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규 교수
- 고려의대 신장내과

- 의사평론가

 '친절한 금자씨'는 영화 제목부터 독특하지만 영화 중 '너나 잘 하세요'라는 대사가 그 영화를 더욱 유명하게 만들었다. 말의 의미는 말할 것도 없이 남 걱정하지 말고 너나 잘하라는 뜻이지만, 작년에 이 말이 크게 유행한 것은 현재 우리나라의 세태를 꼬집고 있었기 때문이다. 뉴스의 초점이 되고 있는 청와대나 국회, 노동단체 그리고 언론 모두 지당하고 옳은 말씀만 하시지만 국민들이 그 소리에 감명을 받지 못하고 점점 더 냉소적이 되어가는 세태를 시원하게 묘사하였기에 이 대사가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었던 것 같다.

 모 일간지가 한국생산성본부와 같이 국가고객만족도(NCSI)라는 것을 매년 조사하여 발표하고 있다. 조사대상은 국내 52개 산업 218개의 기업(기관)과 공공기관으로 우리나라에서 해당분야의 대표기업이라고 할 만한 기업이나 기관이 평가의 대상이 된다.

 평가는 꽤 다양한 방법으로 일주일 이상의 기간에 걸쳐 이루어지며, 평가방법은 기업에 따른 차이가 없이 같은 문항으로 평가하며, 점수는 절대치를 발표한다. 평가결과에 따르면 평가 대상 모든 기업 중 전체 1등이 의료기관이었으며, 평가대상 의료기관 중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은 의료기관 조차도 전체 순위에서 86위였다. 해당 산업분야에서 1위를 한 주유서비스가 전체 순위에서는 90위를, 은행 중 1등이 전체 순위 106위, 그 친절하다는 백화점과 항공사의 1위가 전체 순위에서는 111위와 122위를 차지하였다. 그 외 통신회사, 카드회사. 화재보험회사나 대형할인점 등 그야말로 우리나라를 대표할 만한 서비스 회사들도 100위 바깥에 밀려나 있었다. 객관적으로도 우리나라 의료기관에 대한 국민들의 만족도는 우리나라 모든 기업 중에서 최고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 복지부는 500병상이상의 대형병원에 대한 의료기관평가를 실시하였다. 올해는 500병상 이하의 중소병원이 대상이 되는 모양이다. 병원 평가를 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국민이 병원에 대한 불만(?)이 크기 때문이란다. 복지부의 병원평가는 NCSI처럼 자발적인 것이 아니라, 법에 명시되어 있는 강제사항이다. 외국에도 우리나라처럼 병원평가를 하는 나라가 몇 군데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들 나라에서는 원하는 병원에 한하여 일종의 컨설팅 개념의 평가이다. 우리나라처럼 강제로 평가를 하는 나라는 병원의 대부분이 국공립병원인 소위 '사회주의 의료제도'를 가지고 있는 호주나 캐나다와 같은 국가들이다. 그들 나라에서는 국가가 병원을 설립하고 운영하고 있으니 국가주도의 의료기관 평가는 당연하다고 하겠다.

 복지부가 병원 세우는데 지원도 하지 않고 투자도 없는 사립병원을 그것도 평가에 대한 예산확보도 없이 그리 급하게 평가하는 이유가 의료기관의 공공성 때문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NCSI의 평가 대상인 52개 산업분야 중 의료분야만 유일하게 공공성이 있고, 다른 51개 분야는 공공성이 없는 모양이다.

 현재 의료기관 평가에 대하여 복지부와 병원협회사이에 여러 가지 이견이 있다. 병원협회는 자체적으로 오랜 기간 해오던 의료기관평가를 확대하여 자체평가를 하겠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병협은 평가에 대한 오랜 경험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평가에 대한 의료기관들의 불만이 원인인 것 같다.

 세태가 세태이니 만큼 혹시 이 글의 진위가 의심스러운(?) 분들은 조선일보 2006년 1월 9일자 신문을 봐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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