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훈 교수의 원 포인트 JCI - 13

입원 환자에게 투약을 하는 모습을 보자. 다른 병원은 지금 어떻게 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 날 투여할 약들은 아침에 병동으로 올라온다. 하루 세 번 복용하는 약의 경우 세 봉지가 환자에게 전달되었다.

JCI 인증을 준비하면서 우리 병원의 환자들은 하루 3회 복용의 약이 한꺼번에 병동으로 올라오는 것이 아니라 매회 투여 직전에 병동으로 배달된다. 병동에서는 단 한 번의 투약제 이외에는 어떠한 여분의 약도 존재 하지 않는다. 전에는 약은 배달되었는데 사정이 생겨서 투약되지 않은 약은 그대로 병동에 여분의 약으로 남아 있었는데 지금은 일체의 불필요한 약은 여분으로 비치하지 않는다.

심사단은 병동의 서랍을 다 열어본다. 심지어는 간호사 휴식 공간도 들어가 볼 수 있는데 혹 여분의 약이 발견되면 치명타를 맞는다. 지금은 그런 일이 없지만 예전에는 종종 제약사 직원들이 샘플약이라고 놓고 가는 경우가 있었는데 이런 약이 돌아다니는 것은 상상을 못하는 일이다. 현실적으로 병동에는 약간의 prn 약이 있기는 한데 이도 철저하게 관리되어야 하고 가급적이면 비치하지 않는 것이 좋다.

투여되는 모든 약의 봉지에는 약의 내용물이 무엇인지 적혀있어야 한다. 모든 약봉지는 투명해서 약이 보이고 겉봉에는 환자의 이름과 생년월일 그리고 약의 이름과 용량이 적혀있게 되는 것이다. 이 정도면 절대로 약이 바뀔 리가 없다고 생각하고 만반의 준비를 했건만 모든 약을 한 봉에 담지 말라는 권고를 받았다. 즉 세 가지의 약이 들어있다면 세 개의 봉지에 약을 한 알씩 따로 담으라는 것이다. 그리고 각각의 봉지에는 환자의 이름과 생년월일, 약 이름과 용량이 적혀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왜 각각의 약을 따로 포장해야 하느냐”고 질문하자 간호사가 여러 가지 약을 확실하게 구분하기 어렵다는 것이 이유라고 들었다.

병동마다 약제의 성상이 그려진 책자를 구비했어도 안 된다는 것이다. 이 부분은 조금 이상하기는 했지만 심사자가 그렇다고 하니 뭐 할 말이 없다. 아마도 현재 JCI 인증을 준비하는 대부분의 병원들도 우리가 생각했던 방식으로 준비를 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

명심하시라. 당장의 치료와 관련이 없는 여분의 약은 있어서 안 되고 반드시 모든 약은 낱개로 포장하고 각각의 포장에는 정확한 성명과 생년월일로 표기돼 한다는 점. 그리고 간호사들이 어떠한 방식으로 약을 구분하는지에 대한 답변을 나름대로 강구해 놓아야 한다.

< 고대안암병원 QI위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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