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규 교수
- 고려의대 신장내과

- 의사평론가

 지난달 대한병원협회와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에서는 종합병원과 개원의에 관한 몇 가지 자료를 발표하였다.

 병원협회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 1년간 병원급의 병상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고 하였다. 종합병원이나 병원이 병상을 늘리는 것은 그만큼 입원환자의 수요가 있다는 뜻이고, 앞으로도 당분간 입원환자 수요가 지속될 것이라는 판단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입원실이 늘어나면 당연히 입원환자가 증가할 것이고, 입원환자의 증가는 다시 외래환자의 증가로 이어지게 된다. 병실을 증설하는 병원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일련의 일이 선순환의 구조라고 할 수 있으나, 있는 입원실도 채우지 못하고 있는 병원이나 개원의의 입장에서는 좋게만 볼 수 있는 현상은 아닌 셈이다.

 병상의 증설도 지역에 따른 편차가 크다. 경기도를 포함한 수도권 병원의 병상증설이 두드러져서 1년간 증설된 3만병상중 경기도가 4370병상, 서울이 3512병상, 인천 1373병상 등으로 전체 증설 병상의 1/3에 육박한다.

 모든 개원의를 대상으로 한 것은 아니라고 해도, 의협 의료정책연구소가 발표한 개원의의 상황은 우려한 바보다 더 비관적으로 나타났다. 개원의사들은 5억원이라는 개업자금을 들여서-남들은 주 40시간 근무를 한다는 현실에서-일주일에 51시간이나 일을 하는데도 실제 소득이 한 달에 300만~400만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지금처럼 경제 상황이 어려울 때 그 정도의 경영이면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사회일부의 시각은 의료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생긴 시각이다. 5억원을 들여 사업을 시작하고도 월 300만~400만원의 수입을 얻지 못하는 직종이 있을 수야 있겠지만 의사가 개원을 하기 위해서는 오랜 수련기간이 필요할 뿐만이 아니라, 운영이 안된다고 하여 타 업종으로 전환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개원의 사이에서도 전문과목에 따른 편차가 커서 소아과나 산부인과는 수입이 월 300만원 이하라고 하니 전체의원의 80%이상이 진료의욕을 상실하고 있는 것이 이상하다고 할 수도 없다. 상황이 이러니 자신의 전문진료과목과는 관계없이 의료수요가 있는 비만과 같은 타 진료영역으로 진료영역을 확대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 되어 버렸다.

 이 두 가지 통계가 의미하는 것은 의료계에도 타 분야와 마찬가지로 20 대 80의 법칙과 같은 빈익빈-부익부현상이 현실화되고 있지 않나 하는 우려이다. 종합병원과 병원사이에서도 병상을 증축하는 20%와 병상이 비어있는 80%의 병원이 있는가 하면, 개원의간에도 수입이 증가하는 20%와 그렇지 못한 80%간의 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아직은 종합병원을 비롯한 병원들의 총수입이 개원의 총수입에 비해 그리 큰 차이가 있지는 않지만, 앞으로도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차이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현상은 최근 국민소득이 증가하고 의료에 관한 정보가 빠르게 유통되면서 환자들이 나름대로 좋은 병원과 좋은 의원을 판단하고 선택하여 나타나는 일종의 쏠림현상이다.

 급성기질환이나 중증질환의 환자는 병원이나 종합병원으로 가고, 의원급 의료기관에게는 건강증진이나 건강유지와 같은 것을 기대함으로써 생기는 현상이 원인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렇다면 정부가 바라는 가벼운 질병은 의원급의료기관에서 진료를 하고, 중한 질환은 병원급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하는 것과 같은 진료기관에 따른 기대는 더 이상 현장에서는 현실이 아닌 것 같아 보인다.

 국민들의 의료에 대한 요구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국민들의 의료형태 또한 변화하고 있는데, 오로지 의료보험체제만 30년 전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여 답답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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