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있어도 빙글빙글~
어지럼증, 방치하면 병 키운다!

‘실조’ 증상 시 소뇌 이상 의심…‘현훈’ 전정신경계 장애 발생
만성 어지럼증, 다양한 수기통해 말초성 질환·중추성 병변 감별

1. 어지럼증은 왜 생기나
뇌는 시각계(visual system), 체성감각계(somatosensory system)와 전정신경계(vestibular system)를 통해서 들어온 정보를 뇌에서 통합하고 분석해 우리 몸의 균형을 유지한다.

이들 정보를 통합하고 분석하는 역할은 주로 뇌줄기의 전정신경핵과 소뇌가 담당하며 이들 정보는 다시 근골격계와 안구운동계로 전달돼 자세유지에 필요한 동작과 안구운동이 반사적으로 유발된다. 따라서 정보를 받아들이는 감각신경계나 중추신경계의 통합 기능에 이상이 생기면 어지럼증과 함께 자세불안이 발생한다.

2. 어지럼증, 어떤 증상 있는가
어지럼증은 전체 인구 10명 중 1명이 겪고 있을 정도로 흔한 증상이지만, 양상이나 원인 질환이 매우 다양해 진단이나 치료가 어려운 질환 중의 하나이다. 또한 환자들은 몇 가지 다른 증상들을 모두 ‘어지럽다’라고 표현하기 때문에, 환자가 어지럽다고 하는 증상이 실제로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알아내는 것이 문진에서 가장 중요하다.

가장 흔한 것은 ‘단순 어지럼증’ 또는 ‘현기증(dizziness)’으로 우리가 흔히 ‘어질 어질하다’고 표현하는 증상이다. 앉았다 일어나거나 갑자기 움직일 때 잠깐씩 발생하며 심할 때는 졸도할 것같은 느낌이 들 때도 있다. 환자들은 흔히 빈혈이 원인이라고 생각하나, 실제로 빈혈에 의한 경우는 드물다. 피곤하거나 몸의 상태가 좋지 않은 상태에서 우리 몸의 감각들을 통합하는 기능이 일시적으로 저하되어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드물게는 자율신경계의 장애에 의해 머리로 가는 혈류가 순간적으로 감소하거나 심리적 요인에 의해 발생할 수도 있다. 특히 노인에서는 감각 기능도 떨어져 있을 뿐 아니라 이를 통합하는 대뇌 기능도 저하돼 있으므로 이러한 종류의 어지럼증을 느끼는 경우가 흔하다.

또 다른 증상으로는 ‘실조(ataxia)’를 들 수 있다. 누워있거나 앉아있을 때는 특별히 증상이 없으나 걸을 때 중심을 못 잡고 비틀거리는 현상으로 마치 술 취했을 때와 같은 모습이며, 말하는 것도 어둔해지고 손의 움직임도 부자연스러워, 물건을 잡으려 할 때 겨냥이 잘 되지 않는 증상이 동반될 수 있다.

어지럼증 없이 이러한 증상이 나타나면 소뇌의 이상을 의심해야 하고, 걸음걸이만 불편할 때는 다리로부터의 감각에 이상이 있거나 귀 안쪽에 위치한 평형기관이 양쪽 모두 손상된 경우도 생각할 수 있으므로 신경전도검사, 전정기능검사 및 뇌촬영 등을 통해 원인 질환을 밝혀내야 한다.

‘현훈(vertigo)’이란 자신이나 주위가 빙글빙글 도는 것과 같이 느끼는 심한 어지럼증으로 속이 메슥거리고 토하는 증상과 함께 자세불안을 동반한다. 현훈은 대개 머리의 움직임에 의해 악화되며, 특정 동작에 의해 유발되기도 한다. 현훈은 전정신경계의 장애에 의해 발생한다. 말초전정기관은 귀 안쪽(내이)에 위치하며, 머리의 회전과 중력 방향으로의 이동을 감지한다. 내이의 전정기관에서 받아들인 머리의 움직임에 대한 정보는 전정신경을 통해 뇌줄기의 전정신경핵으로 전달된 후 전정척수반사와 전정안반사를 통해 자세 및 시선 유지에 관여하므로 전정신경계의 장애에 의한 현훈에서는 자세불안과 안진이 동반된다.

