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일훈 박사
在美 내과 전문의, 의사평론가

생체파괴 없는 만능세포


2007년 11월 21일 일본 교도대학재생의학연구소의 야마나까-신야(山中伸弥)교수 연구팀은인간성인의 피부에 4가지 유전인자(Oct3/4, Sox2, c-Myc, K1f4)를 주입해서, ESC(배아줄기세포)와 유사한 ‘분화의 다능한 성능’을 지닌 iPS세포(induced pluripotent stem cells. 인공다능성 줄기세포)를 생성하는 기술을 개발한 논문을 발표하야 세계학계의 이목을 끌었다(참조: “Induction of Pluripotent Stem Cells from Adult Human Fibroblasts by Defined Factors". Cell지에 게재된 날자는 2007. 11. 30).

그리고 같은 날 세계최초로 ESC를 제작한바 있는 미국 위스콘신대학의 James Thompson 교수팀도 일본연구팀처럼 인간의 피부에 4가지 유전인자를 주입하는 방법으로 iPS세포를 생성하는 논문을 발표했다(참조: Induced Pluripotent Stem Cell Lines Derived feom Human Somatic Cells. Science지 Online에 게재된 날짜는 2007. 11. 20).

일본과 미국 두 팀은 제가끔 따로 연구했으나, 공교롭게도 동등한 연구성과를 같은 날에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두 팀의 연구에서 주입하는 유전인자 일부가 달랐으나, 세포제작방법은 대체로 유사했다. 그런데 일본교도대학팀은 1년 전에 이미 쥐의 배아섬유세포에 4개 유전자주입으로 iPS 만능세포를 확립한 논문을 Cell지에 발표했었다(Cell지. 2006. 8. 25).

일본이 줄기세포연구 주도권

세계학계는 일본측 업적을 더 높이 평가하는 듯 하고, Science지(2007. 12. 21)는 2007년도 ‘과학연구 성과 톱10’ 선정에서 교도대학의 ‘iPS세포제작’을 랭킹 제2위로 손꼽았다(* 제1위는 영국 유전학연구그룹의 ‘유전자 다양성’에 대한 연구임).

하버드대학팀(연구자 박인현 등)에서도 일본과 같은 방법으로 iPS세포생성에 성공한 논문을, 2007년 12월 23일자 영국의 Nature지(online판)에 발표했다(Reprogramming of human somatic cells to pluripotency with defined factors). 그리고 하버드논문이 인용한 참고문헌 20개중에 일본팀 논문이 7개나 차지하야, iPS세포 분야에서 일본의 존재를 크게 돋보이고 있다. 하버드의 Daley 교수는 나까야마 등 일본연구자의 이름을 거명하면서 “일본은 줄기세포분야에 크나큰 임팩트를 지니고 있다”고 시인했다.

인간만능세포(iPS세포)개발은 수정란을 파괴해서 만드는 ESC에서의 ‘윤리문제’라는 걸림돌을 제거할 수 있다는 점에 더욱 큰 뜻이 있으며, 만능세포는 심장 근육 뇌 등 장기조직으로의 세포분화를 가능케 함으로서 재생의학발전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그런데 장차 iPS세포를 임상에 활용하기 위해서는 각종 조직세포에의 분화유도법과 제작과정에서 암 유전자를 주입하는 안전성문제를 극복하는 일이 연구과제로 남아있다.

생체학에서 선례가 없을 정도로 비약적 발전을 보인 이번 연구성과를 두고, 납(鉛)을 금(金)으로 변화시키는 ‘21세기 연금술(鍊金術)’에 비유하는 찬사가 있을 정도다.

이렇듯 사람의 체세포(피부)로부터 만능세포를 만들어내어 시대의 각광을 받게 된 야마나까 교수에 대해서, 12월 11일자 뉴욕 타임지는 과학란에 “Risk Taking is in his Genes"(모험하는 성격이 그의 유전자에 있다)라는 제목으로 4쪽(프린트)이나 되는 기나긴 인물기사를 실었다.

성인의 피부세포를 만능세포로 바꾸기 위해 ‘유전자도입’이라는 아이디아가 나왔어도, 유전자후보 숫자는 수백종류나 된다. 그런데 야마나까 교수는 “과학적인 근거가 희박한 경험에 바탕 둔 직감(Instinct)에 의해서 후보숫자를 좁혀나가 마지막에 24개 선택했는데, 결과적으로 필요한 4개 유전자가 이 가운데 포함되었다”는 것이 그의 고백이다.

또한 기사에서 “유전자선택은 보물추첨권을 사는 것에 비유할 수 있는데, 나는 바로 당첨권을 산 행운아다”라는 그의 말을 인용했다.

그는 성공담을 우연한 행운으로 돌린 격인데, 우리는 천재의 ‘직감’이 발명의 단서를 이룬 여러 예를 잘 알고 있다. 야마나까 교수 같은 인물이 바로 세계적인 권위자이다.

만능세포센터 일본이냐 미국이냐

한때나마 줄기세포연구중심지로 각광받던 한국이 탈락됨에 따라 한동안 잠잠했던 줄기세포연구는 iPS세포출현으로 연구센터가 일본으로 옮겨가는 중이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12월 20일 라이프사이언스위원회를 개최하고서 교도대학의 야마나까 교수가 세계최초로 개발한 iPS세포연구를 지원하기 위한 종합전략을 세웠다. 그리고 일본 각 대학의 연구자와 연구시설을 교도대학을 중심으로 정비하야 일본연구센터로 발족하고, 국내전문가에 의한 네트워크조직을 창설하는 등 지원책을 명시했다.

뒤이어 일본정부는 약 100억 엔의 예산을 세워 향후 5년간 계속 iPS 세포연구를 지원키로 결정하고, 2007년에 2억7천만 엔에 불과했던 연구지원비를 2008년도엔 약 10배나 올려 약 22억 엔 투입하기로 책정했다. 그렇게 함으로서 일본이 세계의 iPS세포연구센터로서 주도권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여, '올 저팬'이라는 '거국적 체제'로 재생의료의 실현을 지향하려든다.

그러나 야마나까 교수를 비롯한 일부연구자는 특히 미국의 막강한 달러와 임상의학을 염두에 두고서 "일본이 강(江)의 상류원천(기초연구)을 발견했지만, 강 하류(임상응용)로 내려가는 선박(임상기술과 특허)은 이미 미국 수중에 있다"면서, 미국의 추월가능성에 위기감을 느낀다는 소식이다.

부시 대통령은 ‘윤리원칙’에 어긋나지 않는 만능세포연구를 대환영하면서 연방정부 적극 지원을 약속했으며, 위스콘신대학과 더불어 하버드대학이 추진하는 미국연구팀은 일본에 도전하여 주도권경쟁에 돌입한듯하니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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