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에 기름 바르고 시종 공손하게 답변

與 의원들 송곳질문에 '따끔'

유시민 보건복지부장관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여당 소속 의원들도 야당 의원 못지 않은 '송곳 질문'으로 유 내정자의 리더십 부재 등을 따지고 들어 눈길을 끌었다.

열린우리당 김선미의원은 이날 질의에 앞서 유시민 후보자를 향해 "애정 어린 충고를 좀 하겠다"고 운을 뗀 뒤, "장관직은 서로 다른 의견을 한 데 아우르고, 공통의 이익을 추구하는 자리인데, 그 동안의 정치인 유시민의 모습을 보면 그 때 그 때마다 부딪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또 "복지부와 유관기관 임직원을 합쳐 1만8000여명이나 되고, 예산도 10조4000억여원이나 되는 집행기관의 수장으로서 어느 부처 장관보다 국민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자리"라며, "유 내정자는 동료 정치인들에게 독선과 아집이 강한 모습으로 비춰져 있어 상충되는 이해관계들을 잘 설득해 자발적 참여를 유도해낼 수 있을 지 염려스럽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 같은 김 의원의 지적에 대해 유 내정자가 "걱정 끼쳐 드린 점 죄송하다"며 몸을 낮추자 정치권 안팎에서는 유 내정자에게는 자신을 곁에서 지켜본 동료 의원의 지적이 그 누구의 질타보다도 긴장감을 갖게 하는 것 같다는 반응들이 나왔다.

김 의원은 "'유시민표 양극화 문제'도 이번 인사파동을 통해 여실히 드러난 것 같다"며 "앞으로 장관으로서 말하고 행동 하겠다는데 이를 통해 문제가 어느 정도 해소가 가능하리라고 보는가. 장관임명 전에 그간 발언으로 야기됐던 문제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하는 것이 어떤가"라고 제안했다.

같은 당 유필우 의원도 노무현 대통령이 유 내정자의 장관직 수행을 걱정한 것으로 알려진 데 대해 "스스로 내정자 사퇴를 생각해 본 적은 없는가"라며 직격탄을 날린 뒤 논란이 되는 여러 발언들을 예로 든 뒤 "말 바꾸기, 독선적 언행은 그만둘 것인가"라고 물었다.

또한 강기정 의원은 이날 "많은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이 유시민 후보자의 말바꾸기에 대해 문제를 삼고 있다"며 "유 후보자가 장관이 되고난 뒤 소신과 정책 기조를 유지할 수 있을 지 의문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이어 "장관의 덕목은 신뢰에 있는데, 그런 면에서 유시민 후보자의 말바꾸기가 신뢰를 해치고 있지 않나 싶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유시민 후보는 "그런 걱정을 끼쳐 송구스럽다"며 "고집을 밀고 나가기 보다 많은 분들의 소망을 헤아려 정책에 수렴하도록 하겠고 우려와 걱정을 마음에 깊이 새기겠다"고 공손하게 답했다.

유 후보는 이어 "말과 입장을 바꾼 것으로 비칠 수 있지만, 소신가운데 현실과 타협 가능한 부분은 수용한 것으로 이해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유 후보의 튀는 언행은 여당의원들에게 조차 걱정스럽고 우려스러운 것이었음을 반증하는 질문들이었다.

그러나 유 후보는 이날 국회 청문회장에서는 그 동안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모습과 태도를 보였다.

머리에 기름을 바른 깔끔한 정장 차림이었고 시종 공손한 태도로 의원들의 질의에 답했다.

국민연금 미납 등과 관련한 야당의원들의 공격적인 질의에 대해 "고의는 아니었다"면서도 언쟁을 벌이는 대신, 잘못된 부분은 솔직하게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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