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 대표 뉴스 - 자매지 일간보사
의학신문
상단여백
HOME 기획연재 김원곤 교수의 미니 술이야기
잉카의 영혼 “피스코”

페루 국민주 ‘피스코’ 토기 이름서 유래

다양한 포도 종류를 사용하여 4종 생산

사이먼과 가펑클의 노래로 세계적으로 알려진 엘콘도르파사(El Condor Pasa)의 땅, 스페인정복자들의 황금야욕을 끝없이 부추겼던 엘도라도(El Dorado)의 땅 페루는 찬란한 잉카문명을 꽃피웠던 곳으로 유명한 나라다.

16세기 스페인의 정복자 프란시스코 피사로(Francisco Pizarro)가 이끄는 200명도 채 되지 않은 병력에 허무하게 무너졌던 잉카제국은 그 후 무려 300년 동안 스페인의 식민지로서 그들의 지배를 받는 아픔을 겪는다. 그러나 1821년 스페인으로부터 칠레를 해방시킨 아르헨티나의 산 마르틴(Jose de San Martin) 장군이 리마로 들어와 페루의 독립을 선포한 뒤, 산 마르틴의 동맹 요청을 받은 콜롬비아의 혁명가 시몬 볼리바르(Simon Bolivar)가 다시 리마에 입성하여 1824년 아야쿠초 전투에서 스페인군을 격파함으로써 독립을 달성하게 된다.

현대에 들어서는 1990년 대통령으로 당선된 일본계 후지모리(Alberto Fujimori) 대통령에 관련된 스캔들과 정변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의 많은 관심을 끌기도 하였다.

이런 배경을 가진 페루에 우리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는 유명한 국민주가 하나 있다. ‘피스코(Pisco)’라는 이름을 가진 술이 바로 그것이다.

피스코는 한마디로 말하자면 포도로 만든 증류주인 브랜디의 일종이다. 이 술은 원래 16세기경 스페인 정복자들이 고향의 브랜디 맛을 현지에서 값싼 비용으로 만들어 마시기 위해 개발된 것이다. 피스코라는 이름 자체는 이 술을 담아 두었던 토기 이름에서 유래되었는데 이는 또한 생산 지역의 이름이기도 하다.

페루의 피스코는 지역에서 생산되는 다양한 포도 종류를 사용하여 만든다. 구체적으로는 비방향성(nonaromatic) 포도종류인 Quebranta, Common Black, Mollar, Uvina와 방향성(aromatic) 포도 종류인 Italia, Muscat, Albilla, Torontel 등을 이용한다.

피스코에는 크게 4종류가 있다. 첫 번째는 퓨어(Pure) 타입으로 반드시 한 종류의 포도 종류로 만들어진다, 주로 꿰브란타(Quebranta) 종을 사용하는데 모야르(Mollar)나 콤먼 블랙(common black)이 사용되기도 한다.

두 번째는 방향형(aromatic type)이다. 이 종류는 방향형 포도 품종인 무스카트(Muscat)를 주로 사용하는데, 알비야(Albilla)나 이탈리아(Italia) 그리고 또론텔(Torontel) 종이 사용되기도 한다. 이 종류 역시 퓨어 타입과 마찬가지로 한 품종의 포도만이 사용된다.

피스코, 유리·스테인리스 스틸서 3개월 이상 저장

병입前 첨가제 사용 금지…‘남미 국민주’ 손색 없어

세 번째로는 모스토 베르데(Mosto Verde)라는 종류가 있다. 영어로는 green must라는 뜻이 되는데, 완전히 숙성시키지 않은 포도즙이란 의미가 된다. 즉 포도즙의 당분이 알코올로 완전히 발효되지 않은 상태에서 증류를 시켜 나름대로의 특징적인 맛을 표현하는 방법이 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아코라도(acholado)라는 형태가 있다. 이는 두 가지 이상의 포도 품종을 섞어 만든 피스코를 말한다.

피스코는 법적으로 유리 또는 스테인리스 스틸에서 적어도 3개월 이상 저장해야 한다. 이외의 용기에서도 보관할 수 있지만 용기가 술의 물리적, 화학적, 기질적 성상을 변화시키지 않는 성분이어야 한다. 이 때문에 피스코는 숙성 제품에서도 위스키나 꼬냑 등에서와 같은 나무향이나 색깔의 변화를 볼 수 없다. 그리고 병입 전에 술의 특성과 알코올 농도를 변화시킬 수 있는 첨가제의 사용도 일절 금하고 있다. 피스코는 증류주의 특성상 38~48도 사이의 비교적 높은 알코올 농도를 지닌다.

현재 피스코는 미묘한, 역사적 지역적 관계 때문에 페루와 칠레가 각각 국민주로서 그 나름대로의 기득권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피스코에 대한 이 두 나라의 싸움은 우리의 일반적인 생각을 초월할 정도로 예민한 대립을 보이고 있다. 역사적으로 보면 과거 피스코를 생산하던 지역은 스페인 지배 하에서는 하나의 행정구역이었지만 뒷날 이 지역이 페루와 칠레로 나누어지면서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칠레의 피스코도, 페루의 피스코와 큰 테두리에서는 같은 술이지만 구체적으로는 여러 가지 면에서 차이를 보인다.

그리고 이 두 나라처럼 첨예화된 이해관계에 있지는 않지만 이웃 볼리비아에서도 가장 애용되고 있는 술의 하나이니 피스코는 가히 남미 국민주의 대표 주자로 불려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만일 여러분들이 페루나 혹시 칠레나 볼리비아 등지를 여행할 기회 가지게 될 때 피스코 맛볼 기회를 놓친다면 여행의 귀중한 즐거움을 하나 잃어버리는 일이 될 것이다.

[사진1]페루의 전통 토기로 만든 피스코 미니어처들.

[사진2]잉카의 얼굴을 느낄 수 있는 피스코 미니어처들.

곽수연 기자  yeon8045@nate.com

<저작권자 © 의학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곽수연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포토뉴스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