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JCI가 단연 화두다. JCI는 ‘국제의료기관평가위원회(Joint Commission International)’의 약자로, JCI 인증은 곧 세계가 ‘가장 안전한 병원(Global Safety)’을 공식 인정하는 셈이다. 최근 들어 우리 국민들도 병원감염 차단 등 안전한 병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병원들도 이에 부응하려는 추세가 뚜렷하다.

이에 본지는 고려대 안암병원이 지난 8월 JCI 인증을 획득하는데 기여한 박종훈 고대 안암병원 QI위원장(정형외과․사진)의 현장감 있는 집필내용을, “원 포인트 JCI”를 통해 연재한다.

이번 연재물은 원칙적으로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두 차례 게재되며,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만화가 박지훈 화백의 삽화도 곁들인다. 독자여러분들의 열독을 기대한다. <편집자 주>

대부분의 사람들은 늘 상 하는 일상의 일에 대해서는 무엇이 잘못인지를 뒤돌아보지 못한다. 동일한 문화권에 산 사람의 경우 설령 외국의 다른 문화를 접할 기회가 있었어도 자신의 문화권으로 돌아오면 역시 마찬가지다. 외국의 좋은 병원을 견학해 봐도 그들이 우리보다 특별히 나아 보이지 않는 것은 우리식의 관점에서 그들을 보기 때문일 것이다. 과연 우리는 외국 병원들이 우리와 비슷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잘 하고 있는 것일까?

검사를 위해서 의료진이 준 약을 먹고 자는 아이가 있다. 엄마는 자는 아이를 환자 대기실에 누이고 검사 순서를 기다린다. 검사를 마치고 나오면 엄마는 아직도 자는 아이를 다시 대기실에 누이고 깨기를 기다린다. 화장실이 급하면 엎드려 자는 아이를 주변 사람들에게 잠시 봐 달라고 하고 다녀온다. 약물로 아이를 재우고는 검사의 전 과정을 통해서 아이를 돌보는 의료진은 없다. 아이의 상태를 모니터링 한다는 것은 아예 생각지도 못한다. 운이 나쁘면 아이가 토할 수도 있고, 그 결과 기도가 막혀서 사망 할 수도 있는 위험한 순간이 아무렇지도 않은 듯 지금도 아마 모든 병원들에서 비슷한 모습들이 벌어지고 있을 것이다. 아이에게 문제가 생기면 병원은 그제야 누구의 잘못인지를 따지기 시작하고, 늘 하던 일인데 운이 없었다라고 생각하는 책임을 떠안는 의사가 생기는 것이다. 보호자는 병원에서 피켓 시위를 하고 병원 행정 직원은 사태 수습에 정신이 없어지며 신문 기자는 의료사고로 글을 쓴다. 이 과정 그 어디에도 이것이 혹시 시스템의 문제는 아닌가라는 고민을 하는 사람은 없다. 늘 그렇듯이 운이 없었고 재수가 없었을 따름이라고 생각한다.

필자가 JCI(국제의료기관평가) 인증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준비를 하면서 미국인들의 사고로 우리 병원을 들여다보니 이건 뭐 구석구석이 의료사고 준비 장소더라는 것이다. 진정 환자를 위하는 병원이라면 굳이 우리가 지향해야 하는 병원은 수 천 병상을 자랑하고 로비에 스타벅스, 중식당 그리고 은행이 있는 그런 병원일 필요가 없는데 모두들 보여 지는 것에만 치우쳐서 전국의 대형 병원들이 몸집 불리기에만 골몰하고 있다. 이제는 환자의 안전을 고민하는 병원이 좋은 병원이라는 의료 패러다임의 변화를 기대하면서 JCI 인증을 준비하거나 그 시스템을 이해하고자 하는 분들을 위해 JCI 인증 과정에서 보고 느낀 바를 쓰기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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