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할머니의 행복한 고민…"제발 남편을 재워 주세요"

히들 성(sex)은 나이가 들면서 쇠퇴하는 첫 생물학적인 현상이라고 생각하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오히려 노화(老化)에 따라 감소하는 여러 능력 중에서 가장 오래 남는 기능 가운데 하나이다. 물론 나이가 들면 성기능이 다소 떨어지긴 하지만, 성 파트너와 조화를 잘 이루면 노화는 성생활을 영위하는 데 전혀 지장을 주지 않는다. 즉, 최소한의 요건만 갖춘다면 80세까지 성의 쾌락을 누리는 게 가능하다는 것이다.

▲ 김영찬 박사
<경기도립의료원 의정부

병원 병원장>

· 연세의대 졸업(82)
· 비뇨기과 전문의(86)
· 의학박사(92)
· 연세의대 교수(89)
· 美 North Carolina대학 교수
· 경희의대 교수 겸 경희 분당
차병원 비뇨기과 과장(95)
· 연세의대 임상 부교수(현)
· 세계성기능장애학회 편집 및
홍보위원(현)
· 아시아 남성갱년기학회 상임
이사(현)

· 포르테 비뇨기과 원장
· [ 저서 ] '남성이 다시 선다'
外 다수

"선생님, 우리 영감을 좀 어떻게 해 주세요. 밤마다 찝적거리는 통에 정말 죽겠어요. 다른 여자를 넘볼 때는 밉기도 하고요. 제발 남편의 성욕(性欲)을 떨어뜨려 주세요…." 아담한 체구에 이목구비가 곱상하게 생긴 할머니가 막무가내로 요구한다. 얼굴에 세월의 흔적이 있었지만 젊었을 때 꽤나 남자들을 사로 잡았던 외모이었다.

대게 성(性)에 대한 상담을 위해 오는 환자는 중년의 나이가 많다. 그런데 머리에 하얗게 센 할머니가 들어오길래 의아해 하면서 할머니의 얘기에 귀를 기울였다. 할머니는 그 동안 무척 시달려온 듯, 서슴없이 그간 괴로웠던 사연을 털어 놓았다. 이유인즉슨 남편은 70대 후반의 나이로, 남달리 정력이 강하여 밤 낮 없이 성(性)관계를 요구를 하는 게 할머니의 행복한(?) 고민이었다. 할아버지는 무릎 수술의 후유증으로 거동이 불편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성관계를 갖지 못하면 영락없이 아래 도리에 손을 갖다 대며 안절부절 못하는 것이었디. 게다가 한술을 더 떠 기분을 풀지 못하면 계속 다른 여자에게 눈을 돌리기도 한다는 것이다. 속을 뒤집어놓는 할아버지의 곁눈질을 견디다 못해 어쩌다 성관계에 응해주면, 아래가 찢어질 듯 아파서 견딜 수가 없어 남편을 잠잠히 재워 달라는 것이다.

나이가 드신 분들의 고민은 기능이 쇠퇴해 그에 대한 불평이 대부분이지만, 이 할머니는 어찌 생각하면 행복에 겨운 고민이었다. 필자는 "30년 후에 나도 저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은근히 마음 한구석에서 부러움을 느끼면서 할머니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이목구비에 애교스러운 자태가 젊었을 때 꽤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그러니 할아버지께선 밤낮으로 부인을 끼고 살았을 테고, 젊었을 때의 즐거웠던 성생활의 버릇이 80의 나이에도 남아 있어 그러는게 아닐까 싶었다.

"할머니, 할아버지의 요구에 응해 성 관계를 가지세요" 그리곤 아연 질색하는 할머니에게 "할머니도 젊은 사람 못지않게 성의 희열을 충분히 느낄 수 있어요" 라는 얘기를 덧붙였다.

그 후 할머니는 성관계 때 통증을 줄이기 위해 여자의 질을 부드럽게 하는 젤리를 사용하는 새로운 노력을 시도하게 되었고, 할아버지의 곁눈질은 사라지게 되었다.

흔히들 성(sex)은 나이가 들면서 쇠퇴하는 첫 생물학적인 현상이라고 생각하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오히려 노화(老化)에 따라 감소하는 여러 능력 중에서 가장 오래 남는 기능 가운데 하나이다. 물론 나이가 들면 성기능이 다소 떨어지긴 하지만, 성 파트너와 조화를 잘 이루면 노화는 성생활을 영위하는 데 전혀 지장을 주지 않는다. 즉, 최소한의 요건만 갖춘다면 80세까지 성의 쾌락을 누리는 게 가능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50세에서 100세까지 노인들의 성생활을 조사한 보고서에 따르면, 노인성질환이 없는 경우에는 70세 노인들의 70%는 1주일에 한차례씩 부부관계를 맺을 정도로 왕성한 성생활을 규칙적으로 하고 있다고 한다.

섹스에는 정년이 없다. 80세 때의 만족한 성생활을 상상하면서 그때를 위해 정신과 신체의 건강을 지키는 게 장수(長壽)를 누릴 수 있는 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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