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오크통서 2년 이상 숙성…알코올 농도 40% 유지
켄터키주 생산 제품만 위스키 명칭에 지역명 표시

코카콜라, 햄버거, 청바지 등 이러한 말들이 개인적인 호불호에 관계없이 오늘날 자타가 인정하는 미국 문화의 아이콘을 형성하는 단어들이라면 술에 관한한 ‘버번위스키(Bourbon Whiskey)’가 이들과 어깨를 견줄만한 미국의 한 문화 코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비록 전통적 품격이나 세계적 명성의 측면에서는 스코틀랜드의 자존심인 ‘스카치위스키’에 못 미친다고 하더라도 그 대중성이나 보편성의 측면에서는 결코 그 위세가 뒤지지 않는 것이 바로 버번위스키이다.
버번위스키는 18세기 중반 당시 미국의 독립정부가 재정 확보를 위해 위스키에 대한 세금을 과중하게 부과하자 이에 반발하여 동부의 증류업자들이 오늘날의 켄터키주로 이전한 것이 탄생의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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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 버번위스키 제품들. 사진 왼쪽은 가장 판매량이 높은 짐빔(Jim Beam) 미니어처(50ml, 40%)이고, 오른쪽은 독특한 병 디자인으로 유명한 메이커즈 마크(Maker’s Mark) 미니어처(50ml, 45%)이다.

이들 증류업자들은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 출신들로 고향에서 습득한 증류기술을 이용하여 주로 펜실베니아주 서부 지역을 중심으로 술을 만들어 생계를 유지하던 사람들이였다. 새로운 지역에 정착한 그들은 그 곳에서 흔히 재배되고 있던 곡물인 옥수수를 활용하여 위스키를 만들기 시작하였는데 이것이 바로 버번위스키의 효시가 된다.

버번위스키란 이름은 그때 위스키의 생산 지역이던 버번군(Bourbon County)의 이름을 따서 만들어진 것인데, 이 지역은 당시에는 버지니아주에 소속되어 있었으나 그 후 몇 차례의 행정구역 개편에 따라 오늘날에는 켄터키주에 속하게 되었다. 버번이란 이름 자체는 프랑스의 왕조였던 부르봉(Bourbon) 왕가를 기려서 마을 이름을 지은 데에 유래된 것이다. 그런데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오늘날 실제 켄터키주의 버번군에서는 버번위스키를 증류하는 회사는 존재하지 않고 모두 인근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이다.

버번위스키의 탄생에 기여한 것으로 목사인 엘리자 크레이그(Elijah Craig)를 비롯하여 구체적으로 몇 사람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지만 현재 명확하게 밝혀진 것은 없다. 사실 이런 종류의 술은 어떤 특정 개인의 개발품이라기보다는 불특정 다수의 노력과 지혜가 모인 결과로 보는 것이 훨씬 논리적인 추론일 것이다.

일반적으로 버번위스키라고 부를 때는 대부분 스트레이트 버번위스키(straight Bourbon whiskey)를 의미한다. 미국의 관련 법규에 의하면 “옥수수가 적어도 51% 이상 혼합된 곡물을 발효시켜 만든 양조주를 증류하여 80% 이하의 증류액을 만든 다음, 안쪽을 불로 그을린 새 오크통(charred new white oak)에서 적어도 2년 이상 숙성시켜 알코올 농도 40% 이상으로 병입한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때 일체의 첨가물 사용이 허용되지 않는다(사진 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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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숙성 버번위스키들. 사진 왼쪽은 놉 크릭(Knob Creek)이라는 9년 숙성제품의 미니어처(50ml, 50%)이고, 오른쪽은 하퍼(I.W.Harper)라는 15년된 숙성제품의 미니어처(50ml, 40%)이다.

스트레이트 버번위스키에 대비되는 것에 혼합 버번위스키(blended Bourbon whiskey)라는 제품이 있다. 이 제품에서는 적어도 51% 이상의 스트레이트 버번위스키만 사용하면 나머지 부분은 주정(natural grain spirits)을 사용할 수 있으며, 향과 맛을 보완하기 위한 첨가제 사용도 허용된다. 다르게 말하면 버번위스키를 보다 저렴하게 만든 종류로 생각하면 될 것이다.

앞서 말한 스트레이트 버번위스키에 대한 법적 규정은 일종의 최소한의 규정이다. 그러나 실제 대부분의 회사들은 이러한 규정에 관계없이 보다 경쟁력을 갖기위해 이러한 규정들을 상회하는 제품들을 생산하고 있다.

예를 들면 규정상 옥수수 함량이 51% 이상이라고 되어 있지만 실제 거의 모든 회사들이 65~75%의 옥수수를 혼합하고 있다. 또 80% 이하의 알코올 농도를 가진 증류액을 만들면 된다는 규정에 있어서도 실제 많은 회사들이 이 보다 훨씬 알코올 농도가 낮은 증류액을 얻고 있다. 일부 회사들은 55% 알코올 농도의 증류액까지 만들고 있다. 증류액의 최초 알코올 농도가 중요한 이유는 알코올 농도가 낮을수록 최종적으로 묵직하고 풍미가 있으며, 곡물의 특성이 더욱 들어나는 제품이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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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터키주 이외의 지역에서 생산되는 버번위스키 제품들. 사진 왼쪽은 버지니아주에서 생산된 제품의 미니어처(50ml, 45%)이고, 오른쪽은 일리노이주 버번위스키의 미니어처(50ml, 40%)이다. 생산연도가 비교적 오래된 두 제품 모두에서 지역명 없이 그냥 ‘Straight Bourbon Whiskey’로만 표기된 것을 볼 수 있다.

그리고 2년이라는 의무 오크통 숙성 기간에 관계없이 보통 4년 이상 숙성 제품을 만들고 있다. 심지어 한 오크통에서 숙성 시킨 증류액 만으로 만든 싱글배럴 버번(single barrel Bourbon)이나 소수의 선택된 오크통 증류액 만을 혼합시켜 만든 싱글배치 버번(single batch Bourbon)의 경우 적어도 6년 또는 그 이상 까지 오크통에서 숙성시키기도 한다(사진 11-2). 다만 스카치위스키와는 달리 수십년간 장기간 숙성시키는 것은 지나친 오크통 향으로 인해 버번위스키 특유의 특성이 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일부 제품을 제외하고는 거의 하지 않고 있다.
버번위스키는 법적으로 규정만 지키기만 하면 켄터키 이외의 지역에서도 만들 수가 있으나 실제 약 90% 이상의 제품이 켄터키주에서 생산되고 있다(사진 11-3). 그리고 켄터키주에서 생산되는 제품만 버번위스키 명칭 앞에 지역명을 표시할 수가 있는데 오늘날 우리가 접하게 되는 ‘Kentucky Straight Bourbon Whiskey’라는 상표가 바로 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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