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의사 65세 전후 '자의반 타의반' 은퇴
임상경험 불구 최신지식 습득 한계가 원인
면허갱신자 대부분 '재충전'으로 인식

▲ 김일훈 박사
- 在美 내과 전문의

- 의사평론가

■ 재교부자격시험의 명분

 일반적으로 알려지기로 오랜 개업경력이 있는 연로하고 경험 많은 의사일수록 개업에 필요한 풍부한 의학지식과 기술을 구비하고 있으며, 따라서 그들이 질적으로 높은 환자케어를 베풀고 있다고 믿고 있다.

 그런데 놀랍게도 하버드의대에서 광범한 문헌조사를 통해 과학적 검토한 바에 의하면, 사실은 이와 반대결과로 나타났음을 알린다(참조: Ann. Int. Med. 2005. 02. 15. The Relationship between Clinicla Experience and Quality of Health Care).

 한마디로 경험이 많다는 나이든 의사는 믿을 수 없다는 말인데, 필자와 같은 많은 미국의사들에겐 공감이 가는 조사결과이다.

 물론 대학교수 등 교육병원에서 장기간 근무하는 원로의사들은 예외일 것이다.

 필자가 한국 나가서 70세 미만에 은퇴했다면 모두들 의아하게 느끼지만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미국현실이다.

 스트레스 많은 미국의료계에서 노인은 체력과 정신력(기억력 판단력) 그리고 새로운 학문습득 능력에서 젊은 의사와의 경쟁에 불이익 당하고 있음은 하나의 상식이기 때문이다.

 미국의사들이 65세 전후가 되면 자의 또는 타의에 의해서 은퇴를 강요당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하겠다.

 긴 턱수염을 기르고 도사연하는 백발노인의 사진을 내세워 만병통치한다는 한의사들의 선전광고가 성행하는 후진의료사회에서 그들을 의성(醫聖)이라 믿고서 찾는 우매한 환자들이 얻는 것이 플라시보(placebo)효과 뿐이라면 다행이겠으나, 사실인즉 노망한 그들의 검정되지 않은 약초독성은 국민건강을 위협하고 있으니 정부나 의료계에서 이러한 광고를 단속해야 마땅한 일이다.

 나날이 발전해가는 현대의학 가운데서 이러한 심심산중의 선인(仙人)으로 자처하는 노대가(老大家)의 실상은 백해무익한 늙은 잡귀신 모습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임상경험'과 '질적인 케어'의 상관관계를 평가한 하버드의 연구조사는 오랜 개업경험이 있는 노령의사들은 그러지 못한 젊은 의사들에 비해 실용적인 최신의학지식과 환자진료의 실력이 부족하고 환자치료결과도 더 나쁘다는 사실을 밝히고 있다.

 즉 수련기간 이후 오랜 시일이 지나면 경험 쌓은 연로한 의사들이 근래에 수련을 마친 젊은 의사들보다 현대적인 진료 실력이 부족하다는 말이다.

 이러한 결론은 놀랍고도 역설적이라 하겠으니, 임상경험이 풍부할수록 권위자로 알고 있는 것이 일반인의 통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의사들의 기본실력은 수련기간 중에 형성된다고 하며, 따라서 모든 전문의는 일정한 시일 내에 최신의학습득기간이 되풀이 돼야한다는 것이 재교부시험의 명분일 것이다.

 이러한 연구결과가 전문의자격 재교부시험을 뒷받침하는 근거자료로 볼 수도 있겠고, 아무튼 의학은 평생학문임을 실감케 한다.

■ 재교부시험과 내과의사 반응

 ABIM(American Board of Internal Medicine, 미국내과전문의학회)에서는 전문의자격기간이 2003년에 만료되어 재교부시험을 거쳐야하는 1990~1992년도에 자격증 얻은 일반내과전문의(본문에선 Internists라 약칭함)와 심장내과 등 특수내과전문의(Subspecialists라 약칭함)를 대상으로, 매 10년마다 시험을 치는 문제에 대한 인식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발표했다(Ann. Int. Med. 2006. 1. 3. Who is maintaining Certification in Internal Medicine- and Why? A National Survey 10 years after Initial Certification).

 1990년부터 시작한 10년간 유효한 전문의자격 받은 자들이 10년이 만료되어 2003년 현재 재교부(Re-Certification)를 받아야하는 자 가운데서, Internists의 77% 그리고 Subspecialists의 86%가 재교부시험에 응하였다.

 특히 이 조사에서 전문의자격을 유지해야하는 '동기'가 무엇인지를 파악하려고 시도했으며, 조사대상자 중 Internists의 재교부시험에 응하지 않은 23%(100-위의 77=23)는 '왜 자격유지(갱신)를 바라지 않는가' 하는 이유를 알고자 했다.

 마찬가지로 내과 Subspecialists 중에서 14%(100-86)는 '왜 자격갱신을 원치 않는가'에 대한 이유도 캐물었다.

 재교부시험에 참여 또는 불참하는 이유는 다음 <표>에서 요약설명해주고 있다.

 참여자의 과반수는 최신의학지식을 새롭게 갖추기 위해서(Internists의 51%와 Subspecialists의 60%), 그리고 전문직업인의 이미지를 견지하기 위해서(59%와 55%)로 나타났다.

 표에는 없지만 "직장에서 유효한 전문의자격증을 요구하기 때문에 시험에 응한다"고 답한 Internists는 42%인데 비해 Subspecialists는 29%에 불과했다.

 또한 의사들의 2/3는 "환자와 동료의사들이 전문의자격을 가진 의사를 더 인정하고 신뢰함으로, 환자를 직접 진료하는 의사로서 전문의자격은 필수적"이라 말하고 있다.

 그리고 Re-Certification 시험에 응하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표>에서 보듯 △너무나 시간을 많이 빼앗기고(60%와 59%), △많은 비용이 소요되며(35%와 30%), △직장에서 요구하지 않기 때문(33%와 38%)이라고 했다.

 ABIM 책임자는 대부분의 내과의들이 전문의자격재교부시험에 대해 보인 긍정적인 반응을 환영하고 "ABIM의 Re-Certification 프로그램이 환자진료의 질을 높이고, 환자의 안전성을 보장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고 발표한바 있다.

 과거 1970~1980년대엔 자발적인 지원자에 한해서 ABIM에서 Re-Certification 시험을 시도해본 프로그램이 있었으나 참여자 수가 적어 유명무실한 상태였던 차에, 1910년부터 매10년의 시험으로 전문의자격증 갱신을 하기에 이르렀음을 알리며 이번 글을 마친다.

◇ 내과전문의재교부시험에 참여 또는 불참여하는 이유

General internists

Subspecialists

Reasons for taking part in Re-Certification

 Maintain professional image

59%

55%

 Update knowledge

51%

60%

 Maintain or improve quality of patient care

45%

49%

 Personal preference or interest

36%

43%

Reasons for not participating

 Too much time

60%

59%

 Too expensive

35%

30%

 Not required for employment

33%

38%

 Requirements unreasonable

39%

33%

- 출처: Ann. Int. Med. 2006. 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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