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트’ 포르투갈 대표 술…식후주로 각광 받아
‘빈티지 포트’ 병속서도 숙성 진행…‘깊은 맛’ 특징

포르투갈은 유럽의 서쪽 이베리아 반도에 위치하고 있는 남한보다도 면적이 조금 작은 나라다. 인구도 겨우 1천만 명을 조금 넘는 정도이다. 그러나 포르투갈은 작은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과거 역사적으로 대항해시대라는 새로운 시대를 여는 찬란한 위업을 이룬 바 있다.

15세기 초 당시 엔리케 왕자의 지도력 아래 진행된 포르투갈의 대양 탐험은 비록 그 근본 목적이 상업적이긴 하였으나 세계사의 새로운 지평을 연 크나큰 개가였다. 우리도 익히 알고 있는 바스코다가마의 인도항로 개척, 그리고 비록 스페인의 지원 아래 수행되었지만 세계 최초의 지구일주 항해에 성공한 마젤란도 바로 포르투갈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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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은 또 축구로도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다. 아마 어느 정도 나이가 든 사람들은 1970년 우리나라에도 방문하여 강력한 인상을 남겼던 벤피카 팀의 검은 표범 에우제비오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또 오늘날 최고의 축수스타로 꼽히고 있는 맨체스타 유나이티드의 호나우도도 바로 포르투갈 사람이다.

아무튼 이런 배경을 가진 포르투갈은 그 찬란하고도 짧지 않은 역사만큼 음주문화에서도 결코 뒤지지 않는 전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아무래도 포르투갈의 술을 전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지게 만든 것은 바로 ‘포트(Port)’라는 술일 것이다.

포트는 실로 포르투갈이 자랑하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강화와인(fortified wine) 중의 하나다. 강화와인이란 와인의 제조과정에서 어떤 형태로던 높은 도수의 술을 첨가하여 전체적으로 알코올 도수를 17~24% 정도로 올린 것을 말한다. 이때 첨가하는 술은 주로 브랜디를 사용한다. 포트의 경우 와인 발효 중에 브랜디를 첨가하게 된다. 그러면 높은 알코올 농도로 효모 작용이 억제되어 더 이상의 발효가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그때까지 발효되지 않고 있던 와인 속의 당분이 그대로 남게 되어 결과적으로 단 맛이 강한 강화와인이 만들어 지게 되는 것이다. 포트와인의 단 맛은 설탕의 가벼운 단 맛과는 전혀 차원이 다른 매우 매혹적인 깊이를 가진 것으로 그야말로 감로주로 불릴만한 매력을 가지고 있어 세계 각지에서 최고의 식후주로 큰 각광을 받고 있다.

앞서 대항해시대의 개척자로서의 포르투갈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당시 포르투갈이 바다를 통해 멀리 동북아 지역까지 진출하였을 때 처음 만났던 나라가 바로 일본이었다. 그때 포르투갈 선원들이 배에 싣고 온 포트와인이 당연히 일본인들에게 소개되었고, 달콤한 이 술을 맛본 일본인들의 뇌리에는 자연스럽게 포도주는 단 것이라는 인상이 강력하게 새겨지게 되었다. 이 때문에 그 후 포트를 모방하여 일본에서 만들어진 포도주에는 오래 동안 설탕을 가미한 강한 단 맛의 술이 주종을 이룰 수밖에 없었다. 이는 근대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일본의 영양을 받게 된 우리나라에도 그대로 전파되어 외국산 와인의 수입이 보편화되기 시작한 얼마 전 까지만 해도 포도주는 단 맛이 나는 술이라는 인식이 강하였다.

포르투갈 내에서 포트를 생산하는 지역은 포르투갈의 제2 도시인 포르또(Porto)이다. 이 도시는 대서양으로 바로 연결되는 두오로(Duoro) 강이라는 아름다운 강을 끼고 있으면서, 지금도 옛 모습을 많이 간직하고 있는 아름다운 도시다. 포트란 용어도 결국 이 도시의 이름에서 유래된 것인데, 사실 포트 생산지역의 정확한 위치는 포트시 맞은편에 두오로강과 연해있는 빌라노바데가이아(Vila Nova de Gaia)라는 작은 마을이다. 어쨌든 포트와인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한 포르투갈 사람들은 포트라는 애매한(?) 외래 용어 대신 ‘포르또’라는 자국 고유의 용어 사용을 강력히 고집하고 있다. 이 때문에 오리지널 포르투갈 산 포트와인에는 모두 제품명에 ‘Port’ 대신 ‘Porto’란 명칭이 적혀있다.

