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제수 줄여 연구역량 키워야'

"현재 수행하고 있는 연구과제가 너무 많다는 생각입니다. 과제수를 지금보다 줄여 보건관련 연구역량을 키워야 합니다"

지난 97년 복지부차관을 지내고 한때의 정치 외도를 접고 지난 9월말 보건사회연구원장에 발탁, 친정에 돌아온 김용문 원장(58, 사진)이 소속 조직에 내린 진단서다.

김 원장은 "올해 158가지 과제에 연구원들이 시달리고 있다"고 안타까워하며 "무엇보다도 과제수를 100개 이하로 줄이는 일이 시급하다"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과제수를 줄이되 2~3년 이상 앞으로 내다보고 국책연구 중심의 연구원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미래형 연구원'의 비전을 제시한 김 원장은 과제수를 줄이고 심도있는 국책연구를 위해서 무엇보다도 안정적이고 충분한 연구예산의 확보가 시급하다고 강조하고 정부측과 부단한 접촉을 갖겠다고 덧붙였다.

정치와는 완전히 결별했다고 확언한 김 원장은 정치인때 얻은 인내심·겸손 등 장점을 연구원 발전에 쏟겠다고 밝혔다.

저출산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등장한 요즘 김 원장은 주례 기회때 신랑·신부에게 다산(多産)을 권유하는 등 저출산 해결사를 자임하고 나섰다.

다출산 가족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찾아가 격려하는 김 원장은 저출산 원인이 국가 정책에도 있지만 가족문화에도 기인한다는 점을 깨달았다.

11명의 자녀를 두고 현재도 임신중인 경북 구미 김석태(46)·엄계숙(41)씨 부부의 "어떤 정책지원보다도 자녀를 낳아 기르는 즐거움을 축복으로 생각한다"는 말을 듣고 나서부터다.

"저출산 문제만해도 연구원 입장에서는 오래전부터 준비를 했어야 했습니다. 이런 일을 교훈삼아 연구원들도 경영마인드를 가져 국책과제를 자발적으로 끄집어내 연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연구원들이 단순한 페이퍼 위주의 연구가 아니라 각자가 경영마인드를 갖고 미래지향적인 연구를 하라는 김 원장의 주문인 셈이다.

지난 71년 행정고시에 합격, 30년간을 복지부에서 근무한 정통관료 출신인 김 원장은 사회복지학, 행정학, 보건학 등 박사학위를 3개씩 소지하고 있는데다 하바드대, 서울대 등 국내외 유수대학에서 객원교수를 지냈고 원장임명 직전까지 전남 영암소재 동아인재대학장을 역임하는 등 연구원장으로도 손색이 없는 경력을 지녔다는 평가다.

저작권자 © 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