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위사 안가리고 작업 무신경…'SOP'규정 더 심각

화이자에 이어 광명제약까지 의약품 제조 혼입사건이 발생함으로써 국내 의약품 제조현장이 GMP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비난이 제기되고 있다.

 식약청은 매번 정기·수시감시를 통해 품질 위반업체를 적발하고 있지만 이는 빙산의 일각일 뿐 실제 의약품 제조현장에 대해 실사를 진행하는 일은 거의 없는 형편이어서 GMP 제조관리 실태의 전반적인 조사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첨단과학의 집합체인 제약회사 공장에서 혈압약에 감기약이 섞인 것을 검사자가 모른 채 출하했고, 다른 회사는 기본적으로 한 종류의 제품을 생산하고 난 다음 의당 씻어내야 할 지극히 상식적인 작업도 하지 않은 채 다른 약을 생산하다 교차오염이 나는 사고가 발생했다.

 나아가 이같은 사고는 제약회사 당사자들이 아닌 오히려 일선 약국과 병원에서 알아내 제조회사측에 신고함으로써 문제가 터지는 어이없는 일이 발생했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하물며 먹는 물도 다시 먹을 땐 한번 헹구어내고 먹는데 치료제인 의약품을 먼저 사용했던 충진기를 씻어내지 않고 생산했다는 것은 이해가 안간다"고 지적했다.

 감독관청인 식약청은 최근 잇달아 생긴 이들 혼입사건에 대해 "비단 이들 회사 뿐이겠느냐"며 전체 업계가 비슷한 상황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약사법상 KGMP(우수의약품제조관리기준)규정은 차치하더라도 그 산하규정인 SOP(표준작업절차, 작업자의 동선을 따라 해야 할 일을 규정)가 더욱 문제시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번에 화이자의 혈압약에 감기약이 혼입된 것도 SOP규정을 지켰으면 일어나지도 않을 일인데, 작업자가 배치에서 갓 생산된 알약 샘플을 칭량실에서 무게를 잰 뒤 이를 버리기 아까워 다른 통에 넣는 바람에 사고가 났다.

 식약청의 추가조사 결과 이같은 칭량의약품 재사용 사례는 화이자 의약품 중 30여품목에 달한 것으로 밝혀졌으며 곧 행정처분이 단행될 예정이다.

 광명제약 사례에서도 충진기를 한 번 씻어내면 될 간단하고 상식적인 일을 무신경하게 작업을 처리, 얼마든지 다른 약의 제조현장에서도 GMP나 SOP규정을 어기는 일이 허다할 것으로 짐작케 했다.

 식약청은 그러나 화이자사에는 혼입 사건이 터지자 마자 요란스럽게 정밀실사니 하여 전반적인 제조현장 작업관리실태와 전 제품 수거 조사에 들어간 반면 광명제약 사건에서는 살며시 대한약사회 등 의약유관단체에 회수조치 공문만 돌리는 등 슬쩍 처리하려는 모습을 보여 대조를 보이고 있다.
저작권자 © 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