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독약품과 테바의 '공개 열애'. 실한 열매가 기대된다.

국내 중견기업 한독약품과 이스라엘에 본사를 둔 제네릭 전문 다국적기업 테바간 합작기업 설립이 순조로울 지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합작기업 설립이 특별히 주목받는 이유는 제네릭 세계 1위 기업의 국내 진출이라는 의미 외에 의도치 않은 일이긴 하지만 양사간 협상이 만천하에 공개된 가운데 진행되기 때문.

남녀간의 열애도 그렇지만 기업간 M&A나 합작기업 설립 등 기업 경영과 관련한 중요 현안은 결실을 맺기까지 비밀이 지켜져야 한다는 것은 불문율. 자칫 중간에 내용이 흘렀다가 잘되가던 협상이 깨지는 경우도 얼마든지 있기 때문에 막판까지 철저히 함구하는 것이 일반적인 사례이다.

그러나 이번의 경우 엉뚱하게도(?) 당사자가 아닌 정부 고위 공직자의 토론회 발언이 발단이 돼 당사자들이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속에 공개되는 과정을 겪음으로써 합작기업 설립이 순조로울지, 행여 난관에 부딪치는 것은 아닌지, 그렇다면 그 책임소재를 따져야 하는 것은 아닌지가 향후 관전 포인트가 되고 있다.

일단 한독약품의 경우 자신들의 6일자 공정공시외에 더이상 밝힐 내용이 없다는 공식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한독약품은 6일 공정공시에서 "다국적 제약회사인 테바와 국내합작회사 설립 가능성에 대한 예비협상을 진행 중이나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밝히고 "거래가 성사될지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며 "거래 성사 여부가 확정되는 시점 또는 1개월 이내에 재공시하겠다"고 밝혔었다.

한독약품의 이같은 공시는 유가증권시장본부의 현저한 시황변화에 대한 조회공시요구에 대한 답변으로 나왔다.

한독약품의 주가는 이번달초 고공행진을 거듭하는 등 '현저한 시장변화'가 있었고, 그 시작은 지난 달 29일 김희국 의원 주최의 '제약강국으로 가는 길'이라는 정책토론회에 참석한 안도걸 복지부 산업정책국장의 '테바가 1000억원대 국내사 인수를 고려중'이라는 발언에서 출발했다.

연간 매출 1000억원대의 다수의 제약사가 그 대상업체로 거론되며 주가가 폭등했고, 일부 언론에서 한독약품을 거론하며 지난해 3300억 매출의 한독약품도 주가 상승폭등 업체 대열에 합류, 유가증권시장본부의 공시요구를 받기에 이르렀고, 거짓을 고했다 훗날 불이익 처분을 받을 수 있는 회사 입장에선 사실을 밝히지 않을 수 없었던 것.

한독이 공시를 통해 밝혔지만 아직은 예비협상 단계이고, 거래 성사에 대해서는 누구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 그럼에도 사실을 공개할 수 밖에 없었던 한독약품의 심정이 어떨지는 미루어 짐작이 가능한 상태이기도 하다.

안도걸 국장 역시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 안 국장은 8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다국적제약이 계속 제네릭 시장 거점확보에 노력해 왔고, 테바사의 경우 일본 등 진출 전례로 볼 때 한국도 관심이 있을 수 있으며 경영전략 변화에 선제적 대응을 해야 한다는 원론적 이야기를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독약품이 그 대상업체라는 것은 나도 몰랐다"고 밝히고 "이 문제로 인해 개인적으로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고 편치 않은 심경을 표명했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안 국장은 전임자들과 달리 관료적이거나 규제적 이지 않고 산업적 마인드를 가진 참신한 정책 당국자"라고 평가하고 "이번과 같은 우발적 문제로 의욕상실로 이어지지는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한독-테바간 협상이 순조롭지 않을 경우 안도걸 국장이 법적인 책임은 몰라도 도덕적 책임을 벗어나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있다.

국내 산업을 위한 마음이 앞서 의도치 않은 실수라고 넘어가기엔 협상 당사자들, 특히 한독약품이 안아야 할 부담이 너무 크다는 지적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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