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법원 ‘대여 인정하지만, 위법 동기와 경위 볼 때 처분 범위 과해’

동업해서 약국을 운영하다 새로 약국을 차리는 과정에서 면허를 대여한 혐의를 받았던 서 모 약사와 한 모 약사가 각각 1억 5,431만 9,380원과 1억 9,779만 5,780원의 요양 급여비 환수 위기에서 기사회생했다.

면허증을 대여한 점은 인정되지만 원래 지급받아야할 요양급여비용을 초과한 금액을 지급받은 것이라고 평가하기 어렵고, 동기와 경위를 볼 때 위법성이 중하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서울행정법원 제14부(재판장 홍진호)는 최근 부산 지역에서 A약국을 개설하고 대여한 면허로 B약국을 개설한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던 약사 서 모씨와 약사 한 모씨가 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사건은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A 약국을 운영하던 서 씨는 2억 5,000만원의 투자를 받고 한 씨와 동업을 하기로 했다. 그 후 서 씨의 동생은 한 씨에게 서 씨의 이름으로 김해 지역의 건물에 관해 채권최고액 2억 5,000만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해줬다.

사건 약국은 원래 약사 김 모씨가 인수하기로 했으나 개인적인 사정으로 권리금 1억 8,000만원에 한 씨에게 양도하기로 했다. 한 씨는 직접 보증금 2억과, 임차기간 24개월, 차임 월 300만원으로 임대차계약도 체결했다.

2015년 한 씨 명의의 사건 약국이 개설됐는데 어려움을 이유로 약사 박 모씨에게 사건 약국을 권리금 2억원에 양도하기로 했다.

그 무렵 서 씨는 사건 약국에서 의약품의 조제와 판매 업무를 했고, 환자로부터 받은 현금은 서 씨가 공단으로부터 받은 요양급여비용은 한 씨가 각각 관리했다. 사건 약국은 2015년 2월 폐업됐다.

서 씨와 한 씨는 동업관계를 청산하고 약국을 다른 약사에게 양도하는 과정에서 경험 부족 등을 이유로 일시적으로 관리 업무를 위임한 것이고, 명의를 대여 받아 약국을 개설한 것은 아니고 면허증을 대여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반발했다.

또한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요양급여비용을 받은 경우’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반드시 명백했다고 할 수 없는 점과 모두 약사 자격을 보유하고 있어 약제 업무를 수행함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점, 한 씨가 사건 약국을 제3자에게 양도하는 과정에서 짧은 기간 동안 불가피하게 근무했던 점 등을 고려해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법원도 공단이 제출한 자료와 사건의 정황으로 볼 때 환수 처분의 범위가 과하다고 판단하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사건 약국 개설 과정에서 서 씨가 실질적으로 지출한 금액이 거의 없고 한 씨가 투자했던 2억 5,000만 원을 주된 재원으로 사건 약국의 인수가 이뤄진 점과 한 씨가 자신의 명의로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던 점, 서 씨가 의약품의 조제 및 판매 업무를 전담했지만 기간이 한 달이 되지 않고 요양급여비용은 한 씨가 관리했던 것을 볼 때 주도적인 입장으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한 씨가 면허증 대여 행위를 한 것은 인정되지만 공단이 지급받아야 할 요양급여비용을 초과한 금액을 지급받은 것으로 평가하기 어려운 점과 약사법 위법 행위의 동기와 경위, 내용에 비춰 볼 때 전부 징수해야 할 정도로 정도가 중하다고 볼 수 없는 점 등을 종합해 볼 때, 요양급여비용 환수 처분은 재량권을 남용해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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