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무작정 서울행 재고...병원, 혈액 전문의 양성해야"

前 서울의대 혈액종양내과 박선양 교수가 부산으로 내려왔다. 그는 우리나라 혈액암 분야 최고 명의다. 그의 학문적 권위 또한 자타가 인정한다. 지난 1일부터 해운대백병원 암센터장으로 진료를 시작한 박 교수에게 혈액암의 치료환경과 앞으로 계획에 대해 물었다.

▲ 박선양 해운대백병원 암센터장
"지역 환자들을 위해 같이 일 해보자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아시다시피 현재 전국 대학병원들의 의료기술은 거의 평준화 되어 있습니다. 최고 의료시설을 갖춘 해운대백병원에서 우수한 의료진과 함께 이곳 환자들을 돌보고자 합니다."

그는 33년의 세월을 서울대학병원에서 보냈다. 수많은 환자를 진료하면서 가장 효과적인 치료방법을 연구했다. 하지만 어떻게든 서울에서 치료를 받겠다며 긴 대기기간을 기다리는 지방 환자들을 보면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혈액암은 진행 속도가 빨라 어느 시점에 어떻게 치료해야 하는가를 결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따라서 적정 수준 유지를 전제로 하면 가까운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지방은 지방대로 여러 가지 많은 장점이 있으니까요."

박 교수는 서울에서 치료를 받는 혈액암 환자의 60% 정도는 지방에서도 처치가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적어도 3~4주 이상을 기다려가며 서울에 있는 병원을 고집하는 것은 결코 옳은 일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제가 부산에 왔다고 해서 하는 얘기는 아닙니다. 서울도 환자가 밀리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혈액암은 신속한 치료를 요구합니다. 여기 와서 보니까 검사결과가 바로 나와 시간 지체 없이 진료가 진행됩니다. 응급치료도 즉시 이루어지고요. 환자, 가족들의 간절함은 이해하지만 이제 생각의 변화는 필요하다고 봅니다."

많은 분야 가운데 왜 혈액학을 선택했는지가 궁금했다. 박 교수는 환자 상태에 대한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평가를 통해 정확한 진단과 적절한 치료방침을 결정하는 과정이 매우 도전적이고 흥미로운 분야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은 현실적인 문제에 대한 걱정도 있다. 혈액학을 전공하는 펠로우(Fellow)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일이 힘들기도 하지만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이유지요. 서울도 일부 대형병원을 제외하고는 펠로우를 제대로 갖춘 병원이 드뭅니다. 간단히 해결될 문제는 아니라는 건 압니다. 하지만 반드시 대책은 마련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는 의사의 입장에서라도 늘 임종을 앞둔 환자를 지켜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라고 했다. 더욱이 죽음을 맞는 순간은 더욱 그렇다. 여기에 대학병원 근무 이외 나가서 병원 열기가 어려운 것도 젊은 의학도들의 혈액학 전공을 막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필요한 요원을 양성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학병원이 맡아야 할 역할이 있겠지요. 비전을 제시하고 적절한 환경을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대학병원은 정년으로 결원이 생기게 됩니다. 거기에 맞춰 2~3년 병원에서 Training 시키고 조건에 맞게 충원하는 것도 방법이 되겠지요."

박 교수는 종류에 따라 차이가 있긴 하지만 혈액암 환자 중 절반 정도는 완치가 가능하다고 했다. 하지만 치료 중에는 합병증 등 위험한 고비가 올 수도 있어 의료진과 환자, 가족들이 상황을 이해하고 힘을 합쳐 어려움을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운대백병원은 부산ㆍ울산ㆍ경남지역 병원 중에서 가장 많은 조혈모세포이식 실적을 갖고 있습니다. 이처럼 좋은 여건을 갖춘 암센터에서 그동안의 경험을 살려 지역 혈액암 환자 진료에 매진하겠습니다." 부산에서 제2 인생기를 맞은 박선양 교수의 의미 있는 약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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