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진료 활성화를 위한 지상강좌

고혈압 치료 목표는 ‘합병증 예방’

관상동맥 질환·고혈압은 심부전 주원인
혈압 조절시 심부전 발생 40% 이상 줄여

심부전 예방에 있어 고혈압 치료의 중요성

심부전이란 심장이 신체에서 요구하는 충분한 혈액을 내뿜는 데에 장애를 가지게 되는 상태를 의미하며, 이는 크게 심장의 수축 기능 부전에 의하여 심장의 혈액 방출에 장애가 생기는 경우(수축기 심부전, systolic heart failure)와 심장이 충분한 혈액을 받아들이는 데에 주된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이완기 심부전, diastolic heart failure or heart failure with preserved ejection fraction)의 두 가지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이러한 심부전은 그 자체가 진단명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임상적 증후군으로서, 심장의 구조적 혹은 기능적인 문제가 선천적이거나 후천적으로 발생하여 여러 가지 증상(호흡곤란, 피로감)과 징후(부종, 폐음 청진시 수포음)를 일으키고, 결과적으로 삶의 질을 떨어뜨리며 수명을 단축시키는 대부분의 심장 질환의 최종 단계를 의미한다.

심부전은 전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질환으로 성인에서 0.4~2% 정도의 유병률을 보이고 있으며,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급격히 증가하여, 65세 이상에서는 6~1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에서만 한해 55만 명의 환자가 새로이 발생하고, 그 유병률이 500만명을 넘는 흔한 질환으로 특히 65세를 넘는 노인환자에서 입원의 가장 흔한 원인으로 보고되고 있다.

심부전 발생의 위험요인인 비만, 당뇨병, 고혈압의 유병률이 꾸준히 증가하고, 급성심근경색증 등 중증 심장질환의 생존율이 호전되면서 심부전의 유병률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1년 내 사망률이 20~50%에 이르는 치명적인 질환인 점을 고려할 때 심부전을 예방하는 것은 임상적으로 큰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심부전의 주요 원인은 관상동맥질환과 고혈압인데, 특히 고혈압은 심부전 발생의 가장 흔한 선행 질환이다.

미국 Framingham 연구 결과에 따르면 연령, 관상동맥질환, 당뇨병 등 다른 위험인자들을 교정한 상태에서 혈압이 정상인 사람에 비해 심부전의 발생위험도가 남성은 2배, 여성은 3배 정도 높게 나타났다. 따라서, 적극적인 혈압조절은 심부전을 예방하는 지름길이라고 할 수 있다.

1950년대 말, 이뇨제가 처음 개발된 이래로 많은 임상연구를 통해 항고혈압제의 심부전억제 효과가 입증되었다. 실제로 현재 임상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는 약제 중에서 항고혈압제만큼 강력한 임상적 근거를 가진 약도 없다고 할 수 있다. 지난 35년간 시행된 고혈압 임상연구는 크게 두 단계로 나누어볼 수 있는데, 그 첫 번째 단계는 위약(placebo)과 비교하여 항고혈압제의 효과를 입증하는 단계이고, 두 번째 단계는 작용기전이 서로 다른 많은 고혈압 약제의 효과를 비교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첫 번째 단계에서 이뤄진 많은 임상연구를 통해 적절한 혈압조절이 심부전의 발생률을 40% 이상 줄일 수 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그 중 노인 환자를 대상으로 한 대표적인 연구로 SHEP 연구와 Syst-Eur 연구가 있다. 두 연구는 모두 60세 이상의 노인고혈압 환자 4700 여명을 대상으로 하였는데, SHEP 연구에서는 이뇨제(chlorthalidone)를 위약과 비교하였는데 심부전의 발생을 50% 가까이 감소시키는 효과를 관찰하였고, Syst-Eur에서는 칼슘길항제(nitrendipine)를 투여하였을 때 위약에 비해 심부전의 발생을 30% 가까이 감소시켰다.

고혈압 치료약제에 따른 심부전 발생률 차이
고혈압 연구의 두 번째 단계는 약제간의 우월성을 비교하는 것이다. 고혈압 약제 중 베타차단제의 일부와 ACE 억제제(ACEi), 안지오텐신 수용체 차단제(ARB)는 심부전 환자에서 수명을 연장시키는 효과가 증명된 약제들로 심부전을 동반한 고혈압 환자에서 우선적으로 투여를 고려해야 하는 약제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고혈압 환자에서 이들 약제가 다른 약제에 비해 심부전의 예방 효과가 더 우월한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

최근 시행된 연구로 ALLHAT 연구(JAMA 2002;288:2981-97)는 고혈압 임상 연구 중 가장 많은 4만2000여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네 가지 항고혈압제, 즉 이뇨제(chlorthalidone), 칼슘길항제(amlodipine), ACEi(lisinopril), 알파차단제(doxazosin) 중 한가지로 임의 배정하여 4~8년간 추적 관찰한 연구이다. 이 중 알파차단제는 평균 3.3년의 추적관찰 끝에 중도 탈락하게 되었는데, 이는 알파차단제를 투여한 군에서 심혈관계 사건의 발생률이 유의하게 높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특히 심부전의 발생률에서 큰 차이를 보였는데, 혈압강하 정도는 별 차이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4년간 심부전 발생률이 알파차단제 군에서 8.1%로 4.5%인 이뇨제 군에 비해 두 배 정도 높게 나타났다. 이는 심부전을 예방하는데 있어 이뇨제가 알파차단제에 비해 효과적임을 잘 보여준다.

