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규 교수
- 고려의대 신장내과

- 의사평론가

 얼마 전 의사협회에서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제1회 의사의 미래 설명회 및 첨단병원 견학'행사를 갖은 일이 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결과가 눈길을 끈다.

 고등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전문과목으로는 외과(20.5%), 내과(16.5%), 소아과(10%)였으며, 성형외과는 1.0%에 그쳤다. 그들이 이공계 진학을 기피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장래가 불투명하고 연봉이 적고 취업이 어려워서'라고 했으며, 의사되기를 원하는 이유로는 47%가 '아픈 사람을 치료하는 보람'을, 그 다음으로 '사회적 지위와 명예'(15.5%)를 꼽았다. 원하는 근무형태를 묻는 질문에서는 59.5%가 '대학병원의사'를, 21%가 '의료봉사의사'로 대답하였고, '개원 하겠다'는 학생은 7%밖에 되지 않았다.

 대부분의 수련병원에서 인턴과 레지던트 선발이 끝났다. 아직 2차 지망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지금까지 나타난 결과를 보면 서울의 대형병원들은 그런대로 인턴모집에 성공(?)을 하였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대학병원조차 인턴이 미달된 곳이 여럿 있다. 현재 수도권에 있는 대형병원들이 증축을 하고 있거나 증축을 계획하고 있으므로 수년 내에 수도권에 있는 대학병원들조차 인턴 T/O를 다 채울 수 있을지 장담할 수가 없다. 이 파장은 일부 대학병원이나 지역에 있는 병원에 미쳐 중소병원에서 인턴을 모집한다는 것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이런 뜻에서 앞으로도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의사면허를 받은 후 취업을 못하는 일은 없을 것이니 취업에 관한한 고교생들이 현명하게 판단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인턴과 함께 각과 레지던트 확보율이 발표되었다. 예상한대로 흉부외과, 병리과, 핵의학과 등과 같은 과(科)는 거의 전공의를 확보하지 못하였으며 외과나 소아과 역시 겨우 전공의를 채웠거나 일부만 채운 병원이 많았고, 고교생들에게 인기가 없는 성형외과는 전공의 T/O를 채우지 못한 곳이 하나도 없었다. 고교생들은 의사로써 전원 취직이 되는 직업의 안정성은 잘 맞추었으나 원하는 과의 현실은 잘 맞추지 못한 셈이다.

 지난 1월에 1차 전문의시험결과가 발표되었다. 과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일부 과를 제외하고는 합격률이 95% 내외이니 응시생들 거의 대부분이 합격을 한 셈이다. 이들은 긴 기간동안의 교육과 수련을 마치고 드디어 전문의로써 당당히 사회에 첫발을 내딛게 된 것이다. 과에 따라 숫자에 큰 차이가 있지만 새로운 내과 전문의가 553명, 가정의학과 전문의가 265명, 소아과 전문의가 202명 등 총 2803명의 전문의가 탄생되었다. 과의 특성에 따라 진로에 상당한 차이가 있겠으나 이들 중 대부분이 일정기간 봉직의 생활을 거친 후 마침내 개원의로 안착을 하게 할 것이다. 고교생들의 바람처럼 새로운 전문의의 60%가 대학교수가 된다는 것은 불가능 할 것이며, 더군다나 봉사로써 의사의 삶을 살겠다고 선택하는 전문의는 21%가 아니라 2.1%도 없지 않을까 싶다.

 작년에 의사관련단체에서 현재 활동 중인 의사를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에 따르면 '기회만 되면 의사를 그만두겠다'는 개원의가 40%에 육박하고, '의사로써 보람과 자부심을 느낄 수 없다'고 대답을 한 의사는 개원의와 봉직의를 합쳐서 80%가 넘었다. 고교생들이 믿고 있는 보람(47%)과 자부심(15.5%)과는 꽤 큰 차이가 있는 수치였다.

 그 자리에 모인 고교생들에게 지금의 의료현실을 설명하고 그들의 바람이 틀렸다는 것을 알려준다면 그들이 과연 의과대학 진학을 포기할까?

 그들이 바라고 그들이 보고 싶어 하는 의사의 위치와 의료현실이 우리가 지향해야 할 올바른 의사의 위치와 의료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의 현실이 어렵고 고교생들의 바람이 터무니없어 보여도 그들이 바라고 꿈꾸는 의사의 위치와 의료가 우리가 옛날 고교생 때 꿈꾸고 바래왔던 그것이 아니었을까?

 우리의 현실이 꿈으로 이루어지기를 그들의 희망에 기대해 보고 싶다. 꿈꾸는 자에 의해 '꿈☆은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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