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간호사 인력이 부족하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는 대다수가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간호사 인력난에 대해 미국병원협회에서는 현재 약118,000명이 부족한 상황이고, 미연방보건복지부의 2020년까지의 통계에 따르면 대략 백만 명 이상이 부족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캘리포니아와 플로리다, 뉴저지, 뉴욕, 텍사스 등이 최근 간호사 인력 부족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고 있다.

미국으로서 이번 간호사 부족 현상은 처음 있는 일도 아니다. 미국은 제 2차 세계대전이래 10년 단위로 계속해서 간호사 인력난에 시달려 왔다. 물론 그 근저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지만 이번에는 인구통계학적인 요인과 맞물리며 그 문제가 정점에 도달했다.

그 중 결정적인 요인 몇 가지를 꼽자면, 첫째로 미국인의 노화현상을 들 수가 있는데 이는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출생한 소위 베이비 붐 세대가 나이가 들며 그에 따른 의료혜택의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또한 여성들을 위한 교육과 취직기회가 점증하며 베이비 붐 세대 여성들의 대부분이 간호사 외에 다른 직업을 선택한 것도 한 몫을 하고 있다. 게다가, 현재 종사하고 있는 간호사들도 과로와 불만족, 은퇴 등으로 병원을 떠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여론 조사에 의하면 미국 간호사들의 평균연령이 40대 중반으로 높게 알려져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간호대학 내 교수진 부족도 간호사 육성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2005년에는 간호대학 지원자들 중 무려 15만 명이 입학자격이 있음에도 탈락되었다고 연방간호연맹은 밝혔다.

이러한 간호사 인력난에 대한 대처 방법으로 미국 내 대다수의 의료업체들은 매년 약 만2천명에서 만4천여 명의 간호사를 필리핀과 캐나다, 인도 등 해외에서 유입하고 있다. 아래 표에 나와 있듯이 2006년에는 외국인 지원자 총 43,630명이 미국 내 간호사 자격시험((National Council Licensure Examination, “NCLEX”)을 치렀고 이 중 과반수가 필리핀 출신 간호사들이다.

외국인 간호사들이 미국 내 간호사 취업을 희망하는 이유중의 하나는 물론 모국에서 받을 수 있는 보수보다 미국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필리핀이나 인도 같은 제3세계 국가들의 경우에는 10배에서 많게는 20배까지 차이가 난다. 하지만 고수익 보장만이 유일한 이유는 아니다. 간호사 시험이나 면허 취득을 통해 자격만 갖춘다면 직계가족까지 영주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간호사 비자는 곧 미국으로 이민을 할 수 있는 지름길을 의미한다.

미국은 이제 더 이상 자국인만으로는 간호사 인력난을 해결할 수가 없다. 여기에 국내에서 선호하는 해외 유학지로 미국이 여전히 선두에 있는 점까지 감안하면, 많은 국내 간호사들이 미국으로 유출될 것으로 생각할 것이다. 1966년부터 1976년 당시 만 명의 국내 간호사들이 독일로 유출된 사건을 기억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지금 미국에 그와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는 이유는 영어와 미 이민법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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