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두·PPA 등 파동 겪으며 국민에 '중요기관' 각인

과감한 외부수혈 등 국민 눈높이 부응자세 시급

■ 약업계 2004년 총결산<1> 식약청

식약청에 있어서 2004년은 만두와 PPA의 높은 파고를 넘은 고통의 연속이었지만 일반국민에게는 중요기관이라는 인식을 뚜렷하게 각인시켜 한마디로 명암이 극명하게 교차된 한해로 기록될 것 같다.

역설적으로 잦은 대형 사건으로 식약청이 뭔가 삐꺽거리는 조직임이 표출됐으며 따라서 대대적인 손질을 준비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만두와 PPA 파동에 대해 식약청 대다수는 국민건강 피해 여부를 따지는 본질보다는 일부 공무원들의 소영웅주의나 정보관리 미흡이라는 지엽적인 문제가 불거진 사안이라는 시각을 갖고 있지만 그 결과가 국민들을 정신적 공황으로 몰고갔다는 점이 간과될 수 없는 대목이다.

이 두사건은 '먹는것 갖고 장난치나', '감기약도 못 먹게 하나' 등 여론의 질타속에 정치권과 언론까지 합세하면서 정치·사회적 문제로 급속히 번져 나갔다.

만두를 먹지 않는 국민들이 늘어나고 도산하는 업체가 생겨나고 그 후유증은 피해배상소송으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PPA사건도 의약품에 대한 불신을 높였다는 대표적인 그늘을 빼고도 해당 약품을 생산하는 제약사에는 1000억원에 가까운 피해를 끼쳤으며 그 여진이 연말까지 계속되고 있는 형국이다.

의약품 부작용에 대한 학습효과탓에 해열진통제의 설피린과 항히스타민제인 테르페나딘 등 2종의 의약품 성분이 부작용으로 이유로 사실상 퇴출됐으며 설피린 유사성분이라는 이유로 노피린메탄설폰산칼슘도 출하중지 조치가 내려졌다.

PPA를 경험하면서 의약품 부작용정보에 적어도 국민이나 정부가 예민해진 셈이다.

식약청으로선 독감백신 파동도 진저리가 나는 사안.

독감철을 앞둔 지난 10월 홈페이지에 독감백신값이 차이가 난다는 정보에 근거, '독감백신의 효능에는 차이가 없다'는 대국민 안내문에서 출발한 사안이 의협측이 의사들에게 '바가지 백신' 이미지를 덧씌웠다고 반발하면서 촉발됐다.

식약청과 의협측의 공방속에 특정 독감백신업체가 행정처분이라는 '총알'을 맞기도 하고 독감백신의 방부제(보존제)로 쓰이는 치메로살의 위해성에 대한 논쟁으로 확산, 아직 잔불이 남아있는 상태다.

이밖에도 불량 한약재를 둘러싼 유해성 지적에 따라 정부의 '좋은 한약재'도 가시화되고 있다.

이런 일련의 식의약 파동은 식약청에는 산고로 다가왔지만 성과가 없는 것도 아니라는 관측이 식약청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도 국민 시각의 '사각지대'에 놓인 식약청이 국민앞에 극적으로 등장했다는 점이다.

대형 식의약 사건이전에 '식약청'에 생소한 국민에게 식약청을 분명하게 각인시킨 것이다. 국민들의 높은 관심이 결국 식약청의 위상강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데 이견을 다는 사람은 많지 않다.

식약청에 대한 일반의 인식제고는 식약청 보도건수에서도 드러난다. 올 10월말기준으로 식약청의 보도자료 건수가 303건으로 지난해 같은기간의 208건에 비해 무려 60%가 증가한 것이다.

하지만 위상강화에는 스스로 살을 깎는 혁신노력이 전제돼야 한다는 과제를 식약청은 안게됐다. 인적, 조직, 업무 등 기존 틀을 깨고 높아진 국민 눈높이에 맞추는 혁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인적자원의 과감한 외부 수혈을 비롯 대대적인 조직개편, 인력의 재배치 등의 고통을 감내하는 자세와 이를 견인할 강한 의지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따지고 보면 대형 식의약사건의 이면에는 만성적인 인력부족이 도사리고 있는 점을 직시해 과감하게 인력과 예산을 늘리는 후속조치는 정치권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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