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방과 치료, 약물과 백신]

HIV 발견 21년-­백신 개발 답보상태
'여러種-­잦은 변이' 치료제 개발도 난망
백신연구 34種 진행…예산 조달이 문제

▲ 김일훈 박사
- 在美 내과 전문의
- 의사평론가
■ 백신개발의 어려움

 1983년 HIV발견 이래 바이러스정채가 규명된지 20여년이 지났으나 아직 HIV백신개발을 보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HIV/AIDS 치료제로 ART(anti - retroviral treatment. HIV 치료)약이 등장했어도 빈번한 약물내성(耐性)으로 인해 완전한 치료법이 없고, 이러한 상황에서 지구상 6천만 명 감염자 중 완전치유(100% 무균상태)됐다는 케이스보고는 아직 1건도 없다.

 보통 바이러스감염에 대한 성공적인 면역반응의 구성요소로 체액(humoral)반응과 세포(cellular)반응의 두 가지가 있다.

 체액반응은 바이러스 중화항체를 형성해서 감염을 예방하며, 세포반응은 특수 T - 임파구를 동원시켜서 바이러스항원이 있는(감염된) 세포를 찾아 없앰으로서 예방한다.

 그런데 HIV는 인체의 이러한 면역반응을 약화시키는 여러 메커니즘을 갖고 있는 것이 큰 문제이다.

 HIV는 인체감염에서 특수면역계를 돕는 T - 임파구를 파괴하거나, 또는 감염된 세포의 염색체 속으로 잠재해버리기 때문에 생체의 면역작용이나 치료약이 미치지 못한다.

■ 변이형 HIV도 걸림돌

 변이(變異)된 HIV이 약물효과와 백신개발을 가로막는 큰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이다.

 사람이나 고등동물은 각기 유전자정보를 간직하고, 만일 정보착오(error)가 생길경우 즉각 교정해서 원상수복 하는 메커니즘도 갖고 있다.

 그러나 HIV는 증식과정에서 수복이 불가능한 유전정보착오가 자주 발생하고, 따라서 차츰 유형이 다른 여러 변이(變異)된 HIV로 변화해서 번식한다.

 사람이 처음 효과적인 약물치료(ART)를 받았어도 변이된 HIV는 생체내의 약작용(효과)을 피하게 된다.

 또한 첫 HIV에 대해 사람이 백신으로 면역을 얻었다고 가정해도 변이한 HIV는 이러한 면역계에서 이탈할 수 있음으로서, 인체내에서 지속적인 감염이 가능해진다.

 말하자면 HIV감염이후 동일하지 않고(변이되고) 유전자패턴이 다른 여러 HIV가 같은 사람의 체내에 형성되고 있어, 그 결과 약 또는 백신의 효과 있는 첫 HIV만 제거되고 다른 내성HIV는 그대로 남아 증식을 계속한다.

■ HAART와 약물내성

 약물요법으로 HIV가 인체세포내에서 증식하는 과정에서의 특정한 포인트를 블록(차단)하는 ART약품개발이 1990년대부터 시작되었다.

 초기에 주로 사용된 AZT는 잘 알려진 약이지만 변이한 HIV형성이 용이하기 때문에, 새로이 효과적인 혁신요법으로 3종류 ART를 병용하는 HAART(Highly Active Anti-Retroviral Treatment)이 등장했다.

 3개 약품이 생체내에서 HIV증식하는 여러(3개)포인트를 차단한 결과, 만일 1개 포인트에 내성이 생겨도 다른 2포인트가 계속 억제함으로서 장기간 효과적이다.

 현재 이러한 여러 종류의 병합요법은 치료의 근간을 이루고 있고, 환자사망률격감에 크게 이바지하고 있다.

 그러다가 시일이 경과하면 3종류 모두 내성이 생기게 되고 이를 다제내성(多劑耐性)이라 부르며, 이럴 경우 불편하지만 또 다른 2∼3개 ART병용요법으로 옮겨야하며, 현재 포인트 차단이 다른 ART는 20여종 개발되어 있다.

 이렇듯 ART는 어디까지나 QOL(삶의 질)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치료에 불과하고, HIV/AIDS 완전퇴치를 위해서는 백신개발이 시급하다.

