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상교수:혈관이 수축되면 허혈상태가 되는데 허혈상태는 뇌의 후두엽으로부터 앞으로 퍼져 진행합니다. 만약 편두통에서 혈관만이 문제라면 혈관을 따라 현상이 나타나야 하는데 그렇지 않기 때문에 뇌 자체의 문제라고생각합니다.

처음에는 이것이 전조증이 있는 편두통에서만 그런 현상이 관찰되는 줄 알았지만 전조증을 동반하지 않는 편두통에서도 관찰이 됐습니다. 따라서 편두통은 신경조직에서 부터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 현재 정설로 받아들여 지고 있습니다. 여기서 혈관과 뇌의 조직에서 보이는 현상을 어떻게 연관시킬 것인가 하는 연구에서 비롯된 것이 3차 신경-혈관 이론입니다.

처음 하버드의대 모스코비치박사가 소위 뇌에 있는 3차 신경을 자극한 뒤 혈관에 어떠한 변화가 일어나는지 살펴봤더니 혈관에서 염증을 일으키는 물질이 생기고 혈관이 확장되면서 통증이 오는 것이 관찰됐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편두통과 유사한 편두통 발작이 생기기 때문에 3차 신경-혈관 이론이 지금까지 인정되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자극이 될때 문제가 되는 뇌신경 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이 주목을 받게 됐습니다. 즉 세로토닌이 작용하는 수용체에 문제가 있는 것이 발견된 것입니다. 그 이후로 어떤 약물로 수용체를 조절하는지가 연구되었고 근래 수마트립탄 계열 약제가 좋은 반응을 보인 것으로 연구돼 세로토닌 이론도 함께 설명되기 시작했습니다.

이외에도 여러 이론이 소개됐는데 그중 편두통때 동반되는 증상들이 어떻게 생기는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대개 뇌 간세포에 있는 핵들이 자극되어 편두통과 유사한 증상과 동시에 편두통에 동반되는 여러가지 증상들이 나타납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그 기전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사람은 없는 것 같고 각분야에서 주장된 이론들을 토대로 종합하여 혈관과 신경 두가지가 다 작용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편두통 환자에서는 두통이 없을때도 뇌에 문제가 있습니다. 실제 저희들이 임상에서 혈류 검사를 많이 하는데 대개 편두통환자에서 혈류속도가 상승되어 있습니다.

이는 혈관이 수축돼 있는 것 같기도 하고 한편으로 뇌에 있는 작은 혈관들이 확장되면서 혈류량이 증가하기 때문에 빨라지는 것 같습니다.

평소에 두통이 없어도 대뇌는 과흥분된 상태로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같은 원인으로는 뇌신경세포의 핵이 잘못됐다든지 마그네슘이나 칼슘채널에 이상이 있다는 등의 다양한 가설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하나로 결론이 난 상태는 아닙니다.

보통 편두통이 환자에게 문제가 되는 것은 발작이 왔을 때로 평소에도 뇌에 비정상적인 상태가 지속되고 있거나 어떠한 촉발요건이 주어지면 신경이 자극되면서 혈관이 확장되고 근육주위에 염증반응이 오면 편두통이 발생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명종교수(좌장):말씀 잘들었습니다. 비록 정확한 기전은 규명되지 않았지만 현재는 과학적인 근거에 의해 설득력있게 편두통이 설명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럼 병태생리학적인 측면과 관련 정경천선생님께서 보충해서 말씀해 주시죠.

◆정경천교수:편두통의 병인론으로 현재까지 알려져 있는 주목을 받는 학설로는 혈관원인설과 신경원인설 두가지가 있습니다.

