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훈 교수의 원 포인트 JCI - 15

‘verbal order’라는 것이 있다. 어디서는 ‘phone order’라고도 하는데 우리말로는 ‘구두 처방’이라고 하는 것이다. 의사들이 전화로 또는 말로 간호사에게 지시하는 것인데 아주 흔하게 발생되는 처방의 한 형태이다.

주로 투약과 검사가 해당되는데 아침시간 회진을 돌고 나면 전공의들은 스태프(staff)들이 지시한 사항들을 실행에 빨리 옮기기 위해 컴퓨터 앞에 앉아서 차분히 정리하면서 처방을 내기 보다는 마음이 급하다 보니 전화로 간호사에게 이것저것 주문을 한다. 지금도 우리나라 대부분의 병원에서 흔히 보는 일들이라 이것이 뭐 잘못일까 하는 생각을 갖기 쉽다.

그런데 JCI는 응급 상황을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구두 처방은 금지하고 있다. 구두 처방은 오더가 불명확하기 때문에 의료 사고로 직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구두 처방으로 인한 실수가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이로 인한 의료 사고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near miss’ 즉 우리말로 ‘아차 사고’라고 하는 것이 있는데 이는 시행 직전에 문제점을 발견해서 실제로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은 것을 말하는데 이런 것들이 대개 불분명한 구두 처방들에서 비롯되는 것들이 많다고 본다. 특히 약제의 용량은 자칫하면 구두 처방을 지시한 전공의와 간호사 모두가 익숙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 주사약의 용량 단위 하나만 잘못 되어도 생각만 해도 끔직한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JCI 규정은 앞에서 언급한 대로 원칙적으로 응급이 아니면 구두 처방은 금지고, 부득이 하게 발생하는 경우에는 다음과 같이 하기를 권한다. 전화를 받은 간호사는 들은 내용을 받아 적고 적은 내용을 오더를 낸 의료진에게 재확인을 하는 것이다. 이는 마치 은행 거래를 할 때 계좌번호를 부르라하고 받아 적은 뒤 적은 내용을 읽고 상대로 하여금 확인하는 것과 똑같은 방식이다. 소위 말하는 ‘written down and read back system’이라는 것이다. 일상에서는 중요한 사안에 대해서 그렇게 하면서도 병원에서는 이러한 과정이 생략된다는 것은 결국 안전 불감증의 또 다른 모습이라고 할 것이다.

불가피하게 내려진 구두 처방은 반드시 24시간 이내에 반드시 정식으로 처방란에 기록하고, 자기가 한 구두 처방 목록에 서명을 해야 한다. 그러니 어차피 써야 할 것을 서명하랴 다시 내랴 귀찮아서라도 구두 처방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명심할 것은 만일 구두 처방을 내린 당시 상황이 응급 상황이 아니라면 아무리 과정이 완벽했더라도 감점이 된다는 것이다.
< 고대안암병원 QI위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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