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충열
을지대학교

보건산업유통외래교수

요즈음 보건의료계의 각종 전문 언론을 보면, 쌍벌제 시행으로 의료기관들의 제약회사 영업사원들에 대한 출입금지 조치가 전국적으로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태가 발생되게 된 근원(根源)을 따져보면, 국내 의약품산업이 성장해 온 과정상의 특수성에 따른 의약품 유통체계의 후진성과 상관성이 매우 높다.

국내 의약품산업의 성장․발전 과정은 선진국과 사뭇 다르다. 선진국의 경우 양약 역사 200여년 동안 제약업계는 연구․개발․생산만 전담하고, 유통은 도매업계가 책임지는 업종 간 역할분담을 통한 분업체계가 형성되어 발전되어 왔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제약업계가 일제 해방이후 지금까지 연구개발 노력보다는 선진국의 모방 의약품을 경쟁적으로 생산해 도매 몫인 유통 영역까지 직영해 옴으로써 외자 제약회사가 국내 의약품시장을 지배하게 하고, 도매가 제 역할과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게 하는 악순환을 불러 온 채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로 인해, 국내 의약품 유통체계가 선진국형인 ‘제약업자→도매업자→요양기관’으로 일원화되지 못하고, ‘제약업자→요양기관→도매업자→요양기관’의 형태 등으로 후진화․다원화 되었으며, 이중 주된 유통경로인 ‘제약업자→요양기관→환자’에서 불법 리베이트 문제가 발생됨으로서 선진국에도 없는 쌍벌제 도입 발상이 싹텄기 때문이다.

그럼으로, 불법 리베이트 문제로 탄생된 쌍벌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법은 국내 의약품산업을 선진국처럼 제약과 도매간 역할을 분담시켜 유통체계를 ‘제약→도매→요양기관→환자’로 일원화시키는 데서 출발하지 않으면 안 된다.

도매를 통한 의약품 유통은 유통경제학적으로 볼 때 ‘도매 마진’이라는 비용부담 이상의 경제적․효율적인 이점을 제약 및 요양기관에 제공한다. 이 때문에 도매유통이 존재해야 할 이유와 가치성이 성립된다.

다수의 제약회사와 수입업자들이 생산 또는 수입한 수많은 종류의 의약품들을 도매업체가 의료기관 인접의 물류창고에 비치해 놓고, 전화․팩스 또는 ‘BtoB 전자상거래 사이트’ 등을 통해 의료기관이 간단히 납품청구만 하면 필요한 모든 의약품을 필요한 때, 필요한 양만큼, 필요한 장소에, 신속 정확하게 배송함으로써, 의료기관의 의약품 구매일손(인건비 등)과 사무량(관리비 등)을 크게 감소․절약시켜 주고, 의료기관 내 의약품 보관 창고 면적을 최소화 또는 없어도 되도록 하며, 원내 의약품 물류까지 지원(물류비 등)하면서 실질적인 건물 면적 확대 효과를 제공해 의약품 원내 물류비 절감에도 기여한다.

따라서 제약사 직거래 보다 도매를 통한 의약품 유통은 쌍벌제 문제점 해법의 실마리가 될 뿐만 아니라 의약품 유통체계를 확립시킴으로써 국내 의약품산업 전체를 선진화시키는 단초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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