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훈 교수의 원 포인트 JCI - 18

지난 2000년 이후 한국 의료계는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 그 가운데 하나로 병원 내 QI 활동을 꼽을 수 있다. 경쟁적으로 병상을 늘리는 것만이 병원을 키우는 유일한 방법으로 생각하는 의료계의 문화와 어떻게든 인력을 늘리지 않는 것이 최상의 경영이라는 근거 없는 논리 때문인지 병원의 발전은 바로 환자의 안전과 의료의 질 개선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QI 활동은 좀처럼 자리 잡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의료기관 평가라는 제도가 생기면서 조금씩 QI 활동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지만 진정 필요성을 느끼는 사람들은 극소수 일 것이고, 아직도 QI 활동은 마지못해 하는 활동 정도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매출대비 수익률이 형편없는 병원 수익구조를 본다면 당장 수익을 내는 것과 무관해 보이는 이 분야에 인력을 투자한다는 것이 선뜻 내키지 않는 다는 것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JCI 인증을 준비하면서 만나는 JCI 관련자들이 끊임없이 주장하는 말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safety is effective”라는 말이다. 구체적으로 알려진 바는 없지만 우리나라 병원들이 알게 모르게 의료 사고로 인해 지출하는 비용은 아마도 상당할 것이다.

이러한 형국임에도 불구하고 안전한 진료 환경의 개선을 위해 일하는 QI 활동이 주목 받지 못하는 이유는 의료사고가 시스템의 문제가 아닌 개인의 역량 문제라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다시 말해서 의료사고는 어쩔 수 없이 감수해야만 하는 필연적인 사고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필자가 JCI 인증을 준비하면서 정확하게 인지한 사실은 의료의 질을 개선하고 진료의 안전성을 도모하려는 QI 활동이야 말로 의료 사고를 줄일 수 있고 그로인해 병원 경영을 개선시킬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활동이라는 것이다.

다행히 최근 들어서는 QI 활동을 제대로 하는 병원들이 늘고 있고, 이 분야에 지대한 관심을 갖는 병원 경영자들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JCI는 QI 활동의 집대성이라 할 정도로 해당 병원의 QI 활동에 주목한다. 반드시 제시해야만 하는 QI 활동 지표도 있고, 병원 경영자 다음으로 JCI survey팀들이 찾는 사람들이 바로 QI 관계자들이다. 당장 가시적인 성과가 있지도 않고 준비 과정도 길고 여러 부서가 연관되기 때문에 인증 시점 훨씬 이전부터 QI 관련 JCI 준비가 잘 되기가 쉽지 않다.

QI 직원들은 병원 내 다른 부서의 JCI 활동을 챙기느라 임박해서 허둥지둥 몰아서 QI 활동 상황을 정리하게 되는데, 그러면 안 된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JCI 인증을 준비하는 모든 병원의 병원장 이하 보직자들께 간곡히 드릴 말씀은 QI 활동은 JCI 인증과 연관이 있든 없든 간에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독려해야 할 부분이라는 것이다.

< 고대안암병원 QI위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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