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안암 김신곤 교수, 'NECA 연구가 가진 제한점 고려 돼야'

“효과 강할수록 혈당 올라갈 개연성은 인정, 여러 변수 보정 못해 한계”

두 달 전 스타틴을 보유한 제약사들이 발칵 뒤집혔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이 ‘스타틴을 복용한 경우 당뇨병 발생이 1.88배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를 보도자료 형태로 언론에 배포했기 때문이다.

언론은 이런 솔깃한 기사거리를 놓치지 않았고 단숨에 스타틴은 당뇨병의 고위험인자(?)로 낙인이 찍혔다. 하지만 NECA의 연구에 한계가 있다는 점이 밝혀지면서 스타틴의 오명은 벗겨졌다. 하지만 아직 그 상처는 남아 있다.


NECA 연구의 한계점은 무엇이었는지 고대안암병원 내분비내과 김신곤 교수(사진)를 만나 들어봤다.

“한국인을 대상으로 건보공단과 심평원의 데이터를 통합 분석했다는 것은 분명 의미가 있다”며 “하지만 관찰 연구가 가질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논문이 발표된 후 논의해도 늦지 않다”

김신곤 교수는 스타틴의 효과가 강할수록 혈당이 조금 더 올라가고 살이 찌며 인슐린이 올라갈 개연성은 인정했다.

김 교수는 “다만 그 정도는 매우 적다. 메타분석에서도 당뇨병 발생 위험도가 9%에서 많아야 20% 정도로 나온다”며 “NECA의 결과처럼 약 100% 증가시킨다는 것은 한국인의 특징이 아닌 연구 자체의 한계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우선 연구 대상자는 복부비만, 높은 중성지방, 낮은 HDL 콜레스테롤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이런 요인들은 심혈관 질환의 위험요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당뇨병의 위험요인이기도 하다.

실제 심혈관 질환 위험도가 높은 사람들은 당뇨병의 위험도도 높았다고 할 수 있다.

김 교수는 “이들이 스타틴을 더 처방 받았을 가능성이 있는데 이 연구에서는 이런 데이터가 누락되었다”고 말했다.

김 교수가 지적한 또 하나의 한계점은 탐지편향(detection)이다. 스타틴 치료를 받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정기적으로 병원을 방문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지속적인 관찰 및 혈당검사를 통해 조기에 당뇨병이 발견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NECA 연구는 여러 혼란 변수를 완벽하게 보정하지 못했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며 “스타틴과 당뇨병의 관계를 제대로 확인하기 위해서는 위약과 대조군을 비교하는 관찰연구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럼 실제 당뇨병 환자 중 스타틴을 복용해야 하는 환자는 어느 정도나 될까. 데이터에 따르면 당뇨병 환자 중 절반 정도가 고지혈증을 동반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제2형 당뇨병 환자의 사망 원인 중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것은 80%를 차지하고 있다.

김 교수는 “고지혈증을 동반한 당뇨병 환자를 치료할 때에는 혈당과 지질을 모두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다만 미세혈관 질환의 경우 혈당 조절 효과가 지질 조절 효과보다 크고 대혈관 합병증에서는 지질 조절의 효과가 빠르고 강력한 편”이라고 말했다.

당뇨병이 무서운 이유는 그 자체가 아닌 이로 생기는 합병증이다. 특히 당뇨병 자체만으로 심혈관 질환 위험을 2~4배 높이고 여기에 이상지질혈증까지 있으면 심혈관 질환의 위험은 4~8배까지 증가한다.

김 교수는 “당뇨병에 고지혈증, 고혈압 등 위험 요인이 하나씩 추가될 때마다 심혈관 질환 위험도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며 “ 때문에 심혈관 질환을 앓고 있지 않더라도 당뇨병 환자에게는 1차 예방의 목적으로 스타틴을 사용한다”고 말했다.

이는 2013년 미국심장학회(ACC)나 미국당뇨병학회의 권고사항이기도 하다.

다만 당뇨병 치료제에 스타틴까지 복용하게 되면 환자에게 부담이 될 수 있기에 환자의 상태나 스타틴의 용량 조절은 필요하다는 것이 김 교수의 의견이다.

김 교수는 “과거에는 스타틴에 간 모니터링이 권장되었지만 지금은 간기능과 관련해 나빠지는 빈도가 워낙 적어 안전하게 사용 가능하다”며 “다만 저체중, 고령, 여러 약제를 복용하고 있는 경우 부작용 발생 위험을 염두에 둔다면 스타틴의 강도를 중간 이하로 낮추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이처럼 스타틴은 심혈관 질환 예방 차원에서 사용하기에 적절한 약물이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2013년 미국심장학회, 미국심장협회, 국립지질협회, 영국 국립임상평가연구원 권고안 모두가 일관되게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스타틴은 심혈관 질환 예방 목적의 2차 예방 효과는 물론이고 1차 예방에 있어서도 적절한 환자에게 사용하면 심혈관 질환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라며 “고령일수록 심혈관 질환이 발생할 위험이 높기 때문에 60세 이상이라면 스타틴 복용을 고려하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한국인은 서양인에 비해 심혈관 위험이 낮고 스타틴을 사용했을 때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잘 낮춰진다는 점을 봤을 때는 1차 예방 목적으로 굳이 고용량을 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오히려 이번 NECA의 연구 발표는 스타틴의 장점을 다시 한 번 되돌아 볼 수 있는 전화위복의 기회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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