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접국 대비 수 년간 고비용, '안통법' 이후 더 커진 구매대행 열기

업계 ‘팔수록 손해’ 억울…국내 도매가, 외국 사이트 판매가와 차이 없어

한해 해외직구가 3조원에 육박하는 시대. 소비자들은 낮은 가격에 물건을 구매할 수 있는 채널을 하나 더 얻었지만, 일회용렌즈의 경우 안전성을 이유로 이를 막는 법안이 통과돼 불만이 커지고 있다.

특히 직구를 할 수 밖에 없는 배경에 아큐브 등 글로벌 브랜드가 벌이고 있는 불합리한 가격정책이 도사리고 있어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함께 나오고 있다.

“렌즈를 착용하는 젊은 사람들 중에서 ‘렌OO’이랑 ‘비O다이O트’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요? 온라인상에서 대유행이에요”

김아무개씨(33·서울 성북구 길음동)는 “몇 년 전부터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는 해외직구가 대세”라며 “특히 렌즈의 경우 국산 제품과 어마어마한 가격차이가 나기 때문에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가까운 일본만 비교해도 가격이 판매가에 반값을 밑도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인터넷상에는 각종 구매 후기와 방법들을 클릭 몇 번으로 쉽게 얻을 수 있었다.

김씨의 사례에서 보듯 외국산 렌즈의 해외직구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누리꾼들 사이에서 ‘단통법’에 비유해서 소위 ‘안통법’으로 맹비난하는 안경·콘택트렌즈 해외직구를 제한하는 법안이 19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이후에는 더욱 이슈를 끌며 렌즈를 싼 가격에 미리 쟁여놓기 위한 움직임이 더해져 폭발적인 증가세를 이루고 있다.

이를 진화하기 위해 복지부는 구매대행 방식에 한해서만 금지하는 것이지 소비자들의 직접구매를 제한하는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렇지만 소비자들은 여전히 분노의 화살을 멈추지 않고 있으며, 안경사들을 부도덕한 이익집단으로 모는 목소리도 크다. 그동안 매출에 눈이 멀어 소비자들을 우롱한 것이 아니냐는 분위기다.

안경사들을 대표하는 안경사협회는 홈페이지에 해외 직구를 금지를 환영한다는 문구도 올리며 공분을 사기도 했다. 성급하다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그러나 점주들은 억울하다는 심정을 전했다. 아큐브를 비롯한 유명 브랜드들이 국내에 맞지 않는 가격정책을 펼치고 있어 팔면 팔수록 오히려 손해를 보고 있다는 주장이다.

서울에 한 안경사는 “요새 부쩍 시력검사만 하고 매장을 나서는 고객이 늘었다”며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직구에 쉽게 접근할 수 있어 당장 매출도 걱정이지만, 그동안 믿고 구매해줬던 단골들에 신뢰를 잃고 있는 것 같아서 씁쓸하다”고 말했다.

그는 “인접 국가들에 비해 눈에 띄게 높게 측정된 가격이 직구를 부추기고 있다”며 대표적으로 아큐브 제품 일부의 도매가격까지 공개하기도 했다.

기자가 확인한 결과 유명 해외직구 사이트에서 배송비를 제외한 가격과 차이가 없었다.

이어 “우리의 마진은 절대 크지 않다. 매장 임대료와 인테리어 비용 그리고 인건비를 포함하면 밑지는 장사지만 인지도로 찾는 소비자들이 아직 적지 않아 뺄 수 없는 실정”이라며 “공급가를 원가로 판매하는 매장도 등장했을 정도인데, 언제까지 소모적인 경쟁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아큐브는 국가별 시장상황 및 가격정책에 따라 다를 수 있으며, 해외직구 법안 발의에 대해서도 특별한 의견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수년간 계속된 불합리한 가격정책에 국내 안경 산업은 소비자들의 불신과 함께 조금씩 멍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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