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훈 교수의 원 포인트 JCI - 29

모든 시술 행위는 반드시 철저한 동의서가 선행되어야 한다. 물론 우리나라의 모든 병원들이 동의서를 잘 받고 있지만 JCI가 원하는 동의서는 우리나라 병원들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동의서와는 내용면에서 많은 차이가 있다. 우리 병원도 동의서를 나름대로 잘 받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 부분은 문제가 안 될 것이라 생각했는데 역시나 문제가 있었다.

오래 전에 있었던 개인적 경험을 말하면 이런 일이 있었다. 응급실로 내원한 대퇴경부 골절 환자가 있었다. 준 응급에 해당하는 상황이라 환자를 위해서 입원 다음날 수술을 했고, 보호자들에게도 충분하게 설명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보호자가 결과가 안 좋았다고 소송을 걸어서 당해보니 자세하게 설명했다고 믿었던 동의서인데도 소송을 대비하면서 살펴보니 생각보다 자세하게 기술되어 있지 않았다는 것을 발견했다.

문제가 발생해서 다시 동의서를 뒤적거려 본 사람들은 아마도 나와 비슷한 경험을 했을 것이다. JCI는 이러한 문제를 개인의 역량의 문제로 보지 않는다. 즉, 자세하게 동의서를 받지 않은 것이 개인의 문제라고 하지 않고 시스템의 문제라고 지적한다는 것이다. 시술의 목적, 시술 과정 중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 시술 후 발생 가능한 합병증 그리고 시술을 안했을 때 예상되는 문제와 시술 이외의 차선책은 무엇인가 등을 체크리스트(check list) 형식으로 기술되어 있는 동의서를 요구한다.

이렇게 하면 꼼꼼한 사람이건 아니건 간에 일관성 있는 수준의 동의서를 받을 수 있고, 환자도 충분한 설명을 들을 수 있게 된다. 각 과별로 그리고 각 전문 분야 별로 시술 행위가 각기 다르기 때문에 수많은 종류의 동의서가 만들어져야 하고, 이것들은 모두 병원의 전산 시스템에 등록이 돼서 어디서나 쉽게 출력해서 작성할 수 있어야 한다.

마취와 관련된 동의서도 다양하게 준비되어야 하는데 이 또한 체크리스트 형식으로 만드는 것이 효율적이다. 유심히 살펴야 하는 것은 분명 모든 분야의 동의서를 다 구비했다고 생각했는데도 의외로 동의서가 필요한 곳인데 빠뜨리는 곳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 고대안암병원 QI위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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