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방병원, 꼭 필요하지만 선행요건 많아
미국처럼 여건 구비될때 이상적 제도 확립

▲ 김일훈 박사
- 在美 내과 전문의
- 의사평론가
■ 미국·유럽·한국의 병원

 미국의 현대식병원은 2차대전 후에야 보편화 되었다. 1929년의 경제공황과 2차 대전으로 인해 낙후된 병원을 최신 시설로 개선하도록 국가에서 재정원조를 하는 법안(Hill-Burton program)이 1946년 의회에서 통과되고, 이 프로그램으로 정부에서 지역병원 현대화와 신설을 원조하게 되었다.

 거듭 말하거니와 미국 민간병원제도의 특징은 병원 종업원이 아닌 개원의사가 환자의 입원진료를 가능하게 하는 점이다.

 대부분 유럽형 병원은 영국의 예를 들어 폐쇄형이며, 개원의의 진료는 그들 오피스에서 외래환자에 국한하고, 병원입원을 요하는 환자는 병원전속 전문의에게 진료를 일임하고 있다.

 병원에서 여러 전문의 손을 거쳐 믿을 수 있는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은 미국과 다름없다.

 다만 병원에서도 개원의가 주도하는 미국과는 달라 다소 불편이 있을 따름이다.

 한국과 일본병원은 이 중간지점 즉 회색지대에 놓여있어, 거의 전적으로(일본은 95.6%) 폐쇄형 병원이고, 개원의사의 '의원'에도 입원병실을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환자의 원에 따라 또는 중한 질병의 경우에는 주치의와 무관하게 병원을 찾아 입원치료를 받는 일이 흔하다.

 미국과 유럽형이 '국 따로 밥 따로'식의 분명한 제도라면, 일본과 한국은 한국사람이 좋아하는 탕(湯)식이라 하겠다.

 한국의 병원제도는 의료현대화를 위해 조만간 정리돼야만 할 과제이나, 현재 더 시급한 문제들이 있는 줄 알며 필자가 논평할 일이 못된다.

 앞 뒤 배려가 없는 무계획한 정책으로 의약분업의 재현이 될 염려도 있기 때문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회에서는 한국의 현실에 기준해서 개방병원문제에 관한 분석을 시도하여 한국형 개방병원의 장점과 단점을 논했으니, 의료현대화를 향한 귀중한 자료가 될 것이다.

 필자가 이 자료의 단점을 지적하자면 현재의 의원과 병원제도를 그대로 유지하는 바탕 위에 개방형 병원을 추가로 설정했을 경우 발생하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장차 의료현대화의 기틀이 잡혀 미국처럼 모든 여건이 구비되는 날에는 여러 단점이 일소되어, 개방병원은 득(장점)만 있고 실(결점)이 없는 이상적인 병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렇게 되면 의사에 대한 교육과 통제야말로 개방병원의 큰 장점으로 부각될 것이다.

 입원환자 진료로 오는 개원의 수입도 외래환자 수입 못지 않을 테니 수입 감소를 염려할 필요는 없을 줄 안다.

 현재 미국병원은 관리의료시대를 맞아 큰 시련을 겪고 있으며, AHA(미국병원협회)에서는 병원이 당면한 현황을 다음과 같이 결론을 맺고 있다.

 <미국은 메디케어(노인과 장애인보험)와 메디케이드(빈민보험)를 통해 약자에 대한 의료를 약속하고 있으며, 이 약속을 이행하는 장소로 미국병원은 매일 24시간과 연중무휴로 지역주민의 진료를 위해 개방되어 있다.

 그러나 현재 모든 환자와 지역사회 진료를 하는데 있어, 미국병원은 크나 큰 외부압력에 당면해서 몸부림치고 있다.

 의회와 정부는 우리병원이 진료에 필요한 자원을 제공해줌으로써 우리가 약속한 책임을 완수할 수 있도록 우리를 도와야만 한다.>

 국민보건 백년대계를 유지하는 최후의 보루는 국가기관(정부와 의회)이다.

 지도자를 잘 만나야 일이 순조롭게 된다는 사실은 미국이나 한국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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