혈관원인설은 1930년대 후반부터 1940년대 초까지 Harold Wolff에 의해 주장되었습니다. 그의 이론은 뇌막 혈관들을 자극시켰을때 박동성인 두통이야기됐고 뇌를 비롯한 두개내 조직들은 비교적 무감각하였으며 편두통 발작동안 두개외 혈관인 표재성 측두염 동맥분지들이 가끔 박동을 나타냈습니다. 또한 crgot alkaloids로 편두통 발작을 제거시킬 수 있다는 관찰을 토대로 편두통에서 발생되는 전조증상(aura)은 두개내 혈관의 수축으로 인해 발생되고 두통은 두개외 혈관들의 확장에 기인하며 이 통증은 혈관활성물질인 polypeptides에 의해 더욱 항진될 것이라는 것입니다.

그동안 이 학설에 대한 반증이나 대체학설이 없어 지금까지 중요하게 인정돼 왔습니다. 그렇지만 아직도 사람이나 동물실험 연구에서 이 혈관설에 의한 편두통의 실험과 crgots의 약리사용에 관한 설명은 확실히 정립돼 있지못하고 있습니다.

또한 독일학자 Heyck는 편두통 환자들의 피부가 따뜻해 보이고 창백하다는데 착안해서 동맥혈이 모세혈관을 우회하여 동정맥 문합을 경유하므로써 직접 정맥순환계로 들어가기 때문에 조직의 허혈을 일으켜 동통을 유발하는 여러 물질을 축적시키기 때문에 두통을 야기하는 것으로 설명합니다. 그러나 이 동정맥 문합의 발생이 편두통의 원인이 아니라 오히려 결과일 것으로 생각됩니다.

다음으로 신경원인설을 말씀드리겠습니다. 편두통환자의 혈관 자체 변동은 외형적인 현상에 불과하며 편두통 발작을 야기시키는데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고 혈관 확장과 동통발생간 인과관계가 성립되지 않으므로 뇌자체의 기능장애에 기인된다는 이론입니다.

1944년 Leao 등은 동물실험에서 여러 자극을 가하여 뇌표면의 전압이 저하되면서 주위 뇌조직으로 분당 2~3mm의 속도로 퍼지는 것을 발표하여 이러한 전기생리적 현상을 Spreading depression이라고 했습니다.

전조가 있는 편두통환자에서 국소 뇌혈류가 후두 끝부터 인접부위로 퍼지는 것이 관찰됐고 이러한 양상은 동물실험에서의 SD와 비슷한 속도로 인접부위의 뇌로 진행돼 두통이 끝날때까지 지속되는데 이러한 것을 Spreading depression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뇌막혈관들은 통증의 원천지로 두통의 주요 전달통로인 3차신경(trigeminal nerve)과 연결돼 있으며 3차신경이 활성화되어 뇌세동맥이 확장되면 투과성이 증가돼 혈장이 혈관에서 빠져나가게 되고 무균성 염증반응이 일어나 통증수용체를 활성화하여 통증을 느끼게 된다는 이론입니다.에르고나민, 수마트립탄은 이반응을 부분적으로 차단하므로 항편두통 효과를 나타냅니다.

◆이명종교수(좌장):좋은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편두통의 병인론은 이정도에서 정리하고 다음으로 외래에서 편두통을 진단하는데 적용하는 기준과 분류방법이 1988년 국제두통학회에 발표된 적이 있습니다. 임정근교수님께서 이를 소개해 주시죠.

◆임정근교수:저는 환자들을 보면서 느낀 경험중 하나가 `환자들중 상당수에서 본인 스스로 편두통이다'라고 진단을 해서 오는 경우입니다.

또 도대체 왜 마이그레인(migraine)이 편두통이 됐나 하는 것도 많이 생각해 봅니다. 아마 일본서 처음 들어와 번역할때 잘못되지 않았나 합니다. 일반인은 물론 의사들도 잘못 이해하고 있는 측면이 커서 편두통에 대한 진단이 잘못되는 경우도 있는 것 같습니다.

앞에서 언급됐지만 편두통은 편축으로 어느 한쪽만 두통증상이 나타나는 것이 중요한 특성이 아닌가 합니다. 물론 머리의 양쪽 모두에서 두통을 느끼는 경우도 있지만 말입니다.

