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협, 간호법 제정 통한 지역의료 강화 및 안전망 구축
의협, “간호인력의 불법 무면허 진료 조장에 불과, 직역 간 충돌 초래”

[의학신문·일간보사=유은제 기자]정부가 전공의 집단 사직으로 인한 의료공백의 대책 중 하나로 진료보조(PA) 간호사의 법제화를 추진하면서 새로운 간호법 제정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간호협회 국회 기자회견 현장
간호협회 국회 기자회견 현장

지난 6일 윤석열 대통령은 ‘2024년도 제11회 국무회의’와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숙련된 진료지원 간호사(PA간호사)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해 근본적인 의료전달체계 개편도 함께 추진해 나가겠다”며 “PA 간호사 시범사업으로 이들이 전공의 업무 공백을 메우고 법적으로 확실히 보호받도록, 병원이 필수과목 전문의와 간호사를 신규 채용할 수 있도록 인건비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정부는 8일부터 ‘진료지원 간호사 시범사업 보완지침’을 통해 심전도, 초음파, 응급상황 심폐소생술 등 총 98개 업무범위를 정리했다.

당초 시범사업에서는 대법원 판례로 명시적으로 금지된 5개 행위 외에는 각 의료기관에서 간호사 업무범위 조정위원회를 통해 업무 수행이 가능하게 했으나 의료현장에서 업무범위가 불분명하다는 애로사항이 있었다. 이에 따라 업무범위를 명확화하고 법적 보호를 재확인하기 위해 보완지침이 적용됐다.

그동안 PA 간호사는 불명확한 업무범위로 불법과 합법의 경계에 놓여 있었지만, 이번 지침에 따라 의료행위에 대해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간호협회는 정부에 새로운 간호법안 추진을 공식 요청하고 나섰다.

간호협회는 8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그간 간호사의 업무 범위는 법으로 정해지지 않아 법의 사각지대에 있었다. 이제라도 정부가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명확히 하고 법적 보호를 해 주겠다고 한 것은 대한민국 의료체계를 한층 발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추진했던 간호법은 ‘국민의 권익을 지키고 의료의 안정성을 만드는 법’임에도 이익단체들의 ‘의료계를 분열시키는 악법’이라는 프레임 속에 결국 좌초되고 말았다”며 “국민이 더 안정적인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논란의 여지를 없앤 새로운 간호법을 추진해 지역의료를 강화하고, 의료사고 안전망을 구축하는 의료개혁을 뒷받침하는 법안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간호협회가 ‘간호사의 업무 관련 시범사업 보완 지침’을 계기로 간호법 제정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나타내자, 대한의사협회는 “시범사업은 간호 인력의 불법 무면허 진료 조장에 불과하며 무리한 간호 직역 업무확장은 직역 간 업무충돌을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전격 철회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특히 혈액검사, 검체채취, 심전도 등은 다른 보건의료 직역과도 업무 중복을 초래해 혼란을 가중시킬 것이라는 주장이다.

의협은 “전문간호사의 자격구분을 불문하고 일괄적으로 전문간호사로 하여금 시범사업의 업무를 수행하게 하는 것은 현행 의료법령에 위배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혈액검사, 심전도, 초음파 등 관련 업무를 간호직역의 업무로 허용한 것은 이들 업무를 면허범위로 하는 임상병리사, 방사선사, 응급구조사 등 보건의료 직역과도 업무중복을 초래하여 향후 시범사업으로 인한 혼란은 더욱 가중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료계의 우려에도 정부가 간호법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내놓으면서 새로운 간호법 제정은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8일 중대본 회의에서 “간호협회의 새로운 간호법 추진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정부는 국민 보건체계를 강화하는 의료개혁에 간호사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반영할 것 의료개혁은 의사, 간호사, 환자, 보건전문가 및 국민 모두의 참여로 추진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간호협회는 성명서를 통해 “한덕수 국무총리의 새롭게 추진되는 간호법과 의료 개혁에 간호사의 의견을 경청하고 반영할 것이라는 의지 표명을 환영한다”며 “정부가 의료정책을 추진함에 있어 개혁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하겠다. 또 정부의 의료개혁과 새로운 간호법 추진 의지에 지지를 보내며, 정치권의 적극적인 협조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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