■ 백신개발지연

 세계각지에서 변이를 되풀이하며 유행하고 있는 HIV는 지역에 따라 유형이 다르고, 현재 3종류 타입과 9종류 서브타입으로 분류되어 있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과 중국은 주로 혈액을 통해서 감염하는 바이러스로서 혈액제제, 약물정맥주사, 점막출혈을 동반하는 호모섹스 등으로 전파되는 B타입이다.

 선진국유형이 B타입임으로 해서 이에 대한 백신개발연구가 가장 많이 진행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세계에서 가장 높은 감염지역인 남아프리카와 인도는 남여성교 때 성기점막을 통해서 감염되는 C타입 HIV이다.

 HIV감염력은 C타입이 가장 강하고 C에 대한 백신개발이 가장 시급함은 물론이다.

 C타입 HIV백신개발을 하는 단계는 첫째 C의 유전자해독을 완전히 해야 하며 , 다음 감염지역주민의 면역학적 체질(Major Histocompatibility Complex. MHC라 약칭)을 조사해서, 마지막으로 HIV와 주민 상호간 매치되는 목표를 설정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선진국에서 B타입에 대한 이러한 인프라구조작업이 정비된 상태이고, 남아프리카에서는 국제기관에 의해서 정비작업이 진행 중이라 전한다.

 치료백신이 희망적: 백신에는 감염을 막는 예방백신과, 감염된 환자의 병진행을 막는 치료백신의 두 가지가 있으며 물론 예방백신이 가장 바람직하다.

 그런데 C타입 HIV의 예를 들면 남여간의 성교에 의해 성기점막을 통해서 감염되는데, 점막에서 장기간 지속적으로 감염을 방어하는 적절한 면역력을 갖게 하는 백신이라야만 가치가 있다.

 이러한 장기적인 점막면역을 유도하는 토픽이 연구과제인데, 실현가능성이 힘든 문제라 전한다.

 최신소식은 예방용이 아닌, 치료목적의 백신에 대한 제2기 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치료백신은 세포면역반응으로 T임파세포를 자극시켜 HIV감염된 세포를 파괴함으로서 이미 감염된 HIV 증식을 억제해서 에이즈진행을 지연시키는 백신을 말하며, 이 분야의 백신개발이 조만간 실현되리라는 전망이다.

 HIV발견당시엔 백신개발에 낙관적이었고, 1984년 당시 보건부(HHS)장관 Heckler여사는 "2년 이내에 HIV 예방백신시험이 이루어질 것이다"고 장담했을 정도다.

 감염된 인체 안에서 마술사처럼 표변해가는 HIV 변이를 모르고 하는 소리였다.

 사실인즉 단순한 세균들 이를테면 Typhoid(장질부사)발견이후 백신개발까지 105년이 걸렸으며, H - Influenza백신은 92년, 백일해백신 89년, 소아마비백신 47년, 홍역백신 42년, 간염B백신에 21년 세월이 걸렸음을 모르고 하는 소리였다.

 지난 세기에 성취된 이러한 백신연구는 제약회사에서 주도해왔고 백신개발은 그들의 공적이었으나, 현재 HIV 백신개발에 참여하려는 제약회사는 드물다.

 HIV의 여러 가지 문제점으로 해서 백신성공가능성이 확실치 않으며 또한 신약(Statin 등)개발투자와 비교해서, 막대한 투자에도 불구하고 돌아올 이득이 경미하기 때문이다.

 2004년도 지구상에서 HIV백신연구에 사용한 비용(주로 공공자금)은 6억8천만 달러이며, 이는 세계의료연구비의 1%도 않되는 금액이라고 해서 전문가들은 예산부족을 탓하고 있다.

 제약사의 민간자금투자에 기대할 수 없는 현실에서, 백신연구는 정부차원의 공공자금을 위주로 할 수밖에 없다.

 미국에서 대부분 HIV백신자금의 출처는 정부(NIH)이다.

 HIV 발견한지 21년이 지난 오늘날(2005년) 세계19개국에서 초기단계시험이나마 34종류의 백신연구가 시행되고 있다.

 2005년 7월 14일 미국연방감염원(NIAID)은 새로 출발하는 'HIV/AIDS 백신면역학센터'에 3억 달러($300M)의 그랜트승인을 했는데, 이 센터는 HIV백신개발에 있어 새로운 후보백신선정과 시험과정에서의 면역학의 걸림돌을 밝혀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처럼 자금이 해결된 다음 과학자들이 해야 할 과제는 백신개발에 가로막힌 'HIV의 신기한 병원체'를 파악하고 정복하는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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