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청회에서 법안 졸속 추진 지적...완성도에 의료계도 아쉬움 나타내
환자단체-소비자단체는 입증책임 문제 누락 등 법안문제 상세 비판
"의대정원 증원 해결 위한 카드 아니냐"는 의문제기도 나와..복지부 "절대 아니다" 반박

[의학신문·일간보사=이재원 기자] 정부가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을 추진하는 가운데, 사회적 의견수렴을 통해 진행한 공청회부터 입법과정의 가시밭길이 예고됐다.

패널로 참석한 환자단체 관계자들은 취지에는 공감하나 입증책임 등 각종 문제점이 도사리는 법안이라고 지적했다. 의료계 일부에서도 법안의 보완점이나 입법 속도조절을 요청했다.

보건복지부(장관 조규홍)는 29일 오후 2시에 국회 도서관 대강당에서 '의료사고처리 특례법’을 주제로 공청회를 개최했다.

정부는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 : 여덟 번째, 생명과 지역을 살리는 의료개혁'을 통해 '의료사고처리 특례법' 제정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그 후속조치로 27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을 통해 의료사고처리 특례법(안)을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필수의료인력이 ‘책임보험·공제’에 가입한 경우, 의료과실로 환자에게 상해가 발생해도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

또한 종합보험·공제에 가입한 경우에는 의료인이 범한 업무상과실과 중과실치상죄에 대해 공소를 제기할 수 없으더, 아울러 종합보험·공제에 가입시 필수의료행위 과정 환자가 사망한 경우 형이 감면될 수 있다. 다만 진료기록부를 조작하거나 CCTV를 촬영하지 않거나 폐기하거나, 다른부위 수술 중과실있거나 환자가 동의안한 의료행위 이런 기본적인 것을 갖추지 못할 경우 특례 적용이 안 된다.

정부는 의료분쟁조정법도 개정을 추진한다. 구체적으로 의료인 대상 책임보험 가입의무를 부여하고, 가불금제도를 도입하며, 미가입자는 제재 방안을 마련한다. 또한 공제 개발과 운영, 피해자 소통 및 상담을 지원하고, 안전관리 지원을 위한 ‘의료기관 안전공제회’를 설립할 에정이다. 아울러 감정부 구성을 합리화하고 소수의견 기재 강화, 수탁감정 개선, 감정절차 표준화 등을 종합해 신뢰성 공정성 제고를 위한 의료분쟁 조정·중재 제도혁신을 병행한다.

정경실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가불금 제도는 조정, 소송 등에 따른 의료인의 손해배상의무 확정 전 피해자의 신청에 따라 보험사에서 치료비 등을 지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의료분쟁중재원에 TF를 만들어 폭넓게 의견을 듣고 제도개선 방안도 마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우려 표한 환자단체...의료계 일부도 속도조절 주문

그러나 이어진 토론에서 패널들의 반응은 차가웠다.

의료계는 완성도 문제를 지적했고, 환자단체는 위법요소나 입증책임 문제를 비판했다. 송재찬 대한병원협회 상근부회장은 특례규정에서 사망요소가 빠진 것을 지적했다. 또한 책임보험과 종합보험형태로 보장할 경우, 보험료 산정을 개인 산정할지 의료기관별로 산정할지 논의도 이뤄지지 않은 점, 위험률에 따라 보험료 부과할지도 결정이 안된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아울러 책임보험을 필수적으로 가입할 경우 위험도 높은 필수의료분야부터 단계적으로 보험가입을 의무화할 것과, 개개인이 보험가입해야하는 것인지, 의료기관 단위로 보험가입을 해야하는 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진식 중소병원협회 부회장은 “의료계에서 완전히 만족할 수준의 법안은 아니나, 최소한으로 필요한 법안”이라고 평가했다. 플로어 토론에서 참여한 고려대 안암병원 순환기내과 박재형 교수는 “가뜩이나 교과서적인 진료지침 외에 심평원 규정이나 보험기준에 맞춰서 진료하는 상황인데 또 다른 법이 나와서 제한되는 점은 씁쓸하다”며 “현재 의료사고 형사책임과 관련된 소송 문제를 해결가능한 법안인가 의문이다. 오히려 더 많은 민원 소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법안 추진에서 속도조절을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의료사고처리특례법안 추진 선언에 따라 기존의 의료분쟁 제도개선 협의체에서 탈퇴한 환자단체와 소비자단체는 더욱 깊숙이 의료사고처리특례법의 완성도, 타당성 문제를 지적했다.

송재찬 병원협회 상근부회장, 이은영 환자단체연합회 이사
송재찬 병원협회 상근부회장, 이은영 환자단체연합회 이사

이은영 환자단체연합회 이사는 “의료사고처리특례법안은 의료계에서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을 벤치마킹해 만든 법안으로, 교통사고로 인한 형사처리책임 면제하는 특례를 인정하는 전제가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상 교통사고 관련 입증책임 전환규정이있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의료사고특례법안이나 다른 어떤법률에도 의료사고관련 입증책임 전환 규정은 없다. 의료사고처리특례법안에서 피해자를 위한 내용이 결국 형사특례적용을 받기 위해서는 책임보험과 공제조합 가입을 의무화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또한 의료사고 피해자 입장에서는 의료사고 입증이 더 중요하나 의료사고처리특례법안에는 피해자 입증완화 내용이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이 이사는 붕괴된 필수의료 회복차원이라는 이유에서 의료행위 업무와 무관한 중과실까지 형사특례를 인정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언급했다. 대상은 필수의료 의사로 범위를 축소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필수의료 범위에 있어서도 그 범위를 생명과 신체에 중대한 위해를 발생시키면서, 난이도가 높은 의료행위로 최대한 좁혀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외에도 의료사고 피해자나 유족에게 피해나 사망 발생 경위나 원인에 대해 설명이나 사과도 없이 보험이나 공제에 가입된 것만으로 공소제기 자체를 금지하거나 형사처벌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경우, 환자생명 경시풍조를 조장하고 환자안전 사고 방지 인식과 노력에도 느슨하게 만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정수 소비자단체협의회 사무총장도 “의료분야는 다른 어느분야보다 정보 비대칭이 심각하다”며 “이런상황에서 의료사고 사법적 부담완화를 논하는 경우 소비자에게 불리하다”고 지적했다. 또, 업무상 과실에 따른 처벌조항 적용하는 것을 의료분야만 제외하는 것은 법의 형평성상맞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이어진 플로어 토론에서는 생명권과 재판청구권을 침해한다는 지적, 이익집단에 면책권을 준다는 비판, 의대정원 추진을 위한 카드라는 의구심 등이 거론됐다.

이에 대해 정경실 정책관은 “의대정원 증원을 위한 카드는 전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며 “의대정원 문제도 필수의료 살리기를 위한 것이고, 의료사고 특례법 논의도 필수의료를 위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저작권자 © 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