또 박동성이라든가 욱씬 욱씬 쑤시는 통증이 있고 소리를 듣거나 빛을 보면 증상이 심해지는 것도 한 특징일 수 있습니다. 그외 동반되는 증상들이 아주 특이한데 구토나 간혹 어지러움증 등이 있고 매우 중요한 증상으로 전조증이 있습니다.

편두통은 두통의 특성과 구토나 어지러움증 및 그외 동반되는 전조증상 등으로 진단될 수 있습니다. 1988년 국제두통학회에서 편두통에 대한 분류기준을 발표하므로써 그후 편두통에 대한 역학조사 등을 원활히 수행할 수 있었습니다.

이 분류에 의하면 편두통은 크게 7가지로 대별되고 7가지중 3가지는 다시 2~6가지의 아형으로 분류됩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첫째가 전조증상이 없는 편두통으로 대략 편두통 전체 환자의 85%를 차지합니다. 그리고 두번째가 전조증상이 있는 편두통으로 10% 정도 됩니다. 이 두가지를 합치면 전체 편두통의 95%가 됩니다.

전조증상이 있는 편두통은 다시 여섯가지로 세분되는데 첫째가 전형적인 전조증상을 가지고 있는 편두통입니다. 이어 지속성 전조증상을 가지고 있는 편두통, 가족성 반신마비성 편두통, 뇌저 편두통, 두통이 동반되지 않고 편두통성 전조증상만 있는 편두통 그리고 여섯번재 아형이 5분 이내에 급성으로 진행되는 전조증상을 지닌 편두통으로 구분됩니다.

분류번호 3번인 세번째 편두통으로 반근마비성 편두통, 4번이 매우 드물지만 망막성 편두통, 5번은 편두통에 앞서 나타나거나 편두통과 연관되어 나타나는 소아주기성 편두통이 있습니다. 여기에는 소아양성 발작성 현훈과 소아 양성 반신마비 두가지가 속합니다.

6번은 편두통 합병증으로 아형이 두가지가 있습니다. 편두통 중첩증 및 편두통성 경색이 있게 되겠습니다.

그리고 7번이 편두통과 비슷한 양상을 가지고 있으나 위에서 언급한 여섯가지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경우를 들 수 있습니다. 이러한 편두통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미 언급된 유형으로 또다시 분류될 수 있습니다. 이상이 국제적 편두통 진단 기준에 의한 분류입니다.

◆이명종교수(좌장):감사합니다. 임정근교수님의 발표를 들으면서 아셨겠지만 편두통 자체에는 확인하는 검사방법이 없습니다. 따라서 이럴수록 정확한 진단을 위해 환자의 고통과 증상을 귀담아 들어야 합니다. 충남대 김재문교수님께서 문진방법과 다른 진단법에 대해 추가적으로 말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김재문교수:사실 두통을 호소하는 환자의 진단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그래서 우스개 소리로 `두통환자는 의사의 머리를 아프게 한다'는 농담도 있고 실제로 의사들이 그리 반기지 않는 환자의 하나라는 생각도 듭니다.
그렇지만 두통이 병원에 내원하는 환자의 5대 질환중 하나고 사회적으로 작업능력을 손상하여 엄청난 사회적 손실을 일으킨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질환이라고 생각됩니다.

의사가 두통환자를 반기지 않는 이유중 하나는 진단적인 어려움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렇지만 두통환자의 비율이 일반적으로 병원의 전체 내원 환자중 5위 이내이고 두통환자들이 사회적으로 생산능력에 손실을 입는 비율이 다른 병에 비해 상당히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동안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두통이 상당히 도외시 되어왔습니다. 그러나 삶의 질이 향상되면서 의학이 이러한 측면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두통의 정확한 진단과 치료는 매우 중요한 의학적 문제라고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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