한편, 이뇨제, 칼슘길항제, ACEi 군 사이에서는 일차 종결점(primary endpoint)인 심혈관계 사망이나 심근경색증의 발생 빈도는 차이가 없었으나 이차 종결점(secondary endpoint)인 심부전의 발생률은 다소 차이를 보였다.

즉, 칼슘길항제 군에서 이뇨제 군에 비해 심부전의 발생률이 35% 정도 높게 나타났으며, 이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였다. 반면, 이뇨제 군과 ACEi 군 사이에는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이상 ALLHAT 결과를 요약하면, 심부전을 예방하는데 있어 이뇨제와 ACEi가 칼슘길항제와 알파차단제에 비해 효과적인 것으로 보인다.

칼슘길항제가 심부전 예방 효과가 떨어진다는 보고는 ALLHAT연구 이전에도 있었는데, 심부전에 의한 사망이나 입원만을 대상으로 한 meta-analysis 결과들을 보면, ACEi가 위약에 비해 뚜렷한 심부전 예방 효과를 보이는 반면, 칼슘길항제의 경우 이러한 효과가 뚜렷하지 않았다. 또한, CONVINCE 연구에서는 1만 6000명 이상의 고혈압 환자를 칼슘길항제나 이뇨제/베타차단제 중심 투약으로 나눠 비교하였는데 혈압강하효과는 비슷한 반면 심부전은 칼슘길항제를 투여한 군에서 30%가량 높게 발생하였다.

하지만, VALUE 연구 (Lancet 2004;363:2022-31)에서는 ARB(valsartan)를 축으로 한 치료와 칼슘길항제(amlodipine)를 축으로 한 치료 사이에 심부전 발생률의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반면, LIFE나 SCOPE 연구에서는 ARB가 다른 약제보다 심부전의 예방에 좀더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대규모 임상연구의 결과가 서로 다른 이유는 심부전의 명확한 진단기준의 부재 및 환자군 배정에 있어서의 차이가 한 원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ALLHAT 연구에서는 비슷한 환자군을 대상으로 한 다른 연구에 비해 심부전의 발생률이 월등히 높게 나타났는데, 이는 wash-out 기간 없이 환자를 임의 배정함으로써 이전에 이뇨제를 사용하던 많은 환자들이 갑작스런 이뇨제의 중단으로 인해 심부전 증상이 나타났을 가능성이 있으며, 이로 인하여 이뇨제 군 외에 다른 치료군에서 심부전의 발생률을 높이는 주요 원인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여러 연구를 종합한 meta-analysis를 통해 보다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데, 29개의 대규모 임상연구를 종합한 BPLTTC meta-analysis 결과를 보면, 16만 2341 명의 환자에서 칼슘길항제를 중심으로 한 치료는 위약군에 비해 혈압은 -8/-4mmHg 감소한 반면 심부전의 발생률은 21% 증가하는 소견을 보였다.

또한 이뇨제/베타차단제와 비교할 때 혈압 차이는 거의 없었던 반면 (1/0mmHg) 심부전의 위험도는 33% 높게 나타났다. 이 분석은 심부전으로 인해 입원/사망한 경우만을 분석한 것이므로 칼슘길항제에 의한 하지부종 등의 부작용 때문에 심부전의 발생률이 높게 나타났을 가능성은 별로 없다.

또한, ACEi는 칼슘길항제에 비해 18% 정도 심부전이 적었으며 혈압변화는 차이가 없었다. 이 결과는 심부전의 예방에 있어 칼슘길항제가 덜 효과적이라는 것을 강력히 시사한다.

또한 BPLTTC 분석에서 ACEi는 위약에 비해 혈압을 효과적으로 낮추고 (-5/-2mmHg),

심부전의 발생을 18% 낮추는 효과를 보였지만, 이뇨제/베타차단제와 비교하였을 때 유사한 혈압강하효과(2/0mmHg)와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은 7% 정도의 높은 심부전 발생률을 보였다. 이는 심부전 예방에 있어 ACEi나 이뇨제/베타차단제 치료가 유사한 효과를 보이는 것을 시사한다.

맺는 말
고혈압 치료의 목표는 단순하게 혈압을 정상 수준으로 맞추는 것이 아니라, 고혈압으로 인하여 발생할 수 있는 관련 합병증을 예방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심부전은 임상적으로 매우 중요한 고혈압과 관련된 합병증으로, 급속하게 고령화되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향후 그 중요성이 더욱 부각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과거 많은 임상연구를 통해 적절하게 혈압을 조절하면 심부전의 발생을 30~40% 이상 줄일 수 있다는 것이 잘 알려져 있으며, 일부 연구를 통해 이뇨제, 베타차단제, ACEi, ARB와 같은 약제들이 칼슘길항제나 알파차단제 등 다른 약제에 비해 심부전 예방 효과가 우월할 것으로 추정되지만 아직까지 명확한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다. 다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적절한 병합 요법을 통해 고혈압의 대표적인 합병증인 심부전을 일차적으로 예방하는 것이라고 하겠다.

실제로 ALLHAT 연구에서 목표혈압 이하로 적절히 혈압조절이 이루어진 경우가 60%를 겨우 넘는 정도였고, 우리나라에서의 혈압 조절 역시 목표치를 달성하는 비율이 많지 않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고혈압 치료에 있어 향후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것은 목표만큼 혈압을 떨어뜨리는 것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 ALLHAT연구에서 심부전발생률의 비교
▲ VALUE연구에서 심부전 발생률의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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