활동의사(급여청구를 하는 의사, 즉 전공의, 봉직의, 군의관, 공중보건의사 제외) 숫자만 놓고 인구 1000명당 의사 1.7명이라는 어처구니 없는 숫자를 보건 복지부에 들이대며 의사수의 확충을 요구하고 있으며, 보건복지부는 2002년 약속했던 의대 정원 조정에 대한 약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

몇몇 원인들을 더 살펴본다 하더라도 건강보험 재정악화의 1차적인 원인은 보건복지부가 지고 가는 것이 맞다. 사실 복지부의 입장에서는 가장 간단한 방법이 수가를 삭감하는 것일 수 있다. 그러나 전문가를 전문가로서 대우하지 않고 언론을 이용해 마녀사냥식의 여론몰이를 하고 의사만을 건강보험재정악화의 가해자로 몰아가는 방법은 장기적으로 사태를 악화시킬 뿐이다. 지금이라도 보건복지부는 의료계의 큰 틀을 다시 짜야 할 때다. 이 모든 비난을 의사집단이 짊어지게 하는 방법은 결코 현명한 방법이 아니다. 한사람의 의사로서가 아닌 대한민국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보건복지부의 빠른 결단을 바라는 마음이다.

김문택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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