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춘홍
대한약사회 부회장

불법 리베이트 수수에 대한 쌍방처벌 조항을 담은 의료법, 약사법, 의료기기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여 오는 11월부터 시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본회의에 참석한 국회의원 194명 중 191명의 압도적 찬성으로 법안이 통과되었지만 사실, 보건의료와 관련해서 이 제도만큼 입법화 과정에서 우여곡절이 많았던 제도는 몇 없었다. 2008년, 2009년에 발의된 쌍벌제 법안은 심지어 소관 상임위인 보건복지위원회도 통과하지 못했었다.

그만큼 불법 리베이트를 주는 쪽과 받는 쪽 모두를 처벌하겠다는 쌍벌제는 거센 저항을 받았던 제도다. 정부에서 보험재정을 건전화하고 국민부담을 경감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란 판단 하에 과감히 드라이브를 걸어 이제 시행만을 앞두고 있지만 제도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선 아직도 많은 난관을 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쌍벌제 도입을 통해 정부가 이루고자 한 목적에는 충분히 공감하는 바다. 의약품 유통을 투명화하고 불법적 리베이트를 근절하여 국가와 국민에게 이로운 제도를 시행하겠다는데 반대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대한약사회 또한 제도도입 취지에 대해 공감한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그리고 대한약사회가 의약품 리베이트 쌍벌제 도입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했던 약품 결제기일 단축으로 인한 금융비용 합법화가 법안에 반영됨으로써 자칫 불합리하게 발생할 뻔했던 약국 경영상의 부담이 경감되었다. 약국입장에서 보면 금융비용의 인정여부가 약국의 정상적인 운영에 중요한 요인이었기 때문에 실로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사실 약국의 약품 결제기일 단축과정에서 발생하는 금융비용을 리베이트로 규정하기에는 많은 무리가 있었다. 특정 의약품 선택을 전제로 수수하는 불법성 리베이트와 대금 회전기일 단축으로 인한 이자비용 보상 성격의 금융비용이 동일하게 불법으로 규정되는 것은 의약품 유통 시장에 대한 이해부재와 선(先)결제를 통한 긍정적 경제효과를 간과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었다. 때문에 이번 금융비용 합법화는 의약품 시장의 거래활성화를 유도하게 될 환영할 만한 조치라 할 것이다.

민주당 최영희 의원은 이번 쌍벌제 도입은 “약국뿐만 아니라 제약산업에도 의약분업에 이어 또 다른 시대의 도래를 알리는 신호탄이 될 것이며, 의약품 리베이트 수명의 종지부를 찍는 획기적인 일이 될 것”이라 평가했다. 비단 제약산업 뿐만 아니라 일부 병원에서도 리베이트 없는 병원임을 공식적으로 천명하려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니 리베이트에서 자유로운 투명한 병원의 등장도 기대된다.

정부는 시행을 앞두고 있는 쌍벌죄 제도를 성공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해 제도 시행으로 인한 긍정적 효과를 적극 홍보하고 이해관계가 상충된 직능에 대한 설득작업을 지속적으로 진행해야 할 것이다. 또한 최영희 의원의 표현대로 쌍벌죄가 의약분업과 유사한 파급효과가 있다면 의약분업 도입당시 발생했던 엄청난 저항도 기억에서 끄집어내 충분히 대비해야 할 것이다. 제도가 성공하든 실패하든 그 손익은 결국 국민들의 몫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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