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규
고려의대 내과교수

본지 객원논설위원

복지부가 대학병원에 연구비를 지원한다고 한다. 연구비 지원은 교과부나 산자부 로부터만 있는 줄 알았는데 복지부에서 연구비를 준다니 반가운 일이다.

병원도 이제는 진료수입에 의존하지 말고 연구를 통한 기타수입에 눈을 돌려야 한다고 한다. 옳은 지적이다. 현재와 같은 낮은 수가와 규제로는 진료수입만으로 병원을 경영하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연구역량 강화를 통해 환자도 더 오게하고 외국연구비도 타오고 산학연계를 해서 의료산업도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능력이 되는 병원부터 먼저 지원을 하겠다고 한다. 그러면서 미국의 하버드부속 MCH나 엠디엔더슨암센터 그리고 일본의 예를 들었다. 미국은 정부가 주도해서 연구비를 지원하는 시스템이 아니니 “연구중심병원”이라는 개념은 아마도 일본의 제도인 것 같다.

일본의 제도는 배워야 할 점이 많지만 도입 시 유의해야 할 것들도 있다. 연구에서 핵심은 연구인력인데 일본은 “의국원”이라는 독특한 제도를 가지고 있다. 전공의 과정을 마치고 의국에 적을 두고 있는 일종의 fellow인데 한 과에 50~150명 정도가 근무한다. 근무기간도 짧게는 1년에서 길게는 십 수년씩의 경력자들이다. 일본은 교수가 적은 대신 교수의 진료와 연구를 도와주는 이러한 인력이 풍부하며 실재 대부분의 진료와 연구는 이들에 의하여 이루어진다.

일본의 대학병원 교수들은 우리처럼 환자를 많이 보지 않는다. 과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대략 한 번에 10~20명 정도이다. 30명이 넘는 환자를 보는 교수는 드물다. 환자가 없어서가 아니라 일본의 의료수가가 그 정도의 환자로도 병원을 운영할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일본은 큰 병원도 많지 않지만 우리나라처럼 구차하게 진료수입이 아닌 편의점의 임대 수입으로 병원 살림을 꾸리지 않아도 된다. 거기다가 사립대학 병원에게까지 일본정부는 매 년 일정액의 지원을 해주고 있다. 그래서 일본의 의대교수들은 우리나라 의대교수들처럼 새벽에 나와서 밤 늦게까지 일을 하지도 않고, 토·일요일 날 병원에 나와서 실험을 하지도 않는다.

연구에는 돈이 든다. 인력도, 공간도, 실험 장비도 돈이 있어야 가능하다. 그것도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인 지원이 있어야 한다. 정부의 연구비 지원은 고무적인 일에는 틀림없지만 한시적일 뿐만이 아니라 제한적이다. 병원이 의대교수들에게 자체적으로 연구비를 지원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지속가능한 전략이다. 그렇게하기 위해서는 의대교수들의 진료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 정부는 그것은 병원이 알아서 할 일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진료수입이 없이는 병원 경영이 어렵기 때문에 현재로는 병원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해결방법은 의료수가를 현실화하는 것이다. 3차 병원이 1차나 2차 병원에서 봐야 할 환자까지 진료를 하는 이유는 3차 병원에 올 중증환자만으로는 병원 경영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 상황에서는 복지부의 기대대로 외국의 연구비를 받는 것이 요원하다고 할 수 밖에 없다.

대학병원의 연구가 산업과 연계가 되려면 연구 결과물이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어야 한다. 쉽게 이야기해 돈을 벌 수 있어야 기업이 대학병원 연구에 투자한다는 말이다. 대학병원과 연계해 하는 산학연계연구의 대부분은 진료현장에서 진단이나 치료에 쓸 수 있는 기기나 시약, 약품의 개발이다. 기업들이 대학병원과 연구를 같이하려고 하는 이유는 그렇게 만들어진 기술들이 진료현장에서 쉽게 이용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의료보험재정의 문제로 이미 사용 중인 기술이나 기기, 약품들의 적용범위들도 줄여나가고 있는 중이다. 새로운 기술이 시장에 진입할 수 없는 구조인 셈이다. 그래서 기술의 우월성보다는 의료보험재정의 문제가 우선하는 상황이 해결되지 않는 한 연구중심병원의 연구 성과물 또한 시장에서 사장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복지부의 연구중심병원이 병원 단위에 연구비를 지원하는 새로운 발상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그런 좋은 발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의료제도의 전반적인 개선이 동시에 이루어져야만 가능하다. 모처럼의 좋은 의도가 여태까지의 정부정책처럼 “한건하기”식으로 끝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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