3. 환자의 진찰에서 중요한 점은
어지럼증 환자의 진찰에서 중요한 것은 환자에서 전정계의 불균형을 나타내는 징후가 관찰되는지를 살피는 것이다. 급성기 현훈 환자에서는 임상검사를 통해 쉽게 전정계의 불균형 여부를 알아낼 수 있다. 만성 어지럼증에서는 다양한 수기를 통해 전정계의 이상 여부를 찾아내야 한다. 특히 환자에서 어지럼증이 유발되는 특정 상황이 존재할 때는 이러한 상황을 재현해 현훈이 발생하는지를 관찰해야 한다. 또한 어지럼증의 진찰을 통해 원인이 말초전정계(말초성)의 질환인지 아니면 뇌신경계(중추성)의 병변인지 감별하는 것이 중요하다.

‘말초성 현훈’은 내이에 위치한 전정기관(세반고리관, 난형낭, 구형낭)이나 전정신경의 병변에 의해 현훈이 유발되는 경우로 어지럼증은 아주 심하더라도 심각한 질환이 원인인 경우는 드물다. 반면 ‘중추성 현훈’은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지 않으면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안진: 안진을 검사할 때는 우선 안진의 방향, 정도, 주시 방향에 따른 변화를 면밀하게 관찰해야 한다. 한쪽의 말초성 병변(내이 또는 전정신경 병변)에서는 양안이 점차 병변 쪽으로 치우치며(서상), 이를 보상하려는 신속운동(속상)은 병변의 반대편을 향한다. 일측성 말초 병변에서는 병변의 반대편을 향하는 회선성 수평안진(torsional-horizontal nystagmus)이 관찰된다. 중추성 안진은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순수한 수직 방향의 안진이나 회선안진은 중추성 병변을 시사한다.

또한 안진의 방향이 불규칙하거나, 시선에 따라 안진의 방향이 바뀌는 주시안진(gaze-evoked nystagmus)도 중추성 안진이다. 일반적으로 안진은 안진의 방향 쪽을 쳐다볼 때 정도가 증가하며, 시선이 반대 방향을 향할 때는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다. 말초성 안진에서는 주시 방향에 의해 안진의 강도가 변할 수는 있으나 방향이 역전되지는 않는다. 말초성 전정기능 장애에서는 원활추종운동이 정상이므로 시선고정에 의해 안진이 억제되는 경향을 보인다.

시선고정을 제거하고 안진의 양상을 좀 더 정확히 관찰하기 위해 검안경이나 Frenzel 안경을 사용할 수 있다. Frenzel 안경은 20-20 디옵터 볼록렌즈를 장착한 특수 안경으로 환자의 시선고정을 막는 역할을 한다. 또한 볼록렌즈가 눈의 움직임을 확대시켜 보여주므로 안진의 관찰이 용이하다. 이외에도 잠재되어 있는 전정기능의 불균형을 유발하기 위해 두진, 과호흡, 체위변환 등 다양한 방법이 이용될 수 있다.

▲두부충동검사: 환자를 마주보고 앉은 상태에서 환자의 머리를 양손으로 잡고 고개를 한쪽으로 10~20도 정도 돌린다. 환자에게 검사자의 코를 쳐다보게 한 다음 환자의 머리를 빠르게 중앙으로 돌리며 눈의 움직임을 관찰한다.

전정기능이 정상이면 환자의 눈은 움직이지 않은 채로 검사자의 코를 계속해서 응시하지만, 한쪽 전정기능에 이상이 있을 때는 그 쪽으로 머리를 돌릴 때 눈이 머리의 회전과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므로, 다시 검사자의 코를 보기 위해 신속안구운동이 발생하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급성 말초성 질환에서는 대개 두부충동검사가 양성으로 나타나며, 중추성 병변에서는 대부분 정상이다. 따라서 안진을 보이는 급성 어지럼증 환자에서 두부충동검사가 음성이면 뇌병변을 우선 의심해야 한다.

▲자세불안: 말초 전정기관의 질환에서는 아무리 어지럼증이 심하더라도 환자는 앉은자세나 서있는 자세를 유지할 수 있다. 이는 시각이나 체성감각계를 통한 정보만으로도 뇌가 어느 정도 균형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앉거나 서 있지 못할 정도의 심한 자세불안을 보이는 경우는 중추성 병변을 의심해야 한다.

4. 어지럼증의 감별진단
어지럼증의 원인 질환을 감별하기 위해서는 환자가 보이는 어지럼증의 양상을 크게 다음의 4가지로 구분해 생각하는 것이 편리하다.

