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형 규
고려의대 내과 교수

밴쿠버 동계올림픽이 끝났다. 스포츠에 대해 별 관심이 없었고 스케이팅에 대해 무지했던 나였지만 요 몇 주 동안은 행복했다. 그동안 즐겁고 때론 아쉬워했다.

난 피겨스케이팅이 그렇게 복잡한 경기인지 몰랐다. 그냥 예쁜 옷 입고 빙판 위에서 발레 하듯이 하면 되는 그런 것으로 알았다. 참 무식하기 그지없다고나 할까. 피겨스케이팅에서 꼭 해야 할 기술들이 그렇게 많고, 또 그 기술 하나하나를 음악과 접목시켜서 아름답게 표현하는 구성 프로그램이 왜 중요한지도 몰랐다. 아직도 나는 트리플 악셀이나 트리플 너츠의 차이를 모르지만 이번 경기를 통해 우리나라 빙상의 수준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것을 느꼈다. 그건 종합 성적 5위라는 좋은 성적 탓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선수들의 태도와 말들이 옛날에 보던 그런 모습들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미국의 스포츠기자가 평하듯이 100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한 걸출한 스포츠스타가 우리나라에서 탄생되었다는 것은 우리 모두의 자부심을 한껏 올리기에 충분 하였다.

아쉬운 면도 있다. 동계올림픽 종목은 15개라고 하는데 우리의 메달은 그 중 3개 분야에서만 나온 것이다. 나머지 12종목은 아예 출전을 하지 못하였거나 출전을 하였다하여도 결승까지 진출을 한 종목이 별로 없다.

차기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하여서는 꼭 풀어야 할 문제인 셈이다. 그러나 한편 생각하면 한정된 자원으로 단기간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소위 선택과 집중 전략이랄까.

이번 동계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낸 것에 대해 선수들의 우수한 자질과 노력, 가족들의 성원, 좋은 지도자 그리고 체계적인 지원들이 꼽힌다. 그러나 좋은 선수들을 발굴하고 좋은 지도자를 모시는 것도 어떻게 보면 체계적인 지원의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체계적인 지원이란 정부나 단체, 기업 등의 지원 등을 말한다. 사실 이번 빙상경기에서의 좋은 성적은 정부나 단체, 기업들의 꾸준한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하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단체, 기업과 정부의 체계적인 지원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올림픽에서의 금메달은 그 분야에서 최고의 기량을 가졌다는 뜻이다. 우리가 동계올림픽의 70여 개가 넘을 종목에서 금메달 6개, 은메달 6개, 동메달 2개를 땄다는 것은 최고의 기량을 가진 부분이 6개, 최고는 아니지만 그 정도의 기량을 갖는 부분이 6개(은), 그리고 3위에 해당하는 분야가 2개가 된다는 뜻이다. 전체 메달 수의 8%에 해당되는 것이고, 이 정도만 되어도 세계 5위가 된다.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의과대학에는 새로운 신입생들이 들어온다. 전국 수능성적 최상위에 속하는 학생들이니 우수한 학생들이다. 부모들의 지원 역시 결코 뒤지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사교육의 진원지로 불릴 정도로 지극하다. 의과대학의 교수 역시 다른 분야의 교수들에 비해 그리 역량에서 뒤진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그런데 아직 의료계에는 김연아 선수 같은 세계적인 스타가 없다. 의학이나 의료도 분야로 따지지만 동계올림픽만큼이나 분야나 부분이 많다. 그러나 의학이나 의료에서 우리가 금메달이라고 자신 있게 이야기 할 수 있는 분야가 몇 개나 되는지 모르겠다.

우수한 인재와 유능한 지도자가 있는 것은 우리 빙상스포츠계와 같은데 다른 것이 있다면 정부, 기업과 단체의 체계적인 지원이 없다는 점일 것이다.

사회와 정부는 의료계와 의학계의 발전을 위한다면서도 실제 내놓는 정책들의 대부분은 간섭과 규제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동계올림픽의 결과를 봐도 정부의 정책이 해당 분야의 발전에 얼마나 큰 영향을 기리는지를 다시 한 번 확인한 셈이다. 의료와 의학에서 금메달이 나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 지를 생각하게 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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