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공백 메우기 위한 고육지책 아닌 객관적 분석 통한 제도화 필요

[의학신문·일간보사=유은제 기자]“숙련된 진료지원 간호사(PA 간호사)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해 근본적인 의료전달체계 개편을 함께 추진해 나가겠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6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PA 간호사 법제화에 대한 의지를 나타냈다.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으로 의료 공백이 심화되자 PA 간호사 시범사업을 결정했다. 그간 법적으로 보장받지 못한 채 불법으로 의사 업무 일부를 맡아온 간호사들의 업무 범위를 명확히 하고 의료 공백을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시범사업은 간호사의 자격을 전문간호사, 전담간호사, 일반간호사 등으로 구분해 업무 범위를 설정했으며 10개 분야 98개 진료지원 행위에 대한 위임 가능 업무와 불가 업무를 표기했다.

그러나 문제는 PA 간호사는 의료계의 주요 현안으로 ‘진료지원인력 개선 협의체’에서 약 10차례 논의됐지만 공개를 조심스럽게 다루던 상황에서 갑작스레 현장에 적용됐다는 점이다.

정부는 진료지원인력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협의체를 운영 중이며 △ 서비스 질 향상 △팀 단취 서비스 제공 체계 정립 △책임소재 명확화 방안을 논의했다. 그간 10차례 회의가 진행됐으나 협의체는 PA 간호사 업무 범위에 대해 어디까지 어떻게 허용할지 언급한 적이 없다.

그 가운데 올해 2월 전공의의 집단 사직으로 의료 공백이 심화하자 정부는 PA 간호사 시범사업 카드를 꺼 내들었다. 그간 불법으로 상태에서 묵인됐던 PA 간호사의 업무로 공백을 채우라는 것이다.

또 시범사업은 대법원 판례로 명시된 검체 채취, 프로포폴에 의한 수면 마취 등 5개 행위를 빼고 전면 허용할 것으로 발표했지만 의료현장에서 업무범위가 불분명하다는 지적에 따라 약 10일 만에 보완지침이 적용됐다.

당초 정부가 그동안 PA 간호사의 업무에 대해 연구했던 진료협의체와 함께 시범사업에 대해 논의했더라면 불분명한 업무 범위 허용 및 보완 지침 등 번거로운 절차를 거치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한다.

한편 정부는 14일 상급종합병원 44곳에 약 4000명의 PA 간호사를 운용하고 있으며 1300명을 추가로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의료현장에 PA 간호사를 추가 투입하면서 PA 간호사 제도화도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

이제 의료계에서도 전공의의 공백을 채우는 PA 간호사들의 업무를 보면서 그들의 업무 명확화를 위한 제도화는 반대할 수 없다고 본다. 그렇다면 정부는 이번 시범사업처럼 급하게 진행하지 말고 PA 간호사 제도 안착을 위해 이해관계자들이 나서 논의하고 업무 범위와 책임소재, 교육 및 수련제도 등 정교한 제도를 마련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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