1) 급성 자발현훈
갑자기 발생하는 어지럼증으로 가만히 있어도 어지럼증이 지속되는 경우이다. 대표적으로 뇌혈관질환이나 내이의 염증성 질환이 이에 해당되며, 감별진단에는 환자가 보이는 안진의 양상과 자세불안의 정도, 그리고 두부충동검사의 양성 여부가 가장 중요하다.

▲뇌졸중: 전정안반사(vestibulo-ocular reflex)와 전정척수반사(vestibulo-spinal reflex)를 통해 신체의 균형 유지에 관여하는 구조물들이 뇌줄기와 소뇌 부위에 집중되어 있으므로, 이 부위로의 혈액공급에 장애가 생기면 어지럼증이 발생한다.

일반적으로 어지럼증은 척추기저동맥부위 허혈(vertebrobasilar insufficiency)에서 가장 흔히 관찰되는 증상으로, 환자의 2/3 정도가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뇌줄기 부위에 발생하는 뇌졸중은 다른 부위의 뇌졸중에 비해 치명적인 경우가 흔하며, 후유증도 심각하므로, 증상 초기에 적절히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진단에는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흡연, 과음, 심장질환 등과 같은 뇌졸중의 위험인자가 있는지 여부와, 뇌줄기나 소뇌를 공급하는 척추기저동맥계의 병변에서 흔히 관찰되는 반신 또는 사지마비, 감각장애, 시야장애, 복시, 안면마비, 구음장애, 연하곤란, 실조 등의 동반 증상 유무가 중요하다. 어지럼증이 다른 신경학적 증상들과 동반된 경우는 쉽게 뇌졸중으로 진단할 수 있다.

그러나 어지럼증이 단독으로 발생하는 경우는 자세한 병력 및 신경과적 진찰을 통해 어지럼증이 뇌간 부위로 가는 혈류의 장애에 의한 것인지를 감별해 줘야한다.

특히 내이동맥(labyrinthine artery)만이 선택적으로 침범되거나 하부 소뇌 부위의 경색은 다른 증상 없이 어지럼증과 자세 불안만을 발생시킬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급성 뇌졸중이 의심될 경우 즉시 뇌촬영과 뇌혈관촬영을 해 환자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필요에 따라 혈전용해제, 항응고제, 항혈소판제제를 투여하며, 필요한 경우 혈관중재술을 해야 한다.

▲전정신경염: 급성 어지럼증을 일으키는 질환으로 내이(속귀)나 전정신경의 염증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현훈은 대개 수분에서 수시간에 걸쳐 심해지며, 일부 환자에서는 증상이 발생하기 수일에서 수주 전에 감기 등을 앓은 병력을 확인할 수 있다.

회선성 수평안진은 병변 반대편을 향하며, 두부충동검사가 양성이다. 자세불안은 있더라도 상대적으로 경미하여 환자는 앉아있거나 서 있을 수 있다. 현훈은 수일에서 수주에 걸쳐 호전되나, 현훈이 사라진 뒤에도 걸을 때 어질어질하며 중심을 잡기 힘든 느낌은 수주에서 수개월 동안 지속될 수 있다. 급성기에는 전정억제제와 진토제(antiemetics) 등을 사용해 증상을 경감시킨다.

2) 반복성 자발현훈
어지럼증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경우로 어지럼증의 지속시간이나 동반증상이 진단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질환군은 확진 방법이 없기 때문에 병력이 진단에 가장 중요하다.

▲척추기저동맥 허혈: 뇌줄기 소뇌를 공급하는 척추동맥이나 기저동맥의 혈액순환에 이상이 생기면 반복적인 어지럼증이 발생할 수 있다.

뇌혈관부전에 의한 일시적인 증상은 대개 수분 정도 지속되므로, 고령의 환자나 뇌졸중의 위험인자가 있는 환자에서 수분간 지속되는 어지럼증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면 뇌허혈의 가능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말초성 병변에서는 어지럼증이 1분 이내로 끝나거나, 수 십분 이상 지속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뇌졸중에서와 동일하게 치료한다.

