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청각장애인학교에서 교장과 교사들이 청각장애아들을 상대로 비인간적인 성폭력과 학대를 저지른 실제 사건을 다룬 영화 도가니는 지난해 우리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유린당하는 모습을 본 국민들은 분노했고 결국 아동의 성을 보호하는 ‘도가니법’을 만들게 했다.

이후 아동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질러 벌금형 이상의 유죄판결을 받으면 의사와 학습지 교사로의 취업을 제한하는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의료계는 시끄러워졌다.

의사는 몸을 만질 수밖에 없는데 환자가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고 한다면 꼼짝없이 성범죄자로 몰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피해자의 입장이 중요한 성범죄의 특성 상 가해자로 오해받기 쉬운 의사들에게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하라는 목소리가 높다.

의사들의 이러한 우려는 환자의 입장에서도 충분히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하지만 최근 대한의사협회가 여성가족부에 ‘아동·청소년보호법’의 개정을 요청하고, 전국의사총연합이 해당 법안을 대통령이 인정해주지 말 것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의 행보는 의사에 대한 국민의 믿음을 약하게 만들 소지가 있다.

마치 ‘성범죄를 예방하자는 법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의사는 빼 달라. 벌금형 정도로 10년간 취업 제한은 너무 하지 않나’라고 들릴 수 있다.

예전에는 아무 의심 없이 의사를 믿고 치료를 받던 환자들도 의사들이 이렇게 발끈하는 모습을 본 후 진료실을 찾는다면? 평소에 신경 쓰지 않던 의사의 손짓 하나하나가 의심스러워 치료에 매진하지 못할 수 있다.

때마침 환자단체연합회가 “아동·청소년 외에 성인 대상 성범죄도 포함됐다고 발끈하는데 성인 환자들에 대한 성범죄는 책임지지 않겠다는 건가”며 도가니법을 두고 전의총과 설전을 벌이고 있다.

법안의 문제점에 대해 자신들의 입장을 나타내고 지적하는 것은 당연히 해야 하지만 이토록 발끈하며 들고 일어나는 것은 국민들에게 신뢰감을 얻기 어려운 모습이다.

이제껏 국민들은 몸이 아프면 의사를 믿고 몸을 맡겼다.

의사도 최선의 치료를 제공했으며 서로 간에 믿음이 있었다.

차라리 의연한 모습을 보이며 환자를 맞이하는 것이 그 믿음을 지키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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