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서울행정법원서 교수들 제기 취소소송·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심문 진행
교수협 "의대증원 조치 고등교육법상 위반..당사자인 학생 등 의견수렴도 없어"
정부 "예상 피해 모호하기에 원고 부적격...집행정지 인용시 공공복리 영향"

[의학신문·일간보사=이재원 기자] 정부 의대증원에 대해 전국 의대 교수들이 제기한 의대증원 취소소송과 집행정지 가처분신청 첫 심문이 진행된 가운데, 원고 적격 여부와 집행정지 인용시 공공복리에 대한 영향 등이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왼쪽부터 김창수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회장(연세의대), 이병철 법무법인 찬종 변호사
왼쪽부터 김창수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회장(연세의대), 이병철 법무법인 찬종 변호사

14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1재판부는 전국 33개 의과대학 교수협의회 대표(원고, 신청인)이 보건복지부와 교육부(피고, 피신청인)를 상대로 제기한 의대증원 정책 취소소송과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에 대한 첫 심문을 진행했다.

심문에 참석한 원고 측 대리인 법무법인 찬종의 이병철 변호사는 정부 의대증원 조치가 위법함을 강조하고, 우선 대학입시 5개월전에 대입전형 시행계획과 입시요강을 갑자기 바꾸는 것에 대해 고등교육법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복지부 장관이 고등교육법상 무권한자로 의대 증원 결정을 통보하는 것은 무효하며, 절차상으로 의대증원시 당사자인 전공의와 학생, 교수들에 대한 의견수렴 없이 진행한 점도 문제삼았다.

아울러 2000명 증원도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게 변호인 측 입장이다. 증원 근거가 된 의사추계 관련 3개 연구의 연구자들이 2000명 증원 언급한 것이 없다고 최근 토론회에서 밝힌 만큼 사실 오인에 해당한다는 것.

이병철 변호사는 “의대증원이 진행된다면 원고들과 교수의 자유에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야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피고 측인 복지부와 교육부는 변론에서 “의대증원이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위기극복을 위한 가장 중요한 정책으로, 고등교육법령에 따라 대학별 정원배정 의사를 물었다”고 해명했다.

게다가 원고 측이 문제삼은 복지부의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결과 발표 내용과 교육부에서 각 대학에 의대정원 의사를 묻는 점 또한 따져보면 취소 소송 요건과 집행정지 가처분신청 요건에 심각한 하자가 있다는 점도 꼬집었다.

피고 측은 “아직 대학에 증원 의사 등을 묻는 단계만을 진행했고, 이는 정원배정 첫 절차에 불과하다”며 “대학들의 자발적이고 임의적인 선택에 의해 의대정원을 신청하는 단계가 지났고, 정부의 검토와 배정절차에 의해 구체화된다”고 설명했다.

즉 현 단계에서는 의대증원이 어떤효과를 가지고 어떤식으로 원고 측인 교수들에게 불이익을 줄 것인가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게 피고 측 주장이다.

피고 측은 “신청인들은 대학이 추진하는 계획 변경에 대해 정부를 상대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는데, 아직 대학들은 의대 증원과 관련 변경 신청조차 하지 않아 신청인 손해가 어떤 것이 있을지 산정도 어렵다”고 언급했다.

특히 교수입장에서도 학생이 증가하는 것은 전혀 손해가 아니라는 게 피고 측의 판단이다.

예를 들어 고등교육법상 교수와 학생 비율은 1대8인데, 현재 1대 1.6 정도에 그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계획대로 증원이 이뤄지고, 그동안 교수 증원이 1명도 없다고 하더라도 비율은 1대 2.2정도로 1대 8 기준에 비해 여전히 턱없이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가처분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침해 사실 외에, 처분의 긴급성이 요구되는 데, 긴급성이 인정받기 어려운 점을 강조했다. 또, 집행정지가 인용될 시 공공복리에 심각한 피해가 발생한다는 점도 밝혔다.

피고 측은 “(의대증원에) 구체적 효력을 갖는 대학별 배정절차는 이제 시작한다”며 “가처분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침해 사실 외에 처분의 긴급성이 요구되나 이를 인정받기 어렵고, 또 집행정지가 인용될 시 필수지역의료 소생의 마지막 골든타임에서 공공복리에 심각한 피해 발생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원고 측은 복지부가 답변서를 30분전에서야 제출한 점에 불만을 제기하고, 이어 피고인 정부 측이 주장하는 원고적격에 해당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관련 기존업자들의 사익을 완화하기에 원고적격이라는 판단을 내린 대법원 판례를 이번 사건에 적용하면 고등교육법상 의대와 의전원 규정을 영향을 미친다는 게 원고 측 판단이다.

즉, 의전원 통학하는 학생들이 교육받을 권리에 교수들의 양질의 교육도 포함되며, 이를 교수들에게 적용하면 법률상 이익이 인정된다는 주장이다.

원고 측은 “정부가 의대정원 규모를 정한 것이 아닌 대학에 안내한 것에 불과하다면, 공권력을 발동해 행정처분 통지서를 보내는지 모르겠다”며 “행위 주체가 대학이라면서 2000명 중 1명도 양보 못한다고 말하는 것과는 모순된 행태”라고 비판했다.

또 “게다가 집행정지 인용시 공공복리 위해를 주장하기에는 의대 증원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당장 환자가 사망하는 것도 아니고, OECD보다 의사접근성이 3배나 높은 점을 고려하면, 인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에 피고 측은 “신청인인 교수협은 의대정원 확대 주체인 대학영업자가 아니라 교수들이라 적용되기 어렵다”며 “또한 공권력 행사에 대해서는 전공의들이 진료현장을 떠나 진료위한한 것에 대해 행정처분하는 것이라, (행정소송 내용과) 다르다는 생각”이라고 항변했다.

심문이 종료된 이후 재판부는 별도의 소명자료를 양측에 요구하지 않았다. 주체가 다른 두 가지 소송이 추가돼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교수협과는 별개로 전공의·의대생·교수·수험생이 제기한 소송, 914명의 수험생이 제기한 것 등 2개의 소송이 별도로 행정법원에 제기돼 있는 상황이다. 이병철 변호사에 따르면 다음주 금요일 오전 10시 30분 심문을 진행할 예정이다. 사안이 비슷한 점을 고려하면 사건이 병합돼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그는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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