▲메니에르병: 귀충만감(aural fullness)과 함께 이명(tinnitus), 청력 감소, 두통 및 현훈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질병이다. 증상은 갑자기 발생해서 수십 분에서 수일 동안 지속된다. 물론 현훈과 함께 오심/구토 등의 증상이 동반된다. 발작이 시작되면 귀에 무엇이 차있는 듯한 느낌이 생기고, 이어 귀가 잘 안 들리면서 소리가 나고 현훈이 발생하는 것이 일반적인 순서이다. 위의 증상들은 질병 초기부터 같이 발생하기도 하지만, 처음에는 청력소실이나 어지럼증만 있다가 나중에 청력소실과 어지럼증이 동반되기도 한다.

메니에르병은 발작적인 현훈과 함께 이명, 청력소실이 동반될 때 진단한다.정확한 원인은 알지 못하나 내이액(endolymph)의 순환이상이 가장 중요한 기전으로 알려져 있다.
발작 예방에는 저염식과 함께 이뇨제등을 사용하며, 경우에 따라 귀속에 스테로이드나 아미노글라이코시드 계통의 항생제를 투여해서 전정신경을 파괴하기도 한다.

▲편두통성 현훈: 편두통에서도 현훈 발작이 반복적으로 발생할 수 있으며, 때로는 두통과 상관없이 어지럼증만 반복적으로 발생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편두통 환자에서 다른 질환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반복적 현훈이 관찰될 때 편두통성 현훈(vestibular migraine)이라 한다.

원인이 불분명한 반복성 현훈 환자에서는 과거력과 가족력을 통해 편두통 유무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주기적 현훈은 편두통 환자의 25% 정도에서 관찰되며, 일반인에 비해 편두통 환자에서의 현훈 발작 유병율이 3~4배 정도 높고, 어지럼증 환자군에서도 편두통의 유병율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3) 체위성 현훈(Positional vertigo)
자세 변화에 의해 유발되는 발작적 현훈을 특징으로 한다. 대부분의 체위성 현훈은 내이의 반고리관에서 기원하는 양성돌발성두위현훈(benign paroxysmal positional vertigo, 이하 BPPV)이나 아주 드물게 중추신경계의 병변에 의해 체위성 현훈이 발생할 수 있다.
체위성 현훈의 진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체위변화에 의해 유발되는 안진의 양상을 관찰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환자들은 체위 변화에 의해 잠깐씩 발생하는 현훈이 반복될 경우에도 현훈이 수시간 또는 수일간 지속되는 것으로 표현할 때가 많고, 또한 발작 사이에 존재하는 오심이나 구토, 비특이적 어지럼증을 체위성 현훈과 구별하지 않고 모두 어지럽다고 표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모든 어지럼증 환자에서 체위검사를 해야 한다.

▲양성돌발성두위현훈: 양성돌발성두위현훈은 타원낭(utricle)의 평형반(macula)에 위치한 이석(otolith)이 변성되면서 부스러기(otolithic debris)들이 반고리관(semicircular canal)으로 들어가거나, 팽대마루(cupula)에 달라붙어 발생한다.

양성돌발성두위현훈은 임상에서 간단한 술기에 의해 진단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이석정복술(canalith repositioning maneuver)을 시행하면 바로 치료할 수 있는 질환이다.
양성돌발성두위현훈은 증상이 어느 반고리관에서 발생하느냐에 따라 전/후/수평반고리관성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후반고리관성 BPV가 가장 흔하다.

후반고리관성 양성돌발성두위현훈(Posterior Canal BPV)은 누울 때나 누웠다가 일어날 때, 자다가 옆으로 돌아 누울 때, 고개를 숙이거나 쳐들 때 발작적으로 발생하는 현훈이 특징이다. 보통 첫 증상은 아침에 일어나거나 자는 도중에 발생한다.

BPV는 여자에서 2~3배 정도 흔하고, 50대 이후에 주로 발생한다.

대부분의 경우 특별한 원인을 찾을 수 없으나, 드물게 상기도 감염, 두부외상, 전정신경염, 중이염 또는 이과적 수술 등이 선행하며, 편두통이나 메니에르병 등에서 동반될 수 있으므로 이들 질환에 대한 병력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 질병의 재발은 20~30% 정도에서 관찰된다.

후반고리관성 양성돌발성두위현훈은 Dix-Hallpike 술기에 의해 유발되는 현훈 및 특징적인 안진의 양상으로 진단할 수 있다.
후반고리관성 양성돌발성두위현훈은 Dix-Hallpike 술기에 이은 단계적 두위 변환으로 간단히 치료될 수 있다.

