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바이오 성과 독려 심해…장기 안목 필요할 때

한 줄기세포 전문가는 정부부처의 R&D 진흥 회의에 참석한 자리에서 다소 황당한 이야기를 들었다. 줄기세포에 수천억의 예산이 들어갔으니 1~2년 안에 성과를 보여 달라는 정부 관계자의 요구였다. ‘너무 성급한 생각’이라며 정중하게 설득한 그였지만 정부의 급한 모습에 가슴이 무거워짐을 느꼈다고 한다.

바이오업계는 올 초에 협조 공문 ‘폭탄’을 맞았다. 정부부처들이 앞 다퉈 ‘손톱 밑 가시 제거’를 위해 의견 수렴 공문을 보낸 탓이다. 중구난방으로 들어온 공문을 처리한 일선 담당자들은 “각 부처에서 일방적으로 의견만 듣고 어떻게 처리됐는지 알려주지도 않기 때문에 기대도 하질 않는다”고 토로한다.

바이오업계를 향한 정부의 조급증이 커지고 있다. 투입한 예산에 비해 성과가 없다고 생각한 정부가 성과를 ‘만들기 위해’ 업계를 다그치는 양상이다.

이런 정부의 조급증을 대하는 바이오 업계는 답답할 따름이다. 백년대계가 필요한 산업군에 단타성 성과를 바라는 것은 결국 산업의 신뢰도만 추락할 뿐, 국가 기간산업으로 자리 잡는데 방해만 된다는 주장이다.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도 이런 의견을 꾸준히 피력하고 있다. 최근 한 포럼에서 그는 “다른 산업군을 보면 긴 역사 속에서 발전을 이뤄왔는데 국내 바이오산업의 역사는 아직 그 역사가 짧다”면서 “이제 시작인 바이오산업을 긴 안목으로 바라봐 달라”고 당부했다.

분명한 것은 조급한 마음가짐은 일을 성사시키기는커녕, 망치는 지름길이란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2005년 '황우석 사태'의 아픔과 교훈을 벌써 잊었는가.

저작권자 © 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