포트란 술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상당히 복잡하게 여러 종류가 있어 금방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면 포트와인의 이해를 위해 그 종류에 관해 좀 더 알아보기로 하자.

먼저 포트와인은 색깔에 따라 ‘White Port’와 ‘Red Port’로 나눠 볼 수 있다. 그러나 청포도로 만든 White Port는 최근에 개발된 제품으로서 잘 알려져 있지 않은데다 맛도 전통적인 Red Port와는 차이가 많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포트와인이라고 하면 자동적으로 Red Port 제품을 가리키는 것이 보통이다.

Red Port의 종류는 생각보다 복잡한데, 일단 생산연도가 표시된 제품과 그렇지 않은 제품으로 크게 나누어 생각하면 이해에 도움이 된다. 일반적으로 생산연도 표시가 없는 제품들을 흔히 볼 수 있는데 여기에는 색깔에 따라 ‘루비(Ruby)’와 ‘토니(Tawny)’라는 두 종류가 있다.

루비는 글자 그대로 루비와 같이 밝은 적색이 나는 포트를 말한다. 이러한 색깔은 큰 나무통에서 비교적 짧게 숙성시켜 와인의 산화가 덜 일어난 상태에서 생기게 된다. 맛도 다음에 설명하는 토니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신선하고 산뜻한 맛이 느껴지는 것이 특징이다.

토니는 루비와 다르게 작은 나무통에서 적극적으로 산화 과정을 거치게 한 제품으로 숙성 기간도 상대적으로 길다. 따라서 술의 색깔도 황갈색(토니)을 띄게 된다. 맛도 깊고 루비에 비해 묵직한 느낌을 준다. 토니는 장기 숙성이 가능하여 시장에는 회사에 따라 10년, 20년, 30년, 40년 숙성 제품 등이 출시되고 있다.

첫 번째 사진(사진 8-1)의 왼쪽은 루비 제품의 50ml 미니어처이다. 그리고 오른쪽은 회사는 다르지만 토니 제품으로 역시 50ml 미니어처이다. 루비와 토니의 색깔 차이를 확연히 알 수 있다.

다음으로 포트와인 중에서 생산연도가 표시되는 종류가 있는데, 여기에는 ‘Vintage Port’와 ‘Late Bottled Vintage’가 대표적인 제품들이다.

먼저 ‘Vintage Port’는 포트와인의 꽃으로도 불리는 최고급 포트와인이다. 이 술은 특정 연도(빈티지)의 포도를 엄선해 만든다. 양조 후에는 나무통에서 2년 정도 숙성시킨 뒤 병입하는데, 이때 별도의 여과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 따라서 효모 등 와인의 성분이 그대로 살아있기 때문에 병 속에서도 계속 숙성이 진행되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장기 숙성 제품의 경우 대단히 깊은 맛을 자랑한다. 다만 이 술은 여과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병에 찌꺼기가 남아있게 된다. 이 때문에 이 술은 마시기 전에 반드시 디캔팅이 필요한 대표적 와인 중의 하나이다.

‘Late Bottled Vintage(LBV)’는 글자 그대로 앞서 말한 정식 Vintage 제품에 비해 병입을 늦게 한 제품을 말한다. 즉 보통 나무통에서 4~7년 숙성시킨 후 병입을 한다. 이 술은 보통 병입 시 여과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병입 후 숙성 과정을 기다릴 필요 없이 바로 마실 수 있다. 오래 동안 보관해야만 하는 빈티지 포트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고안된 일종의 상업적 절충 제품으로 볼 수 있다. 사진의 50ml 미니어처들은 모두 2000년 산 LBV들이다(사진 8-2).

포트와인은 현재 다양한 종류가 국내에도 수입되고 있다. 여러분들도 기회가 되면 식후에 포트와인을 한 잔 음미해 보는 것은 어떨지? 혹시 대항해시대의 바다 바람에 실려 오는 것과 같은 감미로운 향이 문득 느껴질지도 모르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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