대표적인 방법으로는 Epley법이 있다(그림 4). 이석정복술은 후반고리관성 BPV 환자의 약 90%에서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평반고리관성 양성돌발성두위현훈(Horizontal canal BPPV)은 후반고리관성에서와 같이 자세 변화에 의해 유발되는 발작적 현훈을 특징으로 하나, 현훈을 유발하는 동작과 안진의 양상에 차이를 보인다.

수평반고리관성 양성돌발성두위현훈은 주로 옆으로 돌아누울 때나, 누워서 고개를 옆으로 돌릴 때 현훈이 발생한다. 환자를 바로 눕힌 상태에서 환자의 고개를 좌우로 갑자기 돌리면 현훈과 함께 수평 방향의 안진과 현훈이 유발된다. 수평반고리관성 양성돌발성두위현훈은 안진의 방향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된다.

지향안진성(geotropic nystagmus)에서는 고개를 옆으로 돌릴 때, 지면을 향하는 안진이 후반고리관성에서와 마찬가지로 수초의 잠복기를 두고 나타나서 1분 이내로 사라진다.
일반적으로 지향성 에서는 병변 쪽으로 고개를 돌릴 때 안진과 현훈이 더 강하게 유발된다.

지향안진성 양성돌발성두위현훈은 변성된 이석의 부스러기가 수평반고리관으로 들어가 내림프액 사이를 떠다녀 발생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이와 달리 천향안진성(apogeotropic nystagmus)에서는 고개를 옆으로 돌릴 때 하늘을 향하는 수평 안진이 관찰된다. 천향안진성에서는 안진이 잠복기 없이 발생하며, 고개를 돌리고 있는 동안에는 지속되는 특징을 보인다.

수평반고리관성 양성돌발성두위현훈의 치료도 후반고리관성에서와 마찬가지로 환자의 자세를 단계적으로 변화시켜 관내의 이석 부스러기들을 타원낭으로 이동시켜 제거하는 방법을 이용한다.
지향성에서는 흔히 barbeque rotation과 Gufoni법을 사용하며, 천향성에서는 두진법(head shaking), Gufoni법 등을 사용할 수 있다.

▲중추성 체위성 현훈: 중력 방향으로의 자세 변화에 관한 정보는 내이의 이석기관(otolithic organ)에 의해 감지된다.
이들 정보를 처리하는데 관여하는 전정신경핵이나 소뇌의 소절(nodulus)과 목젖(uvula)에 병변이 생기면 체위성 현훈이 발생할 수 있다.

중추성 체위성 현훈은 주로 제4뇌실 주위의 병변에서 관찰된다. 원인 질환에는 다발성경화증, 소뇌 위축, 소뇌 종양, Chiari 기형 등이 있으나, 체위성 현훈만이 단독으로 발생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원인 질환에 맞춰 치료한다.

4) 만성 자세불안과 어지럼증
어질어질하고 움직일 때 중심을 잘 잡지 못하는 증상이 만성적으로 지속되는 경우이다.
다른 질환군에 비해 증상이나 징후가 뚜렷하지 않을 때가 많으며, 노인성 어지럼증, 다감각성 어지럼증(multisensory dizziness), 신경계 퇴행성 질환, 양측성 전정신경병증, 심인성 어지럼증 등 매우 다양한 군이 여기에 속한다.
감별진단을 위해서는 다른 질환군에 비해 보다 전문적인 진찰과 검사가 필요하다.

5. 결론
어지럼증 환자의 진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지럼증이 말초 전정기관의 병변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중추신경계의 장애에 의한 것인지를 가리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현훈이 자발성인지 또는 체위성인지 결정하여야 한다.

환자의 진찰에서는 자발안진의 양상과 동반 증상에 대한 면밀한 평가와 함께 체위 변화를 통해 유발되는 안진의 양상이 병변 부위 결정에 가장 중요하다. 중추성 자발 현훈에서는 정밀 진단을 통해 뇌졸중 여부 및 뇌혈류 상태를 평가하여야 하며, 이에 기초한 적절한 치료를 통해 뇌가 영구히 손상되거나 손상이 진행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말초성 현훈의 가장 흔한 원인 질환인 양성돌발성두위현훈은 이석정복술을 통해 임상에서 간단하게 치료될 수 있다. 말초성 자발 현훈에서 전정억제제나 안정제는 발병 당시 단기간만 사용하며, 환자 상태가 안정되는 대로 일상 활동으로 복귀시키는 것이 회복 기간을 단축시키는 길이다. ▣

저작권자 © 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