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을 치료하는 것 보다 좋은 것은 질병을 막는 것이며, 질병을 막는데 핵심적 역할을 하는 것이 공중보건이다. 그만큼 의료에 있어 공중보건은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그러나 공중보건을 담당해야할 보건소와 지소는 지방자치단체의 인기 도구로 전락하여 세금이 낭비의 구멍이 되고 있으며 지역 의료 향상은커녕 세금으로 마련한 의료장비와 저가 의료로 지역 의료기관들을 고사시켜 지역의료를 망가뜨리는 형편이다.

민원이 두려워 의료법에 위배되는 일을 공중보건의사에게 강요하거나 주변 문을 여는 의료기관이 충분한데도 주말진료도 모자라 장날 진료까지 하고, 예방접종 환자가 많아 대기 환자가 밀리자 원성이 두려워 진찰 없이 임의로 접종을 한 뒤 공중보건의사에게 예진표에 싸인 하라고 들이미는 일까지 있는데, 이러다가 지난사례처럼 환자가 죽으면 누구를 탓해야 하는가?

보건소, 지소가 제 기능을 되찾기 위해서는 이들의 소속을 지방자치단체에서 보건복지부 산하 직속기관으로 바꿔야한다. 지방자치단체 소속에서 풀려나야지만 정치적 도구에서 벗어날 수 있고, 독립적으로 공중보건을 위해 일할 수 있다.

그 뿐 아니라 농어촌특별법이라는 30년 묵은 법에 묶여 정치적으로 이리저리 이용만 당하는 공중보건의사들의 신분 재정립이 반드시 필요하다. 30년이 지난 지금 현실에 맞지 않을 뿐 아니라 이 법을 악용 하여 대가성으로 의심될 정도로 민간병원, 민간법인에 귀중한 공중보건의사 인력을 퍼주듯 나눠주거나, 정치적 이득을 위해 밤낮 없이 노예처럼 부리고 그러다 사고가 나도 나 몰라라 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도 새로운 법을 만들어야 한다.

공중보건의사에 관한 법을 만드는 것은 제도의 악용을 막아 인력 누수를 방지하고 공중보건 향상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정부와 의회는 이에 반대하는 입장인 듯하다. 반대하는 그들의 논리가 궁금하지만 권력자들에겐 지금처럼 법이 악용되는 상황이 내심 더 좋은 지도 모르겠다.

언제까지 헌신하려는 젊은 공중보건의사들의 의지를 배신하고 그들 위에 군림하며 노예처럼 부릴 것인가? 30년이 지난 지금, 이 나라의 공중보건을 위해 필요한 일이 무엇인지 다시 고민해볼 때가 아닐까.

필자가 공중보건의사로 근무한지도 34개월을 넘겼다.

개인적으로 많은 것들을 경험 했었고 많은 것들을 생각해보는 시간이었다. 그러나 전역을 2개월 정도 남긴 지금 마냥 기뻐할 수만 없는 것은 필자의 뒤를 이어 근무할 많은 공중보건의사들이 지금보다 나아진 것이 없는 상황에서 필자와 동일한 고뇌를 가지고 근무할 것을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전부터 전해진, 왜곡된 공중보건의사 제도를 바로잡고 공공의료를 바로세우고자 하는 의지는 이후의 공중보건의사들에게 전해져 언젠가 반드시 이 상황을 바꿀 수 있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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