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복지적·재분배적 시각→산업적 차원 확대돼야

이규식 교수, 정부개입-경쟁 조화속 의료시장 발전 필요

건강보험 등을 비롯한 현재의 사회보험구조는 보험료부담 인구 층의 지속적인 감소와 진료비 사용 인구층의 증가로 인해 오는 2020년께는 제도자체가 지속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돼 주목된다.

특히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정부 개입을 강화하고 보험자를 통합해 독점적 형태로 문제를 해결해 왔다고 전제한 뒤, 추후 정부 개입이 강화될 경우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위험성이 높은 점을 감안, 새로운 패러다임의 설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규식 연세대 교수(보건행정학과)는 지난 1∼2일 경기 이천 미란다호텔서 열린 보건복지부 출입기자 연찬회에서 '의료선진화를 위한 새로운 개혁 패러다임'이란 발제를 통해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인해 임금세(payroll tax) 중심의 재원조달 방법으로는 현재의 사회보험제도는 존속에 한계를 보일 것"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그는 현재의 사회보험 구조를 보면 보험료 부담층은 20-49세 층이 대종을 이루고 있는 반면, 65세 인구층은 진료비 사용이 인구비율보다 높고, 고령화로 진료비 사용 인구층은 계속 증가할 전망으로 있다고 설명했다.

즉, 보험료부담 인구층은 점차 줄어드는데 진료비 사용 인구층은 반대로 증가하고 있어 2020년경이 되면 제도가 지속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 교수는 특히 세계화의 가속으로 의료도 국가적인 경쟁의 대상이 됐으며, 의료시장도 개방을 통해 국민소득을 제고할 수 있는 분야가 되고 있다고 전제한 뒤 "더 이상 의료가 복지적·재분배적인 시각에만 머물러서는 안 되며 산업적인 차원도 동시에 고려해야하는 상황으로 바뀌고 있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의료시장도 국가의 하부 구조에 속하기 때문에 경제 운영논리와 부합되는 경쟁과 개방의 원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민의 기본적인 의료수요는 사회보험으로 충분하게 보장하는 보장성의 원칙을 유지함으로써 의료의 사각지대는 해소토록 해야 한다고 주장이다.

이 교수는 또 "지금까지 보건의료에 대해 명시적인 이념 정립은 없었지만 많은 사람들은 공공재적 입장을 토대로 복지적·재분배적 시각을 견지해왔다"며 "21세기 보건의료 이념은 공공재적 입장에서 공공재·사유재가 혼재하는 입장으로, 분배중심의 복지적 시각에서 분배와 개인적 욕구 충족이 가능한 시장을 조화하는 방향으로 새롭게 정립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21세기 보건의료를 지탱할 패러다임은 형평과 효율을 중시해 형평은 사회보장제도 내에서 공공재정(일반 재정 및 보험료)에 의해 달성토록 하며, 효율은 경쟁과 외주 등의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사회보장제도 내외를 막론하고 효율이 중시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80년대 이후 보건경제학 분야는 의료를 보는 새로운 시각이 등장해 정부와 시장의 균형을 추구해왔지만, 21세기 사회보험분야는 정부의 개입이 불가피하나 운영에서는 관리된 경쟁원리를 도입토록 하고, 소비의 다양성을 보장하기 위해 사회보험 분야 외의 의료를 허용하되 이 분야에서는 정부 개입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의료의 질 향상을 위해 정부가 주도하는 평가 제도가 아니라 경쟁을 통해 질과 비용의 균형점을 찾도록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는 한편, 의료에 관한 급속한 기술혁신과 정보화를 수용할 수 있는 의료체계를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이어 "공공의료와 공중보건에 대한 구분을 통해 정부는 공중보건서비스에서 완벽한 제공자 역할을 수행토록 하고, 민간병원도 사회보험제도권의 의료를 제공하는 한 공공의료에 속하기 때문에 공공병원의 확충을 통해 의료의 공공성을 제고하기보다는 수요의 공공화(공공재정의 비중 제고)를 통해 확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국민의료의 전부를 공공화의 대상으로 둘 경우 하향평준화는 불가피해질 것이기 때문에 민영의료도 일부 허용하는 방향에서 공공의료와 조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그는 아울러 현재의 건강보험 통합시스템은 수요의 국가독점체계를 유지해 많은 문제를 노출시킬 것이라며, 향후 저출산 인구구조로 임금세(payroll tax) 형태의 보험료에서 지속 가능한 새로운 재원조달을 위한 발상이 요구된다고 역설했다.

이밖에 세계적으로는 90년대 이후부터 의료분야도 실용적 접근이 강조됨에 따라 의료분야도 산업적 차원에서 접근하기 시작했다며, 의료서비스를 산업적 시각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배분적 가치 일변도에서 벗어나 시장접근적 가치를 병행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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