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부담 1인당 매년 33만원씩 갹출

국채발행시 최대 1600조…'장밋빛 환상' 지적도

정부는 우리나라가 저출산 고령화·양극화·저성장 등의 문제를 해결해 2030년까지 세계 10위권의 일류국가로 도약하기 위해선 '07∼'30년까지 24년간 1100조원(국채 발행으로 충당하면 1600조원)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중장기 비전을 제시했다.

이같은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군입대·취학연령을 낮추는 대신 정년을 연장해 일할 수 있는 인력을 늘리고, 사교육을 공교육으로 흡수하는 등 정책방안을 검토해 추진키로 했다.

하지만 국민에게 오는 '30년까지 1100조(세금으로만 충당할 경우)의 세금 부담을 추가로 떠안기는 '비전2030'과 관련, 그 재원을 어떤 방식으로 조달할 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비전 2030'이 중산층과 부유층으로부터 세금을 걷어 서민과 빈곤층의 사회복지 재원을 마련한다는 구상이기 때문이다.

분배 중심 정치철학을 담은 '비전 2030'의 핵심 쟁점은 1100조(세금만으로 충당할 경우)∼1600조원(국채 발행으로 충당할 경우)에 이르는 돈을 어떻게 마련하고, 이 부담을 결국 누가 지느냐에 모인다.

이런 구상에 대해 국면 전환용, 장밋빛 환상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지만 정부는 이제부터 논쟁해 보자는 입장이다.

정부는 '비전 2030'을 한 세대 앞을 내다보고 수립된 최초의 국가 장기종합전략으로, 우리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들에 대처하고 우리의 노후,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설계하기 위해 수립된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즉, '함께 가는 희망한국' 건설을 위해 여론수렴을 거쳐 비전 2030을 체계적으로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우선 이 '비전 2030'을 추진하기 위해선 향후 24년간 세금으로만 충당할 경우 1100조원이 필요하다. 이 부담액을 현재 가치로 환원한 뒤 인구수로 나누면 연간 평균 1인당 부담액은 33만원으로 계산됐다.

정부는 그러나 비전2030에 대한 논의는 시작 단계인 데다 재원을 어떤 방식으로 조달할지 확정되지 않은 상태이므로 국민적 부담에 대한 언급자체가 적절하지 않다는 견해를 나타내고 있다.

◇ 재원 얼마나 필요하나= 정부가 '비전 2030'에 필요하다고 밝힌 액수는 1100조원이다. 2007∼2010년에는 국내총생산(GDP)의 0.1%, 2011∼2030년에는 GDP의 2.1%가 더 필요하며 액수로는 2007∼2010년 4조원, 2011∼2020년 1096조원으로 계산된다는 것.

이는 2007∼2010년에 4.9%, 2011∼2020년에 4.3%, 2021∼2030년 2.8%의 잠재성장률을 유지해야 가능하다는 것을 전제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1인당 국민부담은 1100조원을 인구수인 4850만명으로 단순히 나눠서는 안된다는 것이 기획예산처의 설명이다.

1100조원은 물가상승분을 제거하지 않은 경상기준 액수이기 때문에 물가상승분을 감안한 현재가치로 환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계산방식 대로라면 국민 전체부담은 25년간 모두 400조원, 연간 평균 16조원이며, 이를 인구수로 나누면 국민 1인당 연간 33만원으로 계산된다.

◇ 국채인가, 조세인가= 국채발행을 통해 재원을 조달하면 재정의 건전성을 해칠 뿐 아니라 현재의 세대가 미래세대에 부담을 넘겼다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게다가 국가채무는 이미 상당히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어 채무를 추가하는 것은 정부로서는 상당히 부담스럽다.

국가채무는 작년말 248조원에서 올해말에는 280조원으로 증가하고 내년말에는 3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가채무의 증가는 외환시장 안정용 국채 발행, 공적자금 국채 전환, 일반회계 적자 보전 등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국채에 대한 이자지급액이 올해는 11조원, 내년에는 12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올해 이자지급액 11조원은 국방예산 23조원의 절반에 이르는 규모다.

그렇다고 해서 부족한 재원을 모두 조세로 충당하는 것도 선택하기가 쉽지 않다.

납세자들이 선뜻 동의하기 어려운 데다 유권자들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여당이 적극성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조세부담이 높아지면 국제적인 외국자본 유치경쟁에서 밀리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세수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따라서 국채와 조세로 나눠 재원을 충당하는 방안이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 현실성 없어 정부 신뢰 훼손= '비전 2030'이 허황된 꿈이란 비난을 받는 것은 재원 조달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경제 상황은 2030년까지 1100조∼1600조원을 제공할 만한 여력이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참여정부 들어 경제성장률이 연평균 3.9%로 주저앉았고 내년에는 4% 성장도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는 등 잠재성장률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예산처는 2006∼2010년 잠재성장률을 4.9%, 2011∼2020년 4.3%로 예상했다. 몇 년 뒤 한국 경제의 체력을 과장해 놓고 이를 근거로 세금을 더 걷을 수 있다고 보는 셈이다.

국채 발행은 더욱 어려운 문제다. 국가채무가 올해 280조원을 넘어서면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32.3%로 높아졌고 국민 1인당 나라 빚은 올해 577만원에 이른다. 여기에 1600조원이 추가되면 국가채무 비율은 70%를 넘게 돼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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