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지구 의사보호법안

AMA, 재난지구서 봉사하는 의료인 법적 보호조치 강화
UEVHPA법안, 재난기간 환자치료 종사하는 의사 보호

영웅의사를 살인범 취급

▲ 김일훈 박사
在美 내과 전문의, 의사평론가
2008년도 여름철엔 미국남부 해변지역에서 여러 가지 이름(구스타브, 한나, 아이크, 나나 등)으로 불리는 많은 허리케인(태풍)경보는 특히 해당지구 의사들을 긴장시켰다.
미국역사상 최악의 재앙이라 할 수 있는 2005년 8월말 뉴올리언스를 강타한 허리케인 ‘카타리나’ 당시 희생적으로 봉사한 여의사 Dr. Pou(50세. 루이지어나 주립대학 이비인후과 교수) 구속사건이 있었기 때문이다.
카타리나 태풍 이후 1년이 지난 2006년 7월 18일, 루이지어나주 검찰이 닥터 Pou와 간호사 2명을 ‘살인범’으로 구속한 사건은 의사들을 분노케 했다.
환자에게 치사량의 약제를 주사하라는 닥터 Pou의 지시에 따라 간호사 2명이 주사함으로서 환자 4명이 죽게 된 이 사건을 ‘안락사’가 아닌 명백한 살인행위라 단죄하고서 이들은 ‘제2급살인’ 혐의로 체포되었던 것이다.

체포발표와 동시에 루이지어나주 의료계에서 심한 반발이 일어났다. “대부분 의료인이 도망가는 과혹한 상황 속에 남아서 헌신적으로 환자케어에 고군분투한 영웅들을 체포하다니, 말도 안 된다”고 검찰당국에 비난이 쏟아졌다.
뉴올리언스 시 전체가 허리케인 피해로 주위에서 고립되고, 닥터 Pou가 근무하는 메모리얼 메디컬센터도 홍수가운데 고립되어, 전기와 수돗물공급이 끊어지고 병원내 기온이 화씨 100도(약 섭씨 37.8도)까지 올라가는 혹독한 환경에서 많은 환자들이 탈수증으로 죽어가는 가운데서 그들은 간신히 입원환자 케어에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구원대의 손길이 언제 도착할지 예측 못하는 극한상황아래, 소위 ‘살인사건’이 발생한 날은 허리케인이 난후 4일째인 9월 1일(2005년)이었다.

검찰조서는 “닥터 Pou는 살아날 가망이 없다고 판정된 환자들에게 치사량의 진통제(모르핀)와 진정제(midazolam)를 투여케 했으며, 목격자도 있다”고 했으나 확고한 물증을 제시하지 못했으며 “왜 죽였나?”는 동기에 대해서도 전혀 설명이 없는 무모한 구속결정이라고 비난 받았다. 죽은 환자의 검시를 담당한 州검시관도 사인(死因)을 살인이라 단정할 수 없어, ‘사인불명’이라 기록했다.
피의자 닥터 Pou는 “사망한 환자들에게 진통제와 진정제투여를 지시한 사실은 인정하지만, 충분한 의료를 시행할 수 없는 특수상황에서 환자의 고통을 줄이려는 시도였고 그것이 죽음을 앞당겼을 가능성은 있으나, 결코 살인할 의도는 없었다”며 살의(殺意)를 단호히 부정했다.

대배심원서 불기소처분
구속된지 386일이 지난 2007년 7월 24일 뉴올리언스지구 대배심원은 닥터 Pou의 기소를 기각시켰다. Pou와 함께 구속되었던 간호사 2명은 이보다 훨씬 전에, 검찰의 배려로 불기소 석방되었다.
검찰당국은 간호사에 대한 불기소처분이라는 ‘특별배려’로 진실고백을 유도해 내려고 노력하였지만, 간호사는 끝내 타협치 않았으며 “환자의 고통과 불안을 덜어주려고 했을 따름이다”고 진술했었다.
석방통보를 받은 닥터 Pou는 무릎을 꿇고 신에게 감사드리며 “허리케인 카타리나의 엄청난 피해를 되새김으로서 다시는 이러한 비극이 없기를 기약하며, 동시에 다시는 의료전문인이 나와 같은 불행을 당하는 일이 없어야한다”고 선언했다.
닥터 Pou도 일반사람들처럼 폭풍경고와 동시에 가족과 함께 안전지대로 피난을 갈수도 있었지만, 차마 병원환자를 저버릴 수 없던 현실이 그를 살인범이 되게 한 것이다.

AMA와 각 주 의사보호대책
기소각하의 소식에 접한 AMA(미국의사회)는 대배심결정을 환영한다는 성명을 통해 “AMA는 허리케인 카타리나 이후의 혼란기에 닥터 Pou를 비롯한 많은 의사와 의료인이 헌신적인 환자케어를 담당했음을 치하하는 동시에 이들의 존재야말로 암흑 속에 덮인 뉴올리언스에 밝은 광명을 던지게 됐다고 믿는다. 환자 케어에 있어 의사가 내린 결정, 특히 재해로 인해 인적 물적 자원이 극히 제한된 상황에서 내려진 의사의 결정을 ‘범죄’로 처리하려는 움직임에 관해 우리는 지대한 우려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고 발표하여, 현장에서 내린 의사판단에 대해 사직당국이 개입해서 범죄로 처리한데 대해서 큰 실망을 표명했던 것이다.
AMA는 2007년도 연차회의에서 앞으로 비상사태에 응하는 의사들이 아무 두려움 없이 그들이 내린 의료판단을 시행할 수 있도록 하기위해, 정식으로 선포된 ‘재난 또는 응급사태’ 기간에 봉사하는 의료인에게 민사•형사법상 책임에 대한 보호조치를 강화할 법률초안을 작성했다.

그리고 변호사와 입법의원과 판사 그룹으로 구성된 ULC(Uniform Law Commission)라는 법률자문회서 작성한 UEVHPA(Uniform Emergency Volunteer Health Practitioners Act. 유니폼 응급지원 의료봉사자법안)라 일컫는 법안모델에서도, 선포된 재난기간에 환자치료에 종사하는 의사와 자원봉사자들을 민사소송으로부터 보호하고 있다.
미국에서 이 UEVHPA법안의 일부 또는 전부를 채용하고 있는 주는 2006년도에는 콜로라도 인디아나 유타 켄터키 뉴멕시코 테네시 등 6개주였다.
카타리나 태풍 피해지역인 루이지어나주의 상원에서는 2008년 5월에 만장일치로 이 법안을 통과시켰으며, 일리노이 등 8개 주가 2008년도에 추가 고려중임을 알린다.

저작권자 © 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