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그룹 송영숙 회장, ‘사사로움 보다는 기업 미래가 우선적 선택지’ 밝혀
OCI와 통합은 글로벌 기업으로 향하는 첫 번째 열쇠, 두 아들 화합 선택 기대

[의학신문·일간보사=김영주 기자]한미그룹 송영숙 회장이 직접 기자들 앞에 나섰다. OCI그룹과의 통합과 관련한 그의 속내를 진솔하게 공개했다. 갑작스러운 임성기 회장의 유고상황을 맞아 기업 최고경영자로 등판한 송 회장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남편이자 동지인 임성기회장의 ‘한미를 지켜달라’는 유언을 지키는 것이었고, 통합과 관련한 한미그룹의 최근 행보는 자연스럽게 설명되는 일이었다. 송 회장은 사사로움 보다는 기업 미래가 우선적 선택지 일 수밖에 없었던 최고경영자로서의 고심에 대한 이해도 구했다.

병상의 임성기 회장, ‘한미를 지켜달라’ 유언

송영숙 회장은 병상에서 임 회장과 나눈 이야기를 공개했다. 임 회장은 “모든 것을 맡긴다”며, “어떠한 상황에서도 한미를 지켜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한미그룹 송영숙 회장
한미그룹 송영숙 회장

송 회장 체제의 한미그룹에 당면한 문제는 상속세 재원마련 이었다. ‘신약개발 명가’로서의 미래를 보장하면서 현실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주어진 과제였다.

그리고 그 선택이 OCI그룹과의 통합이었다. 송 회장은 “한미의 DNA와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여러 방안 중 OCI그룹과 같은 이종 산업의 탄탄한 기업과 대등한 통합을 하는 게 최선의 방안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왜 이종기업인가’에 대해선 임성기 회장 생전에 있었던 일화를 소개했다. 당시 동아제약에 대한 지분 확보를 통해 상호 협력하는 오픈이노베이션을 추진하려 했으나 ‘적대적 M&A’라는 의심속에 비판이 커지며 결국 우리나라에서 동종기업간 통합은 서로에게 상처를 줄 수 있겠다는 경험적 판단으로 이종기업간 통합 모델을 찾게 되었다는 것.

유리한 조건 물리치고 OCI와 통합 결정 ‘한미 정체성 지키기 위해’

단지 돈이 문제였다면 훨씬 유리한 조건들도 있었다. 그는 “해외 사모펀드나 일부 기업들의 M&A 사냥감이 돼도 상관없다고 봤다면, 또는 내 개인적 이익만을 생각했다면 OCI와의 통합 결정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실제로 지금 주가의 두 배가 넘는 금액을 제시한 곳도 있었지만 난 단호하게 거절했다. 그것은 ‘한미를 팔아넘기는 행위’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송영숙 회장은 “나는 ‘R&D 명가, 신약개발 명가라는 한미의 정체성을 지키고 발전시켜야 한다’라는 대원칙을 모든 경영 판단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고 밝히고 “OCI와의 통합은 신약개발을 위한 많은 도전들을 더욱 가속화할 수 있는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성기 정신 계승 적임자 판단에 장녀 임주현 사장 선택

송영숙 회장은 통합 결정과정에서 두 아들(한미약품 임종윤-임종훈 사장)과의 소원해진 관계에 대해서도 소회를 밝혔다. 그는 “우리 가족이 아주 화목했는데 ‘한미를 사랑하는 방식’에 대해선 이견이 있는 것 같다. 어미로서 안타까운 마음이지만, 공과 사는 분리돼야 한다.”고 했다. 송 회장은 이어 “한미를 지금 이대로 그냥 내버려 두자는 태도로는 회사를 지킬 수 없는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그는 “두 아들이 가족이 화합할 수 있는 방향으로 선택하지 않을까 기대한다. 엄마의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다”고도 했다.

송 회장은 또한 장남이 아닌 장녀가 경영 전면에 나서게 된 배경도 설명했다. “장녀 임주현 사장은 20여년간 임성기 회장 지근거리에서 그의 ‘눈과 귀’ 역할을 해왔고, 우리가 신약으로 최대의 성공과 좌절을 동시에 겪었던 시기 임 회장 옆을 지키면서 한미의 미래를 끊임없이 고민해 왔다. 세 자녀 중 임 회장과 가장 많은 대화를 나눴고, 임 회장의 생각을 꿰뚫고 있었고, 임 회장의 경영자적 성격을 가장 많이 닮았다.”고 밝혔다. 임성기 정신 계승을 위한 적임자로 임주현 사장을 선택한 것이다.

송영숙 회장은 마지막으로 한미약품 주주 및 임직원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그는 “지금까지 그래 오셨던 것처럼 ‘한미의 길’을 믿어 달라. 한미는 창업주 가족의 이익만을 위해 존재하는 회사가 아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제약바이오 기업, 나아가 세계적인 제약바이오 기업이 돼야 한다는 주주들의 열망을 잘 알고 있다. 더 노력하겠다. 이번 통합은 그 길을 여는 첫 번째 열쇠가 될 것이다.”고 했다.

송영숙 회장은 한미그룹 창업주 고 임성기 회장의 아내이자 현재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 겸 한미그룹 회장이다. 한미그룹 공익재단법인 가현문화재단을 설립했고 한미약품 고문으로 재직하다, 임성기 회장 타계 후 한미그룹 경영진 추대로 그룹사